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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탐구] ⑨메리츠금융, 스타CEO 체제로 '매출액 70조' 점프...지주사로 새 도전

- 2005년 한진그룹에서 계열 분리...18년만에 매출액 3조→70조↑

- 김용범, 최희문 스타CEO 체제로 성과... 존 리 사태로 도전 맞기도

  • 기사등록 2023-07-16 17: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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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공정위 공시대상기업집단 리스트에 오르지 않았지만 향후 여기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대기업집단도 분석합니다. [편집자주]
[더밸류뉴스=이민주 구본영 기자]

'시작은 미약했지만 결과는 심히 창대한 대기업집단.'


조정호 회장이 이끌고 있는 메리츠금융그룹을 따라 다니는 수식어다. 


메리츠금융그룹은 2000년 무렵 고(故) 조중훈(1902~2002) 한진그룹 창업주 4남(막내) 조정호 회장이 한진투자증권(현 메리츠증권)을 비롯한 한진그룹 금융계열사들을 분리 독립하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맏형 조양호 회장은 한진그룹 주력사 대한항공과 정석기업, 둘째형 조남호 회장은 한진중공업, 세째형 조수호 회장은 1위 해운사 한진해운(현 HMM)을 물려 받은  것에 비해 막내 조양호 회장이 물려 받은 금융계열사는 매출액과 자산총계가 각각 3조원대로 가장 작았다.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유교적 전통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났다. 


결과적으로 조정호 회장은 4형제 가운데 물려받은 기업을 가장 화끈하게 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출액 3조→70조 23배 점프... '정신적 장자' 


메리츠금융지주의 지난해 매출액(영업수익)은 70조3656억원으로 대한항공을 주력계열사로 두고 있는 한진그룹(17조5740억원)의 4배가 넘는다. 수익성도 개선돼 영업이익 2조2009억원, 당기순이익 1조6404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29.41%, 18.84% 증가했다.


메리츠금융그룹 지배구조. 단위 %. [자료=메리츠금유지주 사업보고서]

시가총액 기준으로 살펴봐도 메리츠금융지주(9조4843억원)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3조978억원)의 세배다(13일 기준). 금융지주사들과 비교해보면 메리츠금융지주는 우리금융지주(8조2780억원)를 앞서고 있으며 KB금융(18조8843억원), 신한금융(16조9758억원), 하나금융(11조2443억원)에 이어 4위를 기록하고 있다. 


맏형 고(故) 조양호(1949~2019) 회장의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이 경영권 분쟁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둘째 형 조남호 회장은 한진중공업 경영권을 상실하고, 셋째형 고(故) 조수호(1954~2006) 회장도 한진해운 경영권을 상실한 것과 비교해보면 조정호 회장의 성과는 독보적이다. 이런 배경으로 조정호 회장을 일컬어 부친(조중훈 창업주)의 '정신적 장자(長子)'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메리츠금융그룹의 실적 개선세를 살펴보면 '아찔하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메리츠금융지주의 매출액은 2018년만 해도 17조2205억원으로 대한항공(13조116억원)을 약간 넘는 수준이었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지난해 70조3656억원으로 전년비 무려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97.47%).


메리츠금융지주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메리츠금융지주 사업보고서]

이같은 실적 개선 덕분에 메리츠금융그룹은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일명 대기업집단) 처음 이름을 올렸고(51위) 2019년(51위), 2021년(73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메리츠비즈니스서비스를 매각하면서 지난해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는 제외됐다.


◆'좌(左) 용범, 우(右) 희문' 스타 CEO 체제로 실적↑


조정호 회장이 이같은 성과를 낸 비결로는 무엇보다도 '용인술'(用人術)이 꼽히고 있다. 다시 말해 조정호 회장은 메리츠화재 CEO에 김용범, 메리츠증권에 최희문, 메리츠자산운용에 존 리를 맡겼는데, 이들 스타 CEO 3인이 예외없이 탁월한 성과를 낸 것이다. 이들 CEO들은 길게는 10년 넘게 장기 재임하면서 자신이 맡은 금융사를 업계 톱(TOP) 반열에 올려 놓았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은 2015년 2월 취임 당시 중소형 보험사로 분류되던 메리츠화재를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과 더불어 화재보험 '빅4'로 점프시켰다(2022 순이익 기준). 메리츠화재의 순이익은 김용범 대표 취임해인 2015년 1690억원이었지만 지난해 6608억원으로 7년만에 4배 가량 늘었다(+391.00%. 이하 K-IFRS 연결).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프로필.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의 성과도 김용범 부회장 못지 않다.


최희문 부회장의 2010년 2월 취임 당시 메리츠증권은 중소형 증권사로 분류됐지만 이제는 자기자본(자본총계) 7위의 '메이저 증권사'로 퀀텀점프했다. 지난해 12월 K-IFRS 별도 기준 자기자본 5조원이 넘는 증권사로는 미래에셋증권(9조955억원), NH투자증권(6조8525억원), 한국투자증권(6조5528억원), 삼성증권(5조9796억원), 하나증권(5조8476억원), KB증권(5조8155억원), 메리츠증권(5조3717억원), 신한투자증권(5조2382억원)의 8곳이 있다. 


최희문 부회장 취임 당시 메리츠증권 순이익은 200억원대에 머물렀는데 지난해 8280억원을 기록했다. 12년만에 41.2배(4004%)배 증가한 것이다. 최희문 부회장은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를 주요 수익모델로 발굴해왔다. 최희문 부회장은 '역대 최장수 증권사CEO'(13년5개월) 기록도 보유하게 됐다. 이전까지 역대 최장수 증권사 CEO는 김해준 전 교보증권 대표(12년9개월)였다. 


'조직의 힘' 보다 '스타 CEO' 의존... 존 리 사태 겪기도


영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들어 메리츠금융그룹은 도전을 맞고 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차명투자 의혹이 그것이다. 오늘의 메리츠금융그룹을 만든 스타CEO 시스템이 독(毒)으로 돌아온 셈이다. 


존 리 대표는 2014년 취임해 '가치투자 전도사'로 대중적 명성을 얻으며 메리츠자산운용을 메이저 운용사로 성장시켰다. 그렇지만 자신의 친구가 2016년 설립한 부동산 관련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 P사에 아내 명의로 지분 6%가량을 차명 투자한 의혹이 제기됐고, 지난 5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직무정지와 20여억원의 과징금·과태료 부과를 결정받았다. 메리츠자산운용은 기관경고 조치를 받았다. 앞서 지난해 6월 존 리 대표는 사임했다. 


한진그룹 가계도. [자료=삼성증권]

이와 동시에 메리츠금융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이 숨가쁘게 진행되면서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주사 전환의 핵심은 메리츠금융그룹에서 메리츠금융지주만 유일한 상장사로 남고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은 상장폐지되고 메리츠금융지주의 100% 종속회사가 되는 것이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은 각각 지난 2월, 4월 상장 폐지됐다. 이 결과 메리츠금융지주는 시가총액이 10조원에 육박하는 국내 최대 비(非)은행 금융지주사가 됐다.


지주사 개편으로 위기 돌파 진행중


지난 20년 동안 메리츠금융그룹이 걸어온 길을 한마디로 하면 '폭풍 성장'일 것이다. 그렇지만 향후 어떤 길을 걷게 될 것인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조정호 회장이 인재 중시 철학을 유지하고 오너 역할을 수행하는 한 향후에도 성장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조 회장은 사석에서 "인재 몸값은 절대 흥정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사진=메리츠금융그룹]

주식시장 반응도 일단 긍정적이다. 14일 메리츠금융지주 주가는 4만4550원으로 지주사 전환 직전 시기인 지난해 10월 말 1만9950원 대비 2.23배(128.3%) 상승했다. 


그렇지만 존 리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스타 CEO에 의존하는 기업은 바로 그 스타CEO가 물러 나거나 문제를 일으킬 경우 위기를 겪는 것도 사실이다. 스타 CEO이자 '세기의 경영자'로 불리던 잭 웰치(1935~2020) GE(General Electric) 회장 케이스가 여기에 해당한다. 


잭 웰치는 1981년 4월 GE CEO에 취임해 2001년 9월 퇴임하기까지 20년 동안 GE 실적을 개선하면서 GE를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키웠다. 그렇지만 2001년 잭 웰치 퇴임을 기점으로 GE 실적과 주가는 맥없이 하락해 20년이 지난 지금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잭 웰치 이후 GE CEO는 제프리 이멜트→존 플래너리→로런스 컬프로 수시 교체되고 있다.


잭 웰치 GE 회장의 재임 기간 GE 주가 추이. [자료=야후 파이낸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재계에서 스타CEO 시스템은 아직 낯선 게 사실이며 김용범, 최희문 대표는 이미 장수 CEO 반열에 올라있다"며 "이번 지주사 체제 전환을 계기로 조정호 회장이 메리츠금융그룹의 향후 성장 전략을 숙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내년에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메리츠자산운용(현 KCGI자산운용)을 행동주의 사모펀드(PE) KCGI에 매각하면서 '사이즈'가 줄었기 때문이다. 


qhsdud1324@iclou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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