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연금 사업에서 반드시 1등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6일 오전에 열린 한국투자증권 연금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설명회. 김도현 한국투자증권 개인고객그룹장은 연금 사업을 향한 목표를 이같이 밝혔다. 이날 행사는 단순한 MTS 기능 개편 소개를 넘어 한국투자증권이 연금을 향후 자산관리 사업의 핵심 축으로 키우겠다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한국투자증권은 연금 홈과 ‘나의 총 연금자산’, 개인화 맞춤 알림 등 새 기능을 직접 시연했다. DC(확정기여형)·IRP(개인형퇴직연금)·연금저축 등 여러 계좌에 흩어진 연금자산을 한 화면에서 확인하고 고객 상황에 따라 현재 필요한 관리 항목을 제안하는 것이 핵심이다. 향후 모델포트폴리오(MP)와 연금자산 분석 기능 등을 추가해 적립부터 운용, 수령까지 아우르는 종합 연금 플랫폼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연금 홈과 나의 총 연금자산 등 새 기능을 직접 시연했다. [사진=더밸류뉴스]
◆ 김도현 “연금도 반드시 1등”…PB·IB 강점 연금에 결합
한국투자증권이 연금 사업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선 배경에는 빠르게 성장하는 연금 시장이 있다. 회사는 현재 증권업계 퇴직연금 사업자 가운데 3위, 전체 사업자 가운데서는 10위 수준이지만 기존 PB(프라이빗뱅커)와 IB(기업금융) 경쟁력을 연금에 접목해 순위를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김 그룹장이 퇴직연금 사업자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했다. [사진=더밸류뉴스]
김 그룹장은 “어느 회사나 1등을 목표로 하지 않겠느냐”며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연금 사업에서 반드시 1등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고 올해 연금 조직을 개편하고 인력도 많이 충원했다”고 말했다.
연금 사업에서 한국투자증권이 내세운 무기는 PB와 IB다. 개인 고객 자산관리에 강점을 가진 PB 조직과 기업·법인 네트워크를 확보한 IB 역량을 연금 사업에 결합한다는 구상이다. 퇴직연금은 실제 자산을 운용하는 개인뿐 아니라 제도를 도입하고 운영하는 기업까지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만큼 두 부문의 결합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 그룹장은 “한국투자증권은 금융상품 잔고가 제일 많은 회사이고 PB 역량도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며 “전통적으로 IB와 법인 네트워크도 강한 만큼 PB와 IB의 강점을 잘 활용한 연금 사업을 본격적으로 해보겠다”고 밝혔다.
연금 가입자의 연령이 낮아지고 고객과 증권사의 관계가 길어지는 점도 플랫폼 확대의 배경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DC 가입자의 평균 연령은 36세로 10년 전보다 4세 낮아졌으며, 퇴직 이후 IRP로 수령하고 연금으로 수령하는 비중은 85%에 달한다.
최종진 한국투자증권 연금혁신본부장은 “연금 고객은 36세에 한국투자증권과 만나 최소 65세까지 적어도 30년의 기간을 함께 자산을 운용하고 키워나가게 된다”며 “30년에 달하는 고객의 모든 생애주기와 함께하는 연금 종합 플랫폼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DC·IRP·연금저축 한눈에…“지금 해야 할 일 하나씩 알려준다”
이날 시연에서 눈에 띈 기능은 ‘나의 총 연금자산’이다. 기존에는 IRP와 DC, 연금저축 등 여러 연금계좌에 들어가 각각 평가금액과 보유 상품을 확인해야 했다면 개편된 MTS에서는 한국투자증권에 보유한 연금자산을 한 화면에서 통합해 볼 수 있도록 했다.
한국투자증권이 나의 총 연금자산 기능을 통해 계좌 종류 구분 없이, 고객이 보유한 전체 연금상품과 자산 규모 등을 확인할 수 있게 MTS를 개편했다. [사진=더밸류뉴스]
상품별 화면에서는 계좌 종류를 구분하지 않고 고객이 보유한 전체 연금상품과 자산 규모, 수익률, 포트폴리오를 확인할 수 있다. 보유 상품 상세 화면에서는 필요할 경우 매수·매도로 바로 이어지도록 동선을 연결했다.
ETF를 거래하는 연금 고객을 위해 실시간 체결 내역도 반영한다. 당일 ETF를 매수하거나 매도한 뒤 변경된 잔고와 현금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연금자산 화면을 단순 조회에서 실제 투자와 관리 영역으로 확장했다.
황 팀장이 MTS 개편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황윤희 한국투자증권 디지털연금부 팀장은 “가장 중요한 핵심은 제도를 구분하지 않고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모두 합쳐 한 번에 보여드린다는 것”이라며 “DC나 연금저축 등을 갖고 있어도 메뉴를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자산으로 내 연금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성”이라고 설명했다.
고객별 ‘할 일’ 기능도 이번 개편의 핵심이다. 계좌를 개설하고 입금하지 않은 고객에게는 납입을 안내하고, 돈을 넣은 뒤 투자하지 않은 계좌에는 투자를 위한 정보를 제공한다. 예금 만기나 위험자산 비중 확인 등 각 고객이 당장 해야 할 행동을 하나씩 제시하는 방식이다.
황 팀장은 “연금이 좋다고 해서 계좌는 만들었는데 이후 무엇을 해야 세액공제를 받고 어떻게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고객 의견이 많았다”며 “지금 바로 해야 할 일을 한 가지씩 알려드리고 이를 고객이 직접 수행하면서 한 단계씩 자산관리를 해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향후에는 MP 투자 기능도 도입할 예정이다. 외부 자문사에서 포트폴리오를 받아오는 방식이 아니라 한국투자증권의 리서치·상품·연금 자산배분 역량을 결합해 자체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최 본부장은 “한국투자증권 자체 리서치 역량과 상품 역량, 연금이 가진 자산배분 역량 세 가지를 결합해 고객에게 포트폴리오로 제시하는 엔진과 시스템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실물이전 2조 돌파…최종진 “70~80% 은행에서 넘어와”
한국투자증권은 MTS 개편과 함께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 이후 나타나는 자금 이동에도 주목하고 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은 기존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다른 금융사로 옮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최 본부장이 MTS 개편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한국투자증권]
최 본부장은 이날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된 이후 당사로 유입된 실물이전 규모가 이미 2조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특히 유입자금 상당 부분이 은행권에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본부장은 “아무래도 은행권에서 넘어오는 자금이 대다수로 약 70~80%를 차지하고 있다”며 “증권사 간에도 일부 이전은 있지만 한국투자증권 실적을 보면 20~30% 정도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는 일부 상품의 실물이전이 제한되는 제도적 요인 등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이전 규모가 작다고 설명했다.
다만 MTS 편의성을 높이고 실시간 ETF 잔고 등을 보여주는 것이 연금자산의 잦은 매매를 유도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장기 자산배분과 변동성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 본부장은 “연금은 어떤 타이밍에 어떤 매매를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결국 연금자산이 자본시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중요하고 3개월이나 6개월, 1년 수익률에 따라 연금자산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변동성, 즉 리스크 관리”라며 “향후 MP 투자나 로보어드바이저 등을 고도화해 고객의 리스크 관리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은 앞으로 고객의 연금 수익률과 자산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분석 기능도 확대할 예정이다. 다른 고객의 개별 수익률을 공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체 데이터를 기준으로 자신의 수익률과 자산 상태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연금 MTS 개편은 한국투자증권이 구상하는 종합 연금 플랫폼의 출발점이다. 모바일뿐 아니라 PB와 영업점, 법인 채널까지 고객과 만나는 모든 접점을 연금 플랫폼으로 확장해 디지털과 대면 자산관리를 병행한다는 구상이다.
최 본부장은 “단순 가입 유치나 수익률 관리를 넘어 전 생애를 아우르는 종합 연금 플랫폼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도 ‘연금에는 은퇴가 없다’는 모토 아래 노후 준비를 가장 쉽고 든든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고객 맞춤형 플랫폼을 정교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