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이사의 총주주 충실의무’ 명문화와 ‘10대 1 액면분할’ 등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서를 회사 측에 공식 제출했다.

영풍·MBK 연합은 12일 “고려아연의 왜곡된 기업 거버넌스로 훼손된 주주가치를 회복하고, 이사회와 주주총회가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재정비하기 위해 제52기 정기 주주총회 안건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 “이사회, 전체 주주 공평하게 대우해야”
이번 주주제안의 핵심은 이사의 의무를 기존 ‘회사’ 중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정관 변경이다. 영풍·MBK 측은 신주 발행 시 이사회가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관에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과거 경영진 주도로 시도됐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집행임원제’ 도입도 제안했다. 의사결정 및 감독 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실제 업무를 집행하는 임원을 분리해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또한 주주총회의 공정성을 위해 의장을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회 의장이 맡도록 하고, 이사회 소집 통지 기간을 현행 1일 전에서 3일 전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 액면분할로 유동성 공급… ‘퇴직금 잔치’ 제동
소액주주를 겨냥한 파격적인 제안도 나왔다. 현재 5000원인 주당 액면가를 500원으로 낮추는 ‘10분의 1 액면분할’을 통해 개인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약 3924억원 규모의 임의적립금을 배당 가능한 이익잉여금으로 전환, 향후 자사주 소각 시에도 차질 없는 분기 배당이 가능하도록 재원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현 경영진을 향한 날 선 비판도 이어졌다. 영풍·MBK 측은 명예회장에게 회장과 동일한 최고 지급률을 적용하는 현행 퇴직금 규정을 “과도하다”고 지적하며 합리적 개정을 요구했다. 최윤범 회장 일가로의 자산 유출을 방지하고 재무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경영권 다툼 아닌 원칙 회복 문제”
이사회 구성과 관련해서는 임기 만료 이사 수에 맞춰 6인의 이사 선임을 요구하며, 집중투표 방식을 전제로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박병욱 후보와 최연석 MBK 파트너스 파트너, 사외이사 후보로는 오영 후보, 최병일 후보, 이선숙 후보를 추천했다.
영풍·MBK 파트너스는 “이번 제안은 단순한 경영권 힘겨루기가 아니라 상장사가 지켜야 할 기본 질서와 원칙을 회복하자는 것”이라며 “고려아연이 거버넌스 개선의 모범 사례가 되어 자본시장 신뢰를 회복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에 오는 20일까지 안건 수용 여부를 회신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에 따라 내달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포함한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