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해외 계열사를 동원해 탈법적인 상호주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최대주주인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행위에 대해 법원이 위법성을 재확인했다.
고려아연 지배구조. 2025. 6. 단위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서울고등법원 제40민사부는 지난 29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효력 정지 가처분 사건 항고심에서 1심 결정을 대부분 인용했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채무자들의 주장은 1심에서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제출된 주장과 기록을 검토한 결과 1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월 열린 고려아연의 임시주총에서 최대주주인 영풍에 대한 의결권 제한한 것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영풍이 제기한 ‘임시주총 결의 효력정지 및 선임된 이사들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지난 3월 인용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이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3월 고려아연의 이의신청을 기각했고, 서울고법이 이번에 고려아연의 항고도 기각한 것이다.
가처분 1심 당시 재판부는, 주식회사에서 주주의 의결권은 주주가 회사의 기관 중 하나인 주주총회에 출석해 결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로서, 헌법상 보장되는 재산권의 하나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상법 제369조 제3항은 엄격하게 해석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해당 조항에서 말하는 ‘모회사’와 ‘자회사’는 모두 우리 상법에 따른 주식회사를 전제로 한 개념인데, 고려아연이 출자한 SMC는 주식회사가 아님이 명백하므로, 명시적 규정 없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약 7개월 간의 심리 끝에 이러한 1심 결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열린 고려아연의 임시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이 부당하게 제한된 상태에서 통과된 다수 안건의 효력 정지가 계속 유지된다. 해당 임시주총에서 선임된 고려아연 측 추천 이사 7명 중 4명의 직무는 여전히 정지되며, 1-4호(액면분할) 및 1-8호(분기배당 도입) 안건의 효력 정지도 계속 유지된다.
다만 임시주총 당시 선임된 최 회장 측 추천 사외이사 중 3명은 이후 4월 정기주총에서 재선임됐거나 이미 사임한 점을 들어, 법원은 이들과 관련된 가처분 신청 일부를 각하했다. 또한 이후 열린 정기주총에서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으로 의결된 1-2호(이사수 상한), 1-6호(사외이사 의장 선임), 1-7호(배당기준일 변경) 안건에 대해서도 신청 이익이 사라졌다고 판단해 1심 결정을 취소했다.
영풍 관계자는 “법원이 위법한 의결권 제한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내려준 것을 환영한다”며 “법리적인 부분은 검토한 뒤 진행 중인 정기주주총회 결의취소소송 등 관련 사건에서 그 결의의 효력을 계속 다투어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고려아연 관계자는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9일 고려아연 1월 임시주주총회에 대한 가처분 결정 이의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기각 결정을 내렸다"면서 "이번 결정은 지난 1월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총 결의의 효력에 관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 "1월 임시주총 결의의 효력에 관한 법원의 결정은 고려아연 호주 자회사인 SMC가 주식회사에 해당하므로 상호주 효력이 인정되는 만큼 1월 임시주총 효력을 정지한 가처분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고려아연의 요청을 항소심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면서 "SMC가 주식회사 요건을 일부 갖추지 못했다는 가처분 재판부 판단을 유지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3월 정기주총에서의 영풍 의결권 제한이 적법하며 해당 결의의 효력이 유효하다는 점이 이미 고등법원에서 명확히 판단됐다"고 전했다. 영풍은 정기주총 결의취소 소송 등 관련 사건에서 계속 효력을 다툴 예정이라고 밝혀 양사의 입장이 대립됐다.
이밖에 1심 재판부가 2호(이사 수 상한), 6호(사외이사 의장 선임), 7호(배당기준일 변경) 안건에 대해 효력을 정지시킨 것과 관련, 항소심 재판부가 3월 정기주총에서 재의결되어 신청 이익이 사라졌다고 판단한 점에 대해 고려아연은 이사회의 독립성 및 효율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유지되도록 결정된 것으로 해석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영풍 측과 대립각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