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이 재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재벌 그룹 오너 일가에 대해 사법부가 이번 판결을 기준점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경영권 분쟁을 치르고 있는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커지지 않았느냐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달 29일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조현범 회장에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조 회장은 사적 친분에 따라 변제 능력이 부족한 협력사에 거액을 대여하고, 회사 자산을 이용해 배우자 전속 수행, 고가 차량 및 이사 비용 처리 등 개인 목적에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이번 판결은 오너 개인의 형사처벌을 넘어 향후 유사 사안에 대한 법적 기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흐름 속에 법조계와 재계는 고려아연의 오너 3세 최윤범 회장에 주목하고 있다. 영풍·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와 관련해 고소·고발 및 수사가 진행 중인 건이 다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고려아연의 매출액, ROE(자기자본이익률), 경영권 분쟁 일지.
지난해 10월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에 나서자 고려아연은 주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총 2조원 규모로 자사주를 매수해 이들의 공개매수를 방해했다. 영풍은 이에 대해 최 회장 등 이사들이 회사에 총 6800억원 규모 손실을 끼쳤다며 배임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최 회장은 조 회장과 마찬가지로 회사 자산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을 뿐 아니라 경영권 방어와 지배력 강화에 회삿돈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는 점에서 사법적 쟁점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회사 SMC를 동원해 영풍의 지분 10.33%를 매입함으로써 상호주 구조를 형성한 행위와 관련해서도 배임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이밖에도 지인과 연계된 사모펀드(원아시아파트너스)에 5614억 원을 투자해 손실을 낸 혐의, 완전자본잠식 상태의 이그니오홀딩스를 인수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의혹 등으로 고소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의 실형 판결은 오너 일가의 탈법 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강하게 단죄할 수 있다는 선례로 기능할 것”이라며 “최윤범 회장 또한 법의 심판대 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