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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신한은행 공동점포 운영 논의, 왜?

- 금융 온라인화로 오프라인 은행 점포 수익성 떨어져... '공동 점포' 대안 떠올라

  • 기사등록 2022-03-04 08:2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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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지윤 기자]

국내 은행권을 대표하는 KB국민은행(행장 이재근)과 신한은행(행장 진옥동)이 공동점포 운영을 추진 중이어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은행 점포 폐쇄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북 영주에 공동 점포 논의... '오프라인 점포 폐쇄' 대안 부상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 중 경북 영주 등에 공동점포를 설치하는 방안을 협의중이다. 당초 영주에서만 시범 운영하기로 논의됐지만 사업 범위를 넓혀 2~3곳을 추가로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8월 하나은행과 산업은행이 업무협약을 맺고 영업점과 ATM을 공유한 사례는 있지만 이렇게 은행들끼리 아예 공동점포를 구축하는 것은 국내에선 처음이다.


서울 태평로 KB국민은행 지점. [사진=더밸류뉴스]

‘공동점포’란 한 건물 속 같은 층에서 두 은행의 직원들이 나란히 업무를 보는 방식을 말한다. 은행 지점이 적고 노년층 등 금융 취약계층이 많아 지점 폐쇄 시 불편이 큰 지방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공동점포 실험이 진행될 전망이다. 금융 서비스의 비대면화, 스마트폰 앱으로 은행 업무를 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오프라인을 찾는 금융 소비자들의 편의성도 함께 고려한 ‘묘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관계에 있는 두 은행이 공동점포를 논의하게 된 것은 은행권의 '오프라인 은행 점포 줄이기'와 관련 있다. 


코로나19 이후 금융의 비대면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시중은행의 '몸집 줄이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만 230곳의 영업점포가 문을 닫았고, 2378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금융업계의 디지털·비대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어서 은행권의 지점 축소 속도는 더욱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2일 은행연합회 은행통계정보시스템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씨티·SC제일 등 시중은행의 영업점포(지점+출장소) 수는 지난해 말 기준 3316곳으로 집계됐다. 1년 전(3546곳)에 비해 230곳이 줄었다. 지점이 3139곳에서 2930곳으로 209곳, 출장소는 407곳에서 386곳으로 21곳 감소했다.


문을 닫는 점포 또한 갈수록 늘고 있다. 2017년 3858곳이던 시중은행 점포 수는 2018년 3834곳으로 24곳이 줄었고, 2019년 3784곳으로 50곳이 줄었다. 2020년엔 폐점포 수가 238곳으로 급증했고, 지난해 230곳이 추가로 문을 닫으면서 은행 점포 수는 빠르게 축소하고 있다.


금융의 디지털·비대면화가 진행되면서 은행 점포 축소는 수년 전부터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어오고 있다. 모바일과 인터넷 뱅킹 발달로 고객이 영업점을 직접 찾는 경우가 급감하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점포를 유지할 이유가 없어졌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거래가 급성장하면서 점포 축소 움직임이 더 빨라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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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생성된 설명서울 여의도 신한은행 지점. [사진=더밸류뉴스]

◆지방 도시 먼저 시작, 소비자 불편 고려


경북 영주가 첫 공동점포 도시로 선정된 것은 지방 중소도시에서 은행이 지점을 철수했을 때 소비자들의 불편이 수도권에 비해 더욱 크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노년층 등 금융 취약계층 비율이 수도권이나 광역시에 비해 높은 데다 원래 점포가 적어 고객이 은행 업무를 보려면 먼 거리를 가야 하기 때문이다. 영주시의 경우 농협은행을 제외하면 나머지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시 전체에서 지점을 하나씩 운영하고 있다. 반면 만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8.6%로 한국 전체 평균(17.1%)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만 70세 이상 고령층의 현금 이용 비중은 68.8%로 평균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으며, 현금을 인출하려고 은행 창구를 이용하는 비중도 53.8%로 평균(25.3%)에 비해 두 배가량 높다. 은행 지점이 사라지면 현금 인출 등 간단한 은행 업무를 보더라도 다른 시·군·구로 넘어가야 하는 고객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수익성이 나오지 않더라도 오프라인 채널을 유지해야 하지 않느냐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책임 소재 불분명 등 개선점도… 편의점, 우체국 제휴 방안도


이처럼 공동점포는 개별 금융사가 아닌 전 은행권이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점과 백오피스 업무를 공동으로 관리하고 임차료를 절감하는 등 저비용으로 금융 소외계층의 급융접근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점포관리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고객 정보 유출 등의 사고발생시 적절한 대응이 어렵고, 하나의 공간에서 둘 이상의 은행들이 영업함에 따라 과열 경쟁과 영업전략 유출 등의 우려도 공존한다. 이로 인해 실제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공동점포를 추진하는 가운데 다른 은행들은 당장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향후 국내은행들도 점포 효율화 흐름 속에 비용 절감과 금융소비자 편의를 함께 실현하는 공동점포 운영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 은행들도 은행 점포 축소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지난 2020년 8월부터 4곳의 공동 현금자동입출금(ATM)기기를 시범 운영 중이다. 이렇듯 은행들이 공동 현금자동입출금(ATM)기를 운영 중이지만 이에 대한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실효성에 대한 참여 은행들의 공감대가 높지 않은 탓에 확대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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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생성된 설명이마트 매장에 KB국민은행의 KB디지털뱅크가 설치돼 있다. [사진=KB국민은행]

은행들은 또 다른 방안으로 편의점, 우체국 등과의 제휴를 맺어 새 은행점포를 계획하고 있다.


최근 편의점을 운영하는 유통회사와 제휴를 맺고 편의점 혁신점포 등을 공개했다. 하나은행은 BGF리테일과 협업 결과 서울 송파구 CU마천파크점에 디지털 혁신 채널을 선보였고, 신한은행은 같은 시기 GS리테일과 함께 강원 정선구 고한읍에 편의점 혁신점포 1호점 문을 열었다. KB국민은행은 이마트와 오는 4월 중 디지털 제휴 점포인‘KB디지털뱅크 NB강남터미널점’개설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고령층 등 금융 소외계층 보호를 위해 2020년 8월 '고령 친화 금융환경 조성 방안'을 마련했고, 이 방안에는 이동·무인점포를 활성화 및 지점수가 많은 우체국 등과의 창구업무 제휴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전국 우체국 지점은 2655개로 시중은행 전체 점포수 6711개 대비 40% 수준으로 많을 뿐 아니라 수도권에 집중된 은행점포와 달리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은행 지점이 사라지더라도 전국 곳곳에 포진한 우체국을 제휴 창구로 활용하면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의 불편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이용 고객 중 내점 고객은 얼마되지 않는다"며 "연령을 보면 고령대가 많고 현금을 다루는 분들이 많은데 은행 입장에서는 거기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으니 개선방안을 찾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jiyoun6024@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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