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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 알면 초격차 보인다] ②삼성전자 ‘반도체 1위' 비결 3가지 - 위기 때마다 명쾌한 의사결정.. '이건희 리더십' - 학력∙성차별 탈피 인재영입 - 품질이 최우선... 글로벌 초일류 초석 다져
  • 기사등록 2021-04-13 08:2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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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삼성전자가 '분기(分期) 영업이익 9조원' 시대를 열면서 경쟁사와의 '초격차'를 더 벌려놓았습니다. 이에 더밸류뉴스는 국내 1위, 글로벌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가 반도체, 스마트폰 등에서 만들어낸 '초격차' 현황과 여기에 도달하기까지의 시행착오와 도전 극복 과정을 분석하는 '삼전 알면 초격차 보인다'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초연결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기업 경영자와 임직원들이 나만의 경쟁력을 갖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 지를 제시하겠습니다.]
[더밸류뉴스=신현숙 기자]

“안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일에 착수하면 물고 늘어져라. 철저하게 습득하고 지시하고 확인하라.”


삼성전자 직원들에게 전해지는 ‘반도체인(人)의 신조’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74년 부도 위기였던 한국반도체를 인수한지 반세기가 지난 현재,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글로벌 1위에 올라섰다. 1987년 이 회장이 취임했을 당시 삼성전자 매출액은 10조원이었으나 지난해 237조원을 기록하며 23배 늘었다. 이 가운데 반도체 부문 매출액은 73조원(30.80%)으로 삼성전자 실적의 근간을 차지하고 있다. 1970년대 한국에서의 반도체는 불모지나 다름없었으나 '이건희 리더십'으로 새 역사가 쓰였다.


◆'글로벌 삼성전자'에 '이건희 리더십’ 있다


이 회장이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내부에서는 반대했다. 일각에서는 "TV도 제대로 못 만들면서 어떻게 반도체를 만들겠냐"는 지적도 있었다. 앞서 강기동 박사가 세운 한국반도체는 국내 최초의 반도체 생산회사로 1974년 1월 설립됐다. 그러나 얼마되지 않아 한국반도체는 중동 전쟁으로 오일쇼크가 일어나며 자금난으로 부도가 났다. 이에 이건희 회장이 사재를 털어 지분 50%를 인수했고 이듬해 삼성반도체로 거듭나게 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2004년 반도체 30년 기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

삼성전자는 1975년 전자손목시계용 집적회로 칩을 개발했고 1976년에는 국내 최초로 트랜지스터 생산에 성공했다. 특히 1982년에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64K D램을 개발했다. 이후 10년 뒤인 1992년에는 세계 최초로 64M D램 개발에 성공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1위 자리에 올라선다. 이후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단 한번도 세계 1위 타이틀을 놓친 적이 없다.


또 삼성전자는 4M D램을 개발할 때 크게 늘어난 용량을 칩에 담기 위해 위로 쌓아 올리는 ‘스택 방식'(Stack method)을 도입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결정이 반도체 시장을 바꿨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대부분 기업은 아래로 파고 내려가는 ‘트렌치 방식'(Trench method)을 채택해 표준으로 삼았지만, 갈수록 복잡해지는 기술을 감당하지 못해 실패로 이어졌다. 이 결정에는 이 회장의 직관과 결단이 있었다는 평가다. 그는 “단순하게 생각하자. 지하로 파는 것 보다 위로 쌓는 게 더 쉽지 않겠냐”며 스택 방식으로 결정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16M D램 양산을 위해 세계 최초로 8인치 웨이퍼를 도입했다. 당시 기술적인 어려움과 실패시 1조원이라는 손해를 감수해야 했으나 이 회장 특유의 도전 정신으로 8인치를 도입했다. 이는 일본 회사보다 6개월을 앞선 기술이었고, 선진국과 기술 격차가 역전됐다.


이 회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낸드플래시로 시장을 확대해 나갔다. 이후 2002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글로벌 1위 등극과 동시에 세계 최초로 2기가비트 낸드플래시를 개발했다. 이어 2003년 4기가비트, 2004년 8기가비트, 2005년 16기가비트, 2006년 32기가비트, 2007년 64기가비트 등 매년 반도체 집적도를 2배 늘려갔다. 이 회장의 선구안과 도전이 현재의 글로벌 1위 반도체 기업의 초석을 다진 것이다.


삼성전자 최근 연간 실적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학력∙성차별 탈피 인재영입


이 회장의 리더십 아래 삼성전자는 인재 영입에도 힘을 썼다. 앞서 삼성은 1957년 민간 기업 최초로 공개 채용을 진행한 바 있다. 이후 1995년에는 채용과정에서 학력제한을 폐지하며 국내 기업 인재채용의 새 역사를 썼다. 무한 경쟁 시대에서 학력, 성별 등의 차별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국내 기업들이 공채를 없애고 수시 채용으로 변경하는 추세다. 그러나 삼성은 국내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공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신입 공채 공고를 내고 현재 채용 중에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잡코리아 조사 결과 대학생들이 뽑은 취업하고 싶은 기업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서울 서초대로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더밸류뉴스]

또 이 회장은 여성에 대한 차별도 없애려고 노력했다. 당시만 해도 여성의 사회 진출에 대한 제약이 많았으나 이 회장은 여성 인력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여성의 역할이 늘고 파워도 더 강해진다. 몇 년만 지나면 여성인력 중에서 경영자가 많이 나올 것”이라며 “여성인력 활용이 선진국의 척도가 된다"고 자신의 에세이집에서 밝혔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 여성 임원을 지냈다. 이 회장은 여성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남녀차별 관행을 모두 걷어내야 한다며, 국내 대기업 최초로 여성공채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보수적인 국내 재계에서는 딸들의 경영 참여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 회장은 딸들에 대한 경영 참여에 차별을 두지 않았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에게도 기업 경영에 참여할 기회를 줬다. 이 회장이 두 딸을 비롯한 삼성의 여성 임원들과의 자리에서 “여성 임원은 사장까지 돼야 한다”며 “사장이 되면 본인의 뜻과 역량을 다 펼칠 수 있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바꿔야 산다”…’신경영’ 향하는 위기관리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


이 회장은 1987년 회장 취임과 동시에 선언했다. 실제 34년 뒤 현재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삼성전자에게도 뼈아픈 시절이 있었다. 1992년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64M D램 반도체 개발에 성공하는 등 승승장구하게 된다. 그러나 당시 이 회장은 위기 의식을 느꼈다. 미국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삼성전자 제품은 구석에서 먼지에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이 회장은 품질 우선 경영을 추진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이 회장의 유명한 어록이다. 언론사(중앙일보) 근무 경험이 있던 이 회장은 단순하고 직설적인 화법의 힘을 알고 있었다.  


질(質)보다는 양에 치중돼 있던 경영에서 탈피하기 위해 이 회장은 ‘신경영’ 선언이자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한다. 그는 양보다는 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던 이 회장 앞으로 사내에서 제작한 비디오 테이프 하나가 전달됐다. 테이프 안에는 삼성전자 세탁기 생산 직원들이 세탁기 뚜껑이 맞지 않자 칼로 깎아내는 장면이 있었다. 불량인 뚜껑은 다시 설계하고 생산해야 하지만 직원들은 그러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충격을 받은 이 회장은 사장과 임원들 약 200여명을 프랑크푸르트로 소집해 "질을 중심으로 양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新)경영'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삼성]

결국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삼성전자는 ‘양보다는 질’에 집중해 글로벌 초일류 기업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질적으로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이 뒷받침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울러 학력, 성별 등을 배제한 인재영입 또한 삼성전자를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만들었다.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난 삼성전자의 뒤에는 이 회장의 리더십, 인재영입, 위기관리 세가지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shs@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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