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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투기 수요 급증으로 ETN 거래액 사상 최대 경신

- 4월 평균 거래대금 4100억원…4달만에 20배 이상 증가

  • 기사등록 2020-05-04 17: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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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신현숙 기자]

지난달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시장 개설 이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유가가 급락하자 원유 선물 ETN에 투자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월 ETN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약 412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ETN 시장이 개설된 이후 가장 큰 금액이다. 올해 2월까지만 해도 ETN 시장 월별 일평균 거래대금은 358억원 규모였다.

 

그러나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4개월 만에 20배나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207억원이었다.

 

서울 영등포구 KRX한국거래소. [사진=더밸류뉴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ETN 시장 거래대금이 급증했다고 봤다. 코로나19로 주가가 급락한 3월에는 일평균 거래대금이 1243억원으로 급증했고 4월에는 4000억원을 넘기며 거래 규모가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로 국제유가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연계 ETN을 중심으로 투기적 투자 수요가 몰린 것도 이번 거래대금 급증에 기여했다.

 

4월 6일 ETN 시장 거래대금은 1조원에 육박한 바 있다. ETN 시장 거래대금은 8950억원, 선물 연계 ETN 14종목의 하루 거래대금은 8551억원이었다. 이날 거래대금 중 96%가 원유 선물 연계 ETN 거래대금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거래가 몰리자 가격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투자 손실 우려도 증가했다. 유가 급락으로 지표가치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투자자 매수세가 이어진 결과 지표가치 대비 ETN 시장가격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것이다.

 

특히 WTI 원유 선물 레버리지 ETN의 경우 괴리율이 지난달 한때 1000%에 육박해 지표 가치의 10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에 거래소는 "투자자가 ETN을 지표가치보다 비싸게 매수하면 시장가격이 지표가치에 수렴하여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투자에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에서도 WTI 선물 ETN 및 상장지수펀드 상품에 대해 소비자경보 최고 등급인 위험 경보를 발령한 바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사진=더밸류뉴스]

그러나 이 같은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원유 선물 ETN을 연이어 매수하고 있어 투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 투자자의 ETN 순매수 상위 종목 10개 가운데 9개는 원유 선물 ETN이었다.

 

이 중 개인 순매수 상위 1위는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였는데 해당 제품의 지난달 주가는 79.67% 폭락했다. 이어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또한 한 달간 53.09% 떨어졌다.

 

그 외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과 '신한 WTI원유 선물 ETN(H)' 역시 각각 55.67%, 52.14% 떨어졌다. 이에 ETN 개인 순매수 상위 10종목의 지난달 월간 기준 평균 수익률은 -36.78%를 기록했다.

 

해당 제품들의 괴리율은 최고 449%이다. 이는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감안하면 향후 가격이 정상화될 때까지 추가 급락이 우려된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의 최대 영향 변수는 석유 공급과 수요 간 차이를 반영하는 재고”라며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비회원 10개국) 주도 석유시장 안정화 노력이 결실을 맺기 전까지는 연초 대비 높은 변동성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공원배 KB증권 연구원은 “원유에 투자할 경우 원유 선물 레버리지 ETN보다는 괴리율이 양호한 ETF(상장지수펀드)를 투자 수단으로 권고한다”며 “단기 투자가 아니거나 안정적 투자를 원할 경우 롤 오버 비용이 큰 원유 선물보다는 원유 가격과 연동되는 현물 편입(원유 생산 기업 등) ETF를 활용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원유는 보관 비용이 들고 극단적으로 낮아진 현재의 유가 수준은 미래 유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확대하면서 슈퍼 콘탱고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라 선물 롤 오버 시 비용이 발생하고 해당 비용은 원유 선물 ETP의 순자산가치(NAV)에서 차감된다”고 설명했다.

 

‘콘탱고’는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높거나 결제월이 멀수록 선물 가격이 높아지는 현상이다. 선물 가격에는 만기까지 소요되는 현물의 보유비용이 추가적으로 포함되기 때문에 선물 가격이 더 높은 것은 일반적이지만 차이가 지나치게 큰 슈퍼 콘탱고 상황에선 선물 교체 비용도 그만큼 증가하게 된다.

 

이는 원유 선물 ETP 투자자들이 중장기 원유 선물에 투자하게 되면 콘탱고 상황을 지속해 롤오버 비용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ETF의 NAV에서 비용이 차감되어 ETF 수익률은 기초지수 등락률, 수익률 하회 등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shs@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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