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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지배구조] ①2018년 현대모비스 분할 개편안은 왜 실패했나

- 글로벌 사모펀드 엘리엇 "행동주의" 선언→국내와 해외 기관 모두 '반대'→지배구조 개선 철회

- 국민연금도 사실상 반대..."합병 시너지 불명확하고 주주가치 증대 어려워"

  • 기사등록 2025-11-17 15: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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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현대차그룹의 그간의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과 향후 전망, 순환출자 형성 과정 등을 심층분석하는 '현대차 지배구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글로벌 사모펀드 엘리엇이 일본 도요타 자동차에 행동주의를 선언하고, 정의선 회장이 지분을 가진 보스턴 다이나믹스 기업가치가 점프하면서 현대차 지배구조가 다시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재계 '빅3'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를 둘러싼 현안과 해법을 정리해 한국 재계가 나아가야 길을 제시하겠습니다.
[더밸류뉴스=정지훈 기자]

"현대모비스를 분할하고, 분할된 사업부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미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순환출자에서 비롯된 정부 규제를 해소하겠습니다." 


2018년 3월 28일 오전, '현대차그룹, 출자구조 개편으로 기업 주주가치 높인다'는 제목으로 언론사 자동차 출입기자들에게 배포된 보도자료의 요지다. 삼성에 이어 재계 '빅2'이던 현대차그룹의  이같은 발표는 한국 경제와 주식 시장 참여자들에게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현대차 지배구조] ①2018년 현대모비스 분할 개편안은 왜 실패했나현대차그룹 지배구조와 현황. 2025. 6. 단위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 2개월만에 "지배구조 개편 철회" 발표...엘리엇 행동주의 나서 

 

당시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것은 더 이상 미루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앞서 언급한대로 현대차그룹은 삼성에 이어 재계 '빅2'였지만 지배구조는 한국 재계에서 가장 후진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①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글로비스, ②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제철, ③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제철, ④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의 4중으로 중첩돼 있었다. 당시 재계 '빅10' 가운데 현대차그룹 만큼 지배구조가 낙후된 곳은 없었다. 그런데 현대차가 글로벌 자동차 '빅5'(폭스바겐∙르노닛산∙도요타∙GM∙현대차)로 점프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선진 지배구조를 요청받다보니 지배구조 개편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렵게 된 것이다.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배구조 개선을 거세게 압박했다.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를 계기로 현대차그룹은 콘퍼런스콜과 기자회견을 열고 애널리스트, 기관투자가, 주식 투자자들에게 개편 당위성을 설득했다. "순환출자를 해소하면 기업 경영이 투명해지고 주주가치도 올라갈 것"이라는 요지였다.


[현대차 지배구조] ①2018년 현대모비스 분할 개편안은 왜 실패했나현대차그룹 연혁과 지배구조 개편 일지.

◆ 글로벌 양대 자문사 ISS, 글래스 루이스 '반대'


그런데 그해 5월 21일,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지배구조 개편 발표 2개월이 채 되지 않아 '없던 일'로 돌아간 것이다. 


이 기간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철회한 계기는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Elliott Management. 이하 엘리엇)의 반대 때문이었다. 


엘리엇의 폴 싱어(Paul Singer) 최고경영자는 현대차그룹 측에 "개편안이 주주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정의선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운동을 전개했다. 구체적으로 엘리엇은 현대모비스의 분할 사업부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 비율이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불리하고, 합병이 사업 시너지가 창출되지 않고 순환출자 해소에만 치우치고 있으며, 배당확대나 자사주 매입(혹은 소각) 같은 주주 친화 정책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지지자 확보에 나섰다. 엘리엇은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지분을 약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 당시 환율 기준) 어치 보유한 상태였다.


이를 계기로 현대차그룹과 엘리엇 사이에 여론전이 촉발됐다. 일부 언론은 현대차그룹을 거들었다. A매체는 "정의선 총수 일가는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매각해 기아와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인수하려면 1조원이 넘는 양도세를 내야 한다"며 "이를 감수하려는 것은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정공법"이라고 보도했다. 


◆ 캐스팅 보트 국민연금 사실상 반대로 현대차 '동력' 상실


결과는? 


한마디로 '엘리엇 완승'이었다. 우선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로 불리는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글래스 루이스(Glass Lewis)가 엘리엇 주장에 손을 들어주었다. ISS는 "현대차그룹 개편안이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불리하며 분할·합병의 경영상 타당성이 불명확하다"며 반대를 권고했고 글래스 루이스는 "현대차그룹 개편안은 의심스러운 경영논리(suspicious business logic)에 바탕을 두고 있고 가치평가가 불충분하게(insufficient valuation) 이루어졌다"며 마찬가지로 주주들에게 반대표를 권고했다. 


여기에다 현대모비스 2대주주(9.8%)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이 사실상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은 결정적이었다. 국민연금은 직접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을 맡고 있던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반대를 권고했다. KCGS는 "현대차 개편안의 분할 방식이 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합병에 따른 시너지가 불명확하며, 주주가치가 높아지기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서스틴베스트, 대신지배구조연구소도 유사한 논리로 반대의견을 권고했다. 이른바 '개미'들의 반발도 거셌다. 개미들은 주식 관련 사이트, 카페 중심으로 격렬한 반대 운동에 나섰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동력'을 상실하고 지배구조 개편 철회를 발표할 수 밖에 없었다. 정의선 회장은 당시 현대차 기획 및 영업 담당 부회장으로서 부친 정몽구 회장이 고령으로 일선에서 물러난 뒤 실질적 경영 총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었길래 국내와 해외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전면 보이콧'에 부닥쳤던 것일까? 


[현대차 지배구조] ①2018년 현대모비스 분할 개편안은 왜 실패했나현대차그룹 오너 가계도와 지분 현황. 2025. 6. 단위 %. 

7년이 지난 2025년 11월 현재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가 다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2018년의 '바로 그' 엘리엇이 일본 도요타 자동차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고 행동주의를 선언한 것이 계기다(2회에서 이어집니다)


jahom01@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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