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2024년 연말 정기 인사에서 HS사업본부장 류재철(柳在哲)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CEO)로 선임했다. 금성사 가전연구소 엔지니어로 출발해 35년 만에 최고경영자에 오른 기술형 사업가로, 글로벌 생활가전 1위(단일 브랜드 기준)를 이끈 핵심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LG전자의 사업 체질 변화와 기술 중심 경영 강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류재철 LG전자 신임 대표이사. [사진=LG전자]
류재철 사장은 1989년 금성사 가전연구소에 입사해 재직 기간의 절반 이상을 R&D에서 근무한 기술 리더다. 2021년부터 LG전자의 핵심 사업부인 H&A(생활가전) 사업본부장을 맡아 글로벌 1위 시장 지위를 공고히 했으며, 생활가전 매출 연평균 성장률 7%를 기록하는 등 레드오션 시장에서 차별적 경쟁력을 구축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가 두드러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3분기 기준 미국 생활가전 시장에서 21.8%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유지했다. 컨슈머리포트·JD파워 등 현지 평가에서도 △프렌치도어 냉장고 △양문형 냉장고 △건조기 △전자레인지 등 주요 제품군에서 최고 순위를 차지했다.
류 사장은 ‘문제 드러내기’와 ‘강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한 경영 방식으로 조직문화 혁신을 추진해 왔다. HS사업본부는 올해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문제 발굴과 해결책 제시를 위한 ‘문제 드러내기 콘테스트’를 진행했으며, 수천 건의 개선안이 실제 밸류체인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매년 말 진행되는 GIB(Go Into Battle) 리더십 워크숍은 문제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방식의 조직 실행력 강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사업모델 혁신도 주도해 왔다. LG전자는 구매 후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UP가전’과 가전에 서비스를 결합한 구독형 사업모델을 통해 차별화 전략을 가속했다. UP가전은 글로벌 누적 기능 업그레이드 2,000만 건을 돌파했으며, 구독 사업 매출은 올해 3분기 누적 2조원에 육박한다.
또, 미국 통상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기지를 유연하게 운영하는 ‘스윙생산체제’를 선제적으로 구축해 관세 리스크를 완화했으며, 인도·브라질 등 신흥시장 투자 확대를 통해 글로벌 사우스 지역 공급망도 정비하고 있다.
류 사장은 AI 기반 경영 혁신에도 앞장서 왔다. 생활가전 R&D 조직에는 오픈AI의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을 활용한 추론형 AI가 도입돼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또한 생성형 AI 기반 고객 데이터 분석 시스템 ‘찾다(CHATDA)’를 구축해 글로벌 고객 행동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LG전자는 이를 통해 기존 3~5일 소요되던 분석 시간은 30분 이내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류재철 사장 선임을 통해 기술 중심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 AI 전환 가속화, 플랫폼형 가전사업 확대 등 중장기 전략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엔지니어 출신 CEO를 전면에 세운 만큼, LG전자의 글로벌 가전 시장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