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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정유사…영업손실만 4조원

- SK이노베이션∙S-Oil 등 정유사 1분기 큰 폭 적자

- 코로나19 장기화∙수요 둔화에 마진 위축... 반등은 미지수

  • 기사등록 2020-05-07 16: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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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신현숙 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함께 국제 유가 급락으로 정유 기업들이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내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S-Oil,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의 영업손실 규모가 4조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진=더밸류뉴스(픽사베이 제공)]

6일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실적이 매출액 11조1630억원, 영업손실 1조7752억원, 당기순손실 1조552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전년비 12.6% 감소하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적자전환했다.

 

이는 유가급락으로 대규모 재고 관련 손실이 발생했고 국내외 석유제품 수요부진으로 인한 정제마진 약세로 석유사업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부문별로 유가 급락으로 인한 재고관련 손실 규모는 9418억원, 항공유와 휘발유 등 상품 가격이 원유가격보다 낮아지는 역마진 등으로 석유사업에서는 1조6360억원이나 적자를 냈다.

 

매출 또한 유가하락으로 인한 석유제품 판매단가 하락, 수요 위축에 따른 판매 물량 감소로 분기 매출 기준 2017년 2분기(10조5413억원) 이후 가장 낮았다. 아울러 환율 강세에 따른 환차손 영향 등으로 2720억원의 영업 외 손실까지 더해져 세전 손실은 2조472억원을 기록했다.

 

화학사업은 전분기비 제품 마진이 개선되었음에도 납사 가격 하락에 따른 재고 손실 영향으로 1분기 영업손익 898억원을 기록했다. 화학사업의 분기 적자는 2015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윤활유사업 영업이익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판매량 감소와 원가 하락에 따른 재고 손실 영향으로 289억원을 기록했다. 석유개발사업 영업이익은 매출감소에도 불구하고 페루 88, 56 광구 운영 비용과 미국 자산의 감가상각비가 감소하며 453억원을 기록했다.

 

배터리사업은 지난해 말 완공한 중국과 헝가리 생산 공장을 올해 상반기부터 양산 가동하며 초기 가동비가 발생했지만 운영 효율화 등을 통해 전분기보다 영업손실 폭이 75억원 개선된 1049억원을 기록했다. 소재사업은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LiBS; Lithium ion Battery Seperator) 판매가 늘며 영업이익이 전 분기비 36억원 늘어난 27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연간 영업적자와 재무구조 악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둔화 장기화가 예상된다”며 “2분기에도 재고평가손실 규모 감소로 영업적자는 축소되겠지만 정유 제품 수요 부진으로 설비 가동률 하향 및 정제마진 부진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마포구 백범로 S-OIL 사옥. [사진=더밸류뉴스]

S-Oil 역시 1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5조1984억원, 영업손실은 1조7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유가 하락에 따른 제품 가격 하락과 판매량 감소의 영향으로 전분기비 19.7% 감소했다. 유가 하락에 따른 대규모 재고관련손실과 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확산에 따른 정제 마진 약세의 영향으로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부문별로 정유 부문은 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확산으로 인해 JET유, 휘발유 등 운송용 제품을 중심으로 글로벌 정유제품 수요가 급격하게 하락했다. 이에 정제마진이 낮은 수준을 유지했으며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관련손실 등의 영향으로 1조19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석유화학 부문은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인한 수요 약세에도 불구하고 유가 하락에 따른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인해 스프레드가 소폭 상승해 전분기비 상승한 66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윤활기유 부문은 국제 유가의 하락에 따른 원재료 가격의 하락이 제품 가격 하락보다 커지면서 스프레드가 상승하여 높은 영입이익률을 기록했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S-Oil의 1분기 실적은 최근 낮아진 추정치보다 더 부진했는데 이는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손실이 크게 반영되었기 때문”이라며 “2분기 실적 개선 폭도 점진적일 것으로 정제 마진 자체가 낮은 수준이고 고가의 원재료 투입 영향 등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사진=더밸류뉴스(현대오일뱅크 제공)]

현대오일뱅크는 1분기 매출액 4조4166억원, 영업손실 5632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유가급락과 이에 따른 대규모 재고관련 손실로 매출은 전년비 14.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지분법 적용 대상인 현대코스모는 지난 분기 6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쉘베이스오일은 유가하락에 따른 원재료 매입단가하락으로 제품 스프레드가 증가하며 영업이익 235억원을 달성했다. 현대코스모과 현대쉘베이스오일은 각각 방향족 석유화학사업과 윤활기유 사업을 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시장 상황 변화에 대비해 이달 9일부터 다음달 하순까지 예정된 제2공장 정기보수 기간 동안 정유, 석유화학 생산설비의 효율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GS칼텍스는 아직 실적이 발표되진 않았으나 영업손익이 7~8000억원 규모일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분기기준 사상최대 적자를 내는 것이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은 3295억원이었다.

 

지난해 정유 4사의 연간 영업이익은 3조1000억원이다. 만약 GS칼텍스가 70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내면 정유 4사 합산 손실 규모는 4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한 분기 만에 지난해 낸 수익을 모두 날리게 되는 것이다. 최근까지도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는데다 수요 둔화에 따른 마진 위축도 여전해 언제 반등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번 정유업계의 실적 부진에는 국제 유가 급락에 정유사들의 재고 평가 손실이 영향이 컸다. 국내 정유사는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뒤에 국내에서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한 달 정도의 시차가 발생하는데 이때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 비싸게 원유를 구매해서 싸게 판매해야 한다. 이 금액 차이가 고스란히 정유사의 적자로 반영되는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석유 수요가 줄어든 것도 부진에 기여했다. 전 세계로 전염병이 퍼지며 각국을 오가던 항공편이 끊기며 항공유 수요가 급감했고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국내 이동이 감소하면서 휘발유 수요도 줄었다. 이에 정유사들이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정기 보수 시기를 당겨 생산량을 줄이는 등 비상 대응했지만 이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shs@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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