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보험업계는 양적 팽창이나 단기적인 실적 경쟁에서 벗어나, 진정한 '질적 성장'을 증명해야 하는 중요한 시험대를 마주하고 있다.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은 '2026년 보험 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를 통해 강도 높은 건전성 관리와 자본 규제 방향을 예고했다.
새 회계제도(IFRS17) 및 지급여력비율(K-ICS) 도입 이후 금리 변동 등에 따른 재무 불확실성이 확대된 데다, 단기 실적 위주의 과다경쟁이 자본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결과다.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와 손실흡수능력 확충 체계를 보험업권 전반에 뿌리내리게 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기조는 시장의 주요 신용평가 잣대에도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거시적인 규제 변화가 개별 기업의 신용도를 가르는 실질적인 평가 기준으로 이어지며, 보험사들의 진짜 기초체력을 검증하는 이른바 '옥석 가리기'가 본격 막을 올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 보험회사·GA·보험협회 관계자 등 약 2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6년도 보험 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를 개최했다. [사진=금융감독원]
◆ 자본의 총량보다 '질'이 우선…기본자본 관리 능력 도마 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단순 자본 총량에서 '양질의 자본'으로 평가 중심이 이동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내년 1월부터 '기본자본비율' 규제 체계를 마련하고 이를 적기시정조치의 기준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NICE신용평가(이하 나신평)는 개정된 생·손보 평가방법론에서 기존 '자기자본비율' 항목을 삭제하고 '기본자본관리능력' 지표를 신설했다. 신종자본증권 등 빚을 내어 일시적으로 외형적 자본을 늘리는 꼼수 대신, 손실흡수성이 높은 실질적인 기본자본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축적할 수 있는지가 핵심 요인이 됐다.
◆ 커진 금리 변동성 파고 넘을까…'듀레이션 갭' 선제적 관리 필수
IFRS17 도입 이후 커진 금리 변동성에 대한 대응력 평가도 한층 깐깐해진다. 금감원은 경영실태평가(RAAS) 금리리스크 항목에 자산과 부채의 만기 차이를 나타내는 '듀레이션 갭' 지표를 신설해 선제적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나신평은 금리 변화에 따른 자본변동성 관리의 중요성을 반영하며, 생명보험사의 '자산부채관리능력(ALM)' 평가 가중치를 상향하고 손해보험사 평가에도 해당 항목을 새롭게 신설했다. 향후 ‘듀레이션 갭’ 관련 공시와 관리 기준이 마련되면, 이 역시 기업 평가에 핵심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NICE신용평가가 규제 변화를 반영해 보험업권 평가방법론을 개편했다. [이미지=NICE신용평가]
◆ 무리한 외형 확장은 ‘독’…'이익의 질' 깐깐한 검증
무리한 영업 확장을 통한 외형 성장이나 과당경쟁 역시 기업 신용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나신평은 경쟁지위 평가 부문에서 기존 지표를 삭제하는 대신 '리스크조정이익률(당기순이익/경과조치 전 요구자본)'을 전격 도입했다. 이는 금감원이 과도한 보장금액 설정 등 단기 실적 중심의 영업 행태를 엄단하겠다고 경고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보험사가 아무리 큰 당기순이익을 냈더라도 그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과도한 요구자본(리스크)을 투입했다면, 이익의 질적 수준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어 신용등급 하락의 원인이 될 수 있다.
◆ 규제 현실적으로 수용…'킥스 비율' 기준 낮춰 혼선 줄여
금융당국의 규제 현실화 조치도 신용평가 기준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시장의 혼선을 줄였다. 나신평은 기존 '규제자본비율'이라는 명칭을 '킥스(K-ICS)비율'로 명확히 변경했다.
특히 금융당국이 단기적인 자본 조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킥스 비율 권고 기준을 기존 150%에서 130%로 합리화한 스탠스를 수용해, 나신평 역시 신용등급별 요구 구간값을 20%p씩 일괄 하향 조정했다.
시장의 단기적인 양적 부담은 덜어주되 중장기적인 질적 규제를 강화하려는 감독당국의 의도가 평가 기준에 유연하게 동기화된 것이다.
IFRS17 및 킥스 도입 초기의 과도기를 지나, 이제 시장은 새로운 잣대로 보험사들의 '진짜 실력'을 꼼꼼하게 검증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 단순한 매출 팽창이나 무리한 영업을 통한 단기 순이익 확대에 의존하던 과거의 방식은 더 이상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당국의 철저한 질적 규제와 시장의 엄격한 신용평가가 맞물려 빚어낼 거대한 시장 변화 속, 리스크 관리와 근본적인 체질 개선으로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할 보험사들의 행보에 그 어느 때보다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