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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집단소송제 ‘피해구제’ 취지엔 공감…헌법학자들 “소급적용·옵트아웃은 신중해야”

- 한국헌법학회, 지난 30일 FKI 타워서 집단소송제 도입 법안 헌법적 쟁점 점검

- 홍완식 교수 “시행 전 발생 사유 적용은 진정소급입법 위헌 소지”

- 옵트아웃 방식도 자기결정권·재판청구권 보장 위한 절차 설계 주문

  • 기사등록 2026-10-01 1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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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홍승환 기자]

“권리가 존재한다는 것과 그 권리를 실제로 구제받을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지난 9월 3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파인홀에서 열린 한국헌법학회 제2회 이슈진단 세미나. 서보건 한국헌법학회장은 집단소송제 도입 필요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개인정보 유출이나 제품 결함처럼 한 번의 행위로 다수가 피해를 입더라도 개인별 손해액이 크지 않으면 소송에 나서기 쉽지 않은 현실을 짚은 것이다.


다만 이날 세미나의 무게중심은 집단소송제 도입 자체의 찬반보다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놓였다.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높이더라도 법 시행 전 발생한 사건까지 새로운 제도를 적용할 수 있는지, 소송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에게까지 판결 효력을 미치는 것이 적절한지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현장] 집단소송제 ‘피해구제’ 취지엔 공감…헌법학자들 “소급적용·옵트아웃은 신중해야”지난 30일 FKI 타워서 한국헌법학회 제2회 이슈진단 세미나 참석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 피해구제 필요성 인정…쟁점은 ‘소급적용’


한국헌법학회는 이날 ‘집단소송제 도입 법안의 헌법적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홍완식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를 맡았으며 홍선기 동국대학교 교수, 전학선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황성기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토론에 참여했다. 좌장은 서보건 한국헌법학회장이 맡았다.


[현장] 집단소송제 ‘피해구제’ 취지엔 공감…헌법학자들 “소급적용·옵트아웃은 신중해야”홍완식 건국대학교 교수가 발제를 진행 중이다. [사진=더밸류뉴스]

홍 교수는 현재 논의되는 집단소송법의 헌법적 쟁점을 크게 소급입법금지원칙과 재판청구권 문제로 나눴다. 특히 법 시행 전에 발생한 사유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에도 새 집단소송법을 적용하도록 하는 부칙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미 종료된 사실관계에 사후적으로 새로운 법적 효과를 부여하는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홍 교수는 집단소송제 도입을 통해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강화한다는 입법 목적이 있더라도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한국헌법학회가 배포한 자료에서도 법 시행 전 발생한 사유까지 포괄적으로 적용하는 부칙은 위헌 소지가 크다는 견해가 제시됐다. 


[현장] 집단소송제 ‘피해구제’ 취지엔 공감…헌법학자들 “소급적용·옵트아웃은 신중해야”홍선기 동국대학교 교수가 집단소송제 도입에 대해 기업 부담과 피해자의 기본권에 미칠 영향 역시 살펴야 한다 주장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홍선기 동국대학교 교수는 집단소송제 도입이 기업 부담과 피해자의 기본권에 미칠 영향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제품에 작은 하자만 있어도 기획소송이 남발될 경우 법무비용이 커질 수 있고, 판결 전 소송 제기 사실만으로 기업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를 소개했다. 


'옵트아웃(제외신고)' 방식에 대해서는 “헌법 제27조가 보장하는 재판청구권과 제10조에서 도출되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보인다”며 “집단소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대안으로 '옵트인(참가신고)' 방식이 존재하는 만큼 피해자의 기본권을 제한하면서까지 필요한 수단인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소급적용 부칙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는 소급 조항은 삭제하고 장래효를 택하는 것이 헌법 가치를 지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현장] 집단소송제 ‘피해구제’ 취지엔 공감…헌법학자들 “소급적용·옵트아웃은 신중해야”전학선 교수가 제도 설계측면에서 여러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 중이다. [사진=더밸류뉴스]

전 교수는 제도 설계 측면에서 다양한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미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이 제외신고형을 채택하고 있는 만큼 일반 집단소송법에서도 법체계의 통일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모든 사건에 동일한 방식을 적용하기보다 개별 청구금액이 소액인 경우에는 제외신고형을 적용하고, 그 밖의 경우에는 참가신고형을 택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반 집단소송법을 도입할 경우 소급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원고적격과 손해배상 범위 역시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황 교수 역시 소급적용 문제에 무게를 뒀다. 그는 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사유는 이미 종료된 사실관계인 만큼 이후 만들어진 집단소송법을 적용하면 기존 사실관계에 새로운 법적 효과를 부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예외적으로 진정소급입법을 허용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도 엄격하게 살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소송 안 해도 판결 효력…‘옵트아웃’ 절차 보장이 관건


또 다른 쟁점은 ‘옵트아웃(제외신고)’ 방식이었다. 옵트아웃은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피해자를 집단소송의 구성원으로 포함한 뒤 소송에서 빠지고 싶은 사람이 별도로 제외 의사를 밝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피해자가 직접 소송에 나서지 않아도 집단소송의 결과를 적용받을 수 있어 소액·다수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지만, 반대로 제외신고를 하지 않은 피해자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소송 결과에 구속될 가능성도 있다.


홍 교수는 “제외신고형 집단소송은 소송을 ‘할’ 자유가 아니라 소송을 ‘하지 않을’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자신이 집단소송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제외신고 기간이 지나면 패소하거나 배상액에 불만이 있더라도 별도의 소송을 제기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옵트아웃 방식 자체를 곧바로 위헌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날 논의에서는 피해자가 실제로 소송 참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충분히 고지하고, 대표당사자와 소송대리인의 적절성을 법원이 심사하며, 소송 취하·화해 등에 대한 통제 장치를 마련하는 등 절차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현장] 집단소송제 ‘피해구제’ 취지엔 공감…헌법학자들 “소급적용·옵트아웃은 신중해야”황성기 교수가 옵트아웃 방식이 피해자의 자기결정권과 헌법상 재판청구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 중이다. [사진=더밸류뉴스]

황 교수도 옵트아웃 방식이 피해자의 자기결정권과 헌법상 재판청구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고지의 실질성, 대표의 적절성, 처분에 대한 통제, 기판력과 총원의 범위 확정 등에 대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피해자의 자기결정권과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에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 “도입 필요성만으로 끝나선 안 돼”…제도 설계가 숙제


이날 세미나에서는 집단소송제가 다수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현실화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 자체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피해구제라는 목적이 제도 설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본권 제한이나 법적 안정성 문제까지 자동으로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강조됐다.


[현장] 집단소송제 ‘피해구제’ 취지엔 공감…헌법학자들 “소급적용·옵트아웃은 신중해야”서보건 학회장이 개회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서 학회장은 집단적 피해에 대한 실효적인 구제 수단 마련이 중요한 입법 과제라고 평가하면서도 법적 안정성과 적법절차, 재판받을 권리 등 헌법적 가치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소급적용 부칙과 제외신고형 집단소송 구조가 향후 입법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소송하지 않아도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제도의 문턱을 낮추면서도, 제도에 참여하지 않을 권리와 기존 법률관계의 안정성을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지가 향후 제도 설계의 과제로 남았다.


hongsh7891@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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