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옥 작가의 '오후 3시'. [자료=장뽈 홍 화가]
◆김정옥의 '오후 3시'... 일상의 정취 담아낸 필선의 미학
여기 언뜻 낙서처럼 보이는 그림 한 점이 있다. 젊은 남성이 의자에 앉아있는 듯하다.
이 그림은 올해 광주은행이 주최한 광주화루전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은 김정옥 작가의 드로잉 작품 '오후3시'이다.
그림은 현대 한국화의 새 가능성을 보여준다. 작가는 극도로 절제된 선(線)의 언어 만으로 도시인의 일상을 포착해냈다.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는 지하철 승객의 모습을 담은 이 작품은 불필요한 요소를 모두 걷어내고 본질만을 남긴 미니멀리즘을 보여준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선의 리듬감은 마치 동양 음악의 여백과도 같은 미학적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현대 도시인의 고단함과 그 속에서 찾는 찰나의 휴식을 동양화의 정신성으로 승화시켰다. 전통 수묵화의 기법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김 작가의 작품은, 한국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다.
광주화루전은 투명한 심사와 작가 지원으로 정평을 얻고 있는 공모전이다. 올해도 한국화의 전통과 현대적 변용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는 작품들이 출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