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로렌' 패션 신화를 낳은 세정그룹의 박순호 회장과 그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에스제이씨앤디를 향해 세정의 자금이 계속 흘러들어 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수년째 적자와 자본잠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오너 일가 회사에 대한 대여금 잔액은 185억원을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독자적인 상환 능력이 의심되는 부실 회사에 그룹 핵심 법인이 대규모 자금을 반복적으로 공급한 것 아니냐며, 거래 조건이 정상적인 시장 원리에 따라 결정됐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리와 담보, 만기, 연체이자 등에서 에스제이씨앤디가 제3자보다 유리한 대우를 받았다면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가 문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정의 회계처리 역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에스제이씨앤디에 대한 대여금은 1년 사이 약 48억원 늘었지만, 기존에 설정돼 있던 대손충당금은 오히려 전액 사라졌다. 빌려준 돈은 늘었는데 회수 위험은 ‘0’이 된 셈이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오너 일가 회사의 신용도가 갑자기 개선됐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 설명이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결국 이번 사안은 오너 일가 회사의 사업 실패 위험을 세정이 떠안은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세정의 자금 지원이 정상적인 경영 판단이었는지, 아니면 부실 관계사를 연명시키기 위한 특혜성 지원이었는지 공정거래법상 쟁점을 짚어봤다.
◆ 완전자본잠식 에스제이씨앤디…185억원 갚을 능력 있나
에스제이씨앤디 단기대여금 및 대손충당금. [자료=더밸류뉴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에스제이씨앤디의 자체 상환 능력이다. 세정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세정의 에스제이씨앤디에 대한 단기대여금 잔액은 185억3000만원이다. 전년 동기 137억5000만원보다 47억8000만원 증가했다.
그러나 에스제이씨앤디 대여금에 설정된 대손충당금은 2024년 21억9931만원에서 지난해 말 0원으로 기재됐다. 대여금 규모가 크게 늘었는데도 회수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충당금은 전액 제거된 것이다.
세정 감사보고서에서 에스제이씨앤디는 기타 특수관계자로 분류돼 있다. 박순호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사실상 오너 일가의 개인 회사다.
세정의 당기 말 단기대여금 총액은 646억7066만원이며, 이에 대한 대손충당금은 237억1109만원이다. 전체 단기대여금에는 상당한 규모의 충당금이 설정돼 있지만, 오너 일가가 지분 전량을 보유한 에스제이씨앤디 대여금 185억3000만원에는 충당금이 한 푼도 설정되지 않았다.
에스제이씨앤디의 재무 상태를 보면 이 같은 판단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앞서 공개된 에스제이씨앤디 감사보고서와 관련 보도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매출액 합계는 7억15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연간 이자비용은 8~9억원대에 이른다. 지난해 말 기준 총부채는 207억원, 총자본은 마이너스 38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 대기업집단 아니어도 예외 없다…공정거래법 제45조 정조준
부당지원행위 여부를 가르는 핵심은 해당 거래가 정상적인 제3자 간 거래와 동일한 조건으로 이뤄졌느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한 지원행위 심사지침은 자금거래의 경우 실제 적용금리와 개별 정상금리 또는 일반 정상금리를 비교해 지원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자금거래 안전지대는 실제 적용금리와 정상금리의 차이가 7% 미만이면서 해당 연도 자금거래 총액이 30억원 미만인 경우 등으로 제시된다. 에스제이씨앤디 대여금은 기말 잔액만 185억원에 달해 통상적인 소액 내부거래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번 사안의 공정거래법상 주요 쟁점은 세 가지다. 첫째, 에스제이씨앤디가 세정의 지원 없이 독립된 금융기관에서 같은 규모의 자금을 같은 조건으로 조달할 수 있었는지, 둘째, 세정이 적용한 금리와 만기, 담보, 연체이자 조건이 정상적인 제3자 거래보다 유리했는지, 셋째, 세정이 에스제이씨앤디 대여금의 회수 가능성을 전년보다 높게 평가한 객관적 근거가 무엇인지다.
◆ 핵심은 '정상거래' 여부…판가름 낼 3대 법적 쟁점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 일가 관계사인 '에스제이씨앤디'를 향한 세정의 자금줄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제미나이]
부당지원행위 여부를 가르는 핵심은 해당 거래가 정상적인 제3자 간 거래와 동일한 조건으로 이뤄졌느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한 지원행위 심사지침은 자금거래의 경우 실제 적용금리와 개별 정상금리 또는 일반 정상금리를 비교해 지원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자금거래 안전지대는 실제 적용금리와 정상금리의 차이가 7% 미만이면서 해당 연도 자금거래 총액이 30억원 미만인 경우 등으로 제시된다. 에스제이씨앤디 대여금은 기말 잔액만 185억원에 달해 통상적인 소액 내부거래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번 사안의 공정거래법상 주요 쟁점은 세 가지다. 첫째, 에스제이씨앤디가 세정의 지원 없이 독립된 금융기관에서 같은 규모의 자금을 같은 조건으로 조달할 수 있었는지, 둘째, 세정이 적용한 금리와 만기, 담보, 연체이자 조건이 정상적인 제3자 거래보다 유리했는지, 셋째, 세정이 에스제이씨앤디 대여금의 회수 가능성을 전년보다 높게 평가한 객관적 근거가 무엇인지다.
◆ 세정 측 공식 입장 "포트폴리오 재배치 과정의 정상 활동…법과 원칙 준수"
이 같은 의혹과 시장의 지적에 대해 세정 측은 공식 입장문을 내고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세정 측은 "본 건은 세정그룹 전반의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진행된 일시적인 자산·자금 정리 작업"이라며, "시장 여건 변화에 대응하고 과거 계열사 자산을 합리적으로 정돈하기 위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특혜성 지원 및 불공정 거래 논란에 대해서도 "특정 지분 구조나 개인을 위한 자의적 지원이라는 지적은 전혀 사실과 다르며, 해당 거래를 포함한 모든 계열사 간 거래는 사내 규정과 이사회 등 적법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다"고 반박했다. 세정 측은 "거래의 본질이 합법적이고 투명하므로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 등의 리스크는 전혀 없으며, 엄격한 내부 통제 시스템 아래 엄정하게 관리·감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금 회수 안전성과 이자율 적용에 대해서는 "세무 및 회계 기준에 의거한 법정 적정 이자율인 '당좌대출이자율'을 적용하여 이자를 수취하고 있으며, 보유한 부동산에 대한 담보 약정을 통해 철저하게 관리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보유한 부동산의 가치가 대여 자금을 회수하기에 충분하므로 재무 건전성에는 어떠한 문제도 없으며, 순차적으로 정상 상환 및 회수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