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의 회계처리를 둘러싼 금융당국과 회사 측의 법적 다툼이 본안소송에서 가려지게 됐다. 법원은 증권선물위원회가 영풍에 내린 제재 가운데 외부감사인 지정과 재무담당 임원 해임 권고, 재무제표 수정 등 핵심 처분의 효력을 본안 판결 선고 때까지 정지했다.
제재를 즉시 시행할 경우 회사에 되돌리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이를 잠정 중단하더라도 공공복리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풍은 지난 5일 서울행정법원이 회사가 제기한 증선위 의결 집행정지 신청을 대부분 받아들였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 법원, 핵심 처분 잠정 중단…전 대표 해임 권고는 제외
이번 결정에 따라 증선위가 의결한 외부감사인 지정과 재무담당 임원에 대한 해임·면직 권고, 재무제표 수정 반영 등의 효력은 영풍이 제기한 본안 행정소송의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중단된다.
법원은 해당 처분이 그대로 집행되면 영풍에 사후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생길 우려가 있고, 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동시에 제재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정지하더라도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다만 이미 퇴임한 전 대표이사를 대상으로 한 해임 권고는 집행정지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직에서 물러난 전임 대표에게 내려진 해임 권고만으로는 현재 시점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전 대표이사에 관한 해임 권고는 증선위 의결대로 효력이 유지된다.
앞서 증선위는 영풍이 석포제련소와 관련한 토양정화충당부채와 지하수정화충당부채를 실제보다 적게 반영하고, 유형자산 손상차손도 일부 과소 또는 과대 계상하는 등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과징금과 함께 외부감사인 지정, 관련 임원 해임 권고, 재무제표 수정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이번 법원 결정은 증선위 처분의 적법성이나 영풍 회계처리의 타당성을 최종적으로 확정한 판단은 아니다. 제재를 당장 집행할 필요가 있는지를 판단한 잠정 조치로, 회계기준 위반 여부와 처분의 적정성은 본안소송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 영풍 “고의적 회계 왜곡 아닌 추정·판단의 문제”
영풍은 문제가 된 충당부채 산정이 단일한 수치로 확정하기 어려운 회계상 추정의 영역에 속하며, 회사가 관련 기준에 따라 합리적으로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환경정화 의무에 따른 미래 비용은 정화 범위와 방식, 예상 집행 시점 등 여러 변수를 토대로 추산해야 하는 만큼 금융당국과 회사 사이에 판단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회사는 충당부채 규모를 관련 법령과 회계기준이 정한 절차에 맞춰 산정했으며, 복수의 외부 전문가와 독립된 감사인의 검토를 거쳐 재무제표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증선위 처분에 불복해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한편, 행정소송을 통해 회계처리의 적정성을 다투고 있다.
영풍은 “이번 사안은 회계기준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추정과 판단을 두고 당국과 회사의 견해가 달라 발생한 것”이라며 “고의적인 회계부정이나 회계정보 왜곡, 외부감사 방해 행위와는 본질적으로 구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영풍은 “향후 본안 절차에서 회사의 입장을 충실히 소명하겠다”며 “관련 법규와 회계기준을 준수하고 투명성과 신뢰성을 갖춘 회계처리를 통해 주주와 투자자의 가치를 보호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영풍 저련소 전경 [자료=영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