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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한미 통합, 이상(理想)적 결합인가 이상(異常)한 계약인가...장남 반대의사 표명

- 임종윤 사장,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통합 관련 고지나 정보·받은 적 없어"

- 한미약품,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 만장일치로 통합절차 결정"

  • 기사등록 2024-01-15 17: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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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명학 기자]

에너지 전문 OCI그룹(회장 이우현)이 제약 전문 한미약품그룹(회장 송영숙)과 통합해 각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통합 초반부터 한미약품그룹의 오너가(家) 인사가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최종 통합에 도달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약·바이오 시너지 기대↑... '윈윈' 계약 평가


OCI그룹은 지난 12일 한미약품그룹과 각사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해 그룹간 통합에 대한 합의 계약을 각 사 이사회 결의를 거쳐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라 OCI그룹의 지주회사 OCI홀딩스는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27%(구주 및 현물출자 18.6%, 신주발행 8.4%)를 취득하고,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한다. 


OCI홀딩스는 각 그룹별 1명씩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 2명을 선임해 공동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우현 회장과 한미 임주현 사장이 각자 대표를 맡게 된다. 양 그룹별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등이 완결되면 실질적으로 두 그룹이 하나의 기업집단으로 통합되며, 후속 사업조정 등을 거치면서 향후 ‘제약·바이오’와 ‘첨단소재·신재생에너지’ 사업군을 기반으로 상생 공동경영을 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국내 재계에서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이종 기업간 결합이다. 


한미약품그룹의 지배구조와 현황. 2023년 9월. 단위 %. [자료=한미사이언스 사업보고서]

전문가들은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의 통합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이다. OCI그룹은 제약·바이오 분야 사업 확대를 기대할 수 있고, 한미약품그룹은 글로벌 제약사로서 도약할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는 점에서 '윈윈' 계약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는 평이다.


OCI그룹은 과거 염화칼슘, 과산화수소 등을 주로 생산하는 국내 대표 화학기업으로 2000년대 태양광 폴리실리콘 사업에 뛰어들며 소재·에너지 기업으로 확장 변신했다. 그러나 화학·소재 사업만으로는 성장 한계에 부딪혔고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와 태양광 업황 악화 등으로 태양광 사업에서마저 생산 중단, 구조조정 등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그룹 내부에서 신사업 발굴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2년 제약·바이오 분야의 성장을 기대하며 부광약품까지 인수했으나 가시적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약품그룹을 품에 안을 수 있게 된 점은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OCI그룹 입장에서 부담스럽지 않은 인수금액도 좋은 계약을 이끌어내는 데 한 몫 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OCI그룹이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취득하며 얻게 되는 취득금액은 총 7703억원인데, 이 중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및 현물출자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5200억원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OCI그룹의 수익성과 현금성자산을 고려하면 부담스러운 규모가 아니다.


OCI그룹은 한미약품그룹과의 통합에 따른 새로운 출발과 도전, 혁신의 염원을 담아 브랜드(사명 및 CI) 통합 작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브랜드 통합 작업은 사실상 통합 지주사 지위를 갖게 되는 OCI홀딩스가 주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미사이언스는 제약·바이오 자회사를 거느리는 중간 지주사가 되고 여기에 소재·화학 분야 중간 지주사를 추가로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임종윤 사장 "OCI와 통합 들어본 적 없어"… 母子의 난 조짐


그런데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총괄 사장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암초를 만났다. 


그는 지난 13일 자신의 회사인 '코리그룹'의 X(구 트위터)를 통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자료도 전달받은 적이 없다"며 "현 상황에 대해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한미약품그룹 오너가에 속하는 인사가 이번 통합 소식을 뉴스로 전해 들어야 했던 것이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사진=한미약품]

임종윤 총괄 사장은 고(故) 임성기(1940~2020) 창업 회장 장남으로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2%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2년 3월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현재는 한미약품 미래전략 총괄 사장을 맡고 있다.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디엑스앤브이엑스(Dx&Vx) 최대주주이자, 지난 2007년 홍콩에 설립한 개인 회사 코리그룹의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는 송영숙 회장(12.56%)이며 임종윤 사장은 2대 주주이다. 장남 임종윤 사장과 뜻을 함께하는 것으로 전해진 차남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7.20%를 보유하고 있다. 두 형제의 지분을 합치면 19.32%이다. 송영숙 회장과 자녀 임주현 실장 지분(7.29%)을 합치면 19.85%로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미약품그룹의 출발은 고 임성기 창업회장이 1967년 서울 동대문에 오픈한 ‘임성기 약국’이다. 임성기 창업회장은 부인 송영숙 회장과의 사이에 장남 임종윤 사장, 장녀 임주현 전무, 차남 임종훈 전무를 두었다. 


임종윤 사장 "창업 회장 타계 이후 경쟁력 무너져"


한미약품 오너가는 OCI와의 통합에 앞서 셀트리온측에 한미약품 인수를 제안했으나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윤 사장은 최근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창업 회장님이 작고한 이후 지난 3년간 이런 식의 독단적인 결정이 이어졌고, 그로 인해 한미약품그룹의 경쟁력이 무너졌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의 그릇된 판단을 참다 못해 회사를 나간 핵심 인재들이 셀 수 없이 많다"며 "최강의 팀이 돼 인재들을 끌어모아도 모자랄 판에 잡고 있던 토끼도 다 놓치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임종윤 사장 측은 우선 행동주의펀드나 사모펀드 등을 통해 대응 방안을 모색하면서, 향후 임시이사회 소집 요구나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경영권 분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임종훈 사장이 한미사이언스의 사내 이사가 아니기 때문에 적법하게 이뤄진 이사회의 지분 교환 결의를 실효성 있게 막을 만한 방법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면 무효화 등의 불발 가능성도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미약품그룹측은 "이번 통합 절차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으로,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 사내이사이지만,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속해있지 않다"며 "임종윤 사장이 대주주로서 이번 통합에 대해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임종윤 사장과) 만나 이번 통합의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 설명해 이번 통합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myung092251@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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