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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증하는 가계대출 폭탄돌리기 책임은?

- 금융당국, 가계대출 폭증에 시중은행 질책·경고

  • 기사등록 2020-12-14 14: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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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현일 기자]

금융당국이 급격한 가계대출 증가의 책임을 은행들에게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 증가의 근본적인 원인을 마치 은행 창구에서 찾는 모양새다.


서울시 여의도 금융감독원 사옥. [사진=더밸류뉴스]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시중은행의 임원들과 함께 진행한 ‘가계대출 관리 동향 및 점검’ 화상 회의에서 은행들의 관리 소홀을 질책하고, 개별 면담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번 회의에서 금융당국은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들에게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반드시 지켜달라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출 증가세가 가파른 특정 은행을 지목해 질책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대출량이 급증했던 지난 10월 이후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관리 지침에 따라 신용대출 금리를 높이고 한도를 축소하는 등 대출의 문턱을 높여왔다. 그러나 은행들 역시 과열된 시장과 대출 수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한달 간 늘어난 가계대출 총액은 집계가 시작된 2004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정부의 신용대출 규제 강화 방침에 따른 ‘막차’ 수요가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총 982조1000억원으로, 한달 사이 13조6000억원 증가하며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가계대출의 최후 수단인 신용대출의 경우 같은 기간 7조4000억원이 늘어났다.


혼잡한 연말을 앞두고 최근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경고에 따라 이례적으로 대출 창구의 문을 걸어 잠그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 이미 신용대출 금리를 높이고 한도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가계대출량을 조절해왔지만, 몰려드는 수요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로 인한 부작용으로 대출 수요가 제 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생명보험사 24사의 부동산담보대출 규모는 지난 9월 48조1865억원으로 1월에 비해 11.3% 증가했고,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역시 29조5913억원으로 전분기 말 대비 1조8267억원 늘어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은행들을 향한 금융당국의 질책과 지침이 부동산정책의 실패 원인을 은행 창구에서 찾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못 하고, 원인을 은행 탓으로 책임 전가한다는 것이다.


은행 측은 당국의 지침을 따르고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대출을 진행했는데,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며 집값이 상승한 책임을 은행에게 묻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졸지에 은행들은 부동산정책 실패의 원흉으로 몰릴 위기에 처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출 수요가 늘면 대출 총액은 창구 문턱이 높더라도 늘어나게 돼 있다”며 “정부는 은행이 돈을 쉽게 빌려줘서 부동산 가격 상승이 이뤄졌다고 보는 것 같은데,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alleyway99@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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