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이 급등하면서 서울 주택을 구매하는데 걸리는 기간이 미국 뉴욕 주택을 구매하는 것 보다 2.64배 더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더밸류뉴스가 지난해 9월 기준 서울 비롯해 뉴욕(미국), 런던(영국) 등 주요국 8개 도시의 PIR(가구소득대비주택가격비율. Price to Income Ratio)을 조사한 결과 서울(15.6)은 홍콩(20.7)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어 벤쿠버(13.0. 캐나다), 시드니(11.8. 호주), 로스앤젤레스(8.9. 미국), 런던(8.6. 영국), 뉴욕(5.9. 미국), 싱가폴 순이었다.
◆서울 중위 주택, 15.6년 동안 한 푼 쓰지 않고 모아야
PIR이란 연평균소득을 반영한 특정 지역의 주택을 구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PIR이 10배라는 것은 10년 동안의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두 모아야 해당 지역의 주택 한 채를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다.
PIR는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부동산 가격 적정 지표 계산법이며 각국의 집값 수준을 비교하는 데 유용하다. 통상 PIR은 3~5배 정도가 적당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미국 부동산컨설사인 웬델콕스컨설팅는 국제 주택 구매력 보고서에서 “PIR이 5를 넘으면 적정 수준을 벗어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서울 PIR은 서울시 3분위 평균주택가격을 도시지역(2인 이상) 가구 기준 3분위 가구소득으로 나눈 값이고, 해외 도시의 경우 중위주택가격을 중위 가구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 사용됐다.
PIR은 실제 주택 가격과도 비례한다. PIR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주택 가격이 비싸 구매하기까지 장기간에 걸쳐 소득을 모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의 PIR은 15.6배로 서울 지역의 주택을 구매하려면 15.6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아파트, 빌라, 오피스텔 등의 주택을 모두 포함해 계산된 것이기 때문에 이들 주택 유형 가운데 상대적으로 고가인 아파트를 구매하려면 15.6년보다 더 많은 기간이 소요됨을 의미한다.
서울의 최고급 아파트는 평당 1억원에 거래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7차 압구정동 현대7차아파트(전용면적 245.2㎡. 약80평)가 80억원에 거래됐다. 평당 1억원이다.
1위 홍콩의 PIR은 20.7배로 이 지역 주택을 구매하려면 무려 20.7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의 '살인적인 집값'은 잘 알려져 있다. 홍콩은 10년 넘게 세계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도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홍콩 면적(1,106㎢)은 서울(605㎢)의 두 배에 가깝고, 인구는 700만명이다. 언뜻 서울보다 주거 펀더멘탈이 양호할 것 같지만 개발할 수 있는 땅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지난 2월에는 314㎡(약 95평) 아파트가 4억5900만 홍콩달러(약 660억원)에 팔리면서 홍콩 아파트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평당으로 환산하면 약 6억9400만원이다.
◆서울 주택 구매, 뉴욕보다 2.64배 더 걸려
미국 뉴욕(New York City)의 PIR은 5.9배로 이 지역 주택을 구매하려면 5.9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의 PIR 15.6 대비 37.82% 수준이다.
그렇지만 뉴욕은 맨해튼, 브루클린, 퀸스, 브롱크스, 스태튼아일랜드의 5개 자치구로 나뉘어있고, 자치구에 따라 주택 가격 편차가 큰 편이다. 뉴욕 전체 면적(1214㎢)은 서울(605㎢)의 두 배 가량이다. 이처럼 광활한 면적의 뉴욕시에서 가장 고급 지역은 맨해튼이고 나머지 브루클린, 브롱크스 등은 소외된 지역이다. 가수 겸 영화배우 마돈나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에 나오는 암울한 슬럼가 지역이 브루클린 자치구다.
맨해튼 지역의 집값은 서울 못지 않다.
미 외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 서쪽 블루밍데일 지역의 한 아파트(195.1㎡. 약 59평)가 지난달 249만달러(약 29억2000만원)에 매각됐다. 평당 4억9400만원이다. 맨해튼 센트럴파크는 서울로 치면 강남 압구정에 해당한다.
또,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위치한 고급 주택 '아만 레지던스' 두 채가 몇 주 전 각각 3450만 달러(약 397억), 3000만 달러(약 345억원)에 계약됐다. 두 레지던스 모두 3700 평방 피트(약 104평)이 넘는 규모다. 평당으로 환산하면 약 3억8100만원이다.
◆서울 중위 아파트, 10억 눈앞
서울의 고급 주거지역 주택 가격이 홍콩, 맨해튼보다 낮다고 해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서울 주택의 가격 상승 속도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9억9833만원으로 나타났다. 중위 가격은 집값을 가장 비싼 집부터 가장 저렴한 집을 줄 세워봤을 때 중간 가격을 의미한다. 2015년까지 4억~5억 초반대를 유지하던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2016년부터 상승세를 타더니 지난 2018년 8억원을 돌파한 후 올해 10억원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올해 5월 서울의 PIR은 3분위 소득, 3분위 주택 가격일 때 17.8로 나타났다. PIR이 17.8이라는 것은 서울의 중위 소득 가구가 17년 8개월간 급여 등 소득을 전부 모아야 중간가격의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PIR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역대 최고치이고 3년 전인 2018년 3월(12.1) 대비 약 150% 증가한 수치이다.
이번 조사는 서울 시내 아파트 구매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다 쓰는 것) 현상을 뒷받침한다. 서울 압구정동 30평 아파트를 평당 1억원으로 단순 계산해보면 30억원이고, 이는 PIR 계산이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내년까지 현재 추세가 크게 변동되지 않을 것”이라며 “주택 공급 부족, 부동산 시장으로의 유동성 집중, 금리 인상 등을 감안하면 수도권과 지방의 주택 가격이 전체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