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은 LG그룹 창업주 고 구인회 회장의 셋째 아들인 고 구자학 전 회장이 2000년 당시 LG유통(현 GS리테일)의 가장 작은 사업부였던 급식 사업 부문을 독립시켜 설립한 회사다. 아워홈은 범(凡)LG가(家) 종합식품기업인 셈이다.
한화그룹 지배구조. 2025. 6. [자료=공정거래위원회]
◆LG 창업주 셋째 아들의 담대한 독립
구 회장의 아워홈 창업은 단순한 계열 분리를 넘어선,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신념이었다. 그는 LG건설 회장 재직 시절 단체급식 품질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고, ‘나라가 건강해야 기업도, 국민도 부강해진다’는 철학 아래 식품 사업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구 회장은 ‘남이 하지 않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단체급식업계에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업계 최초의 식품연구원을 설립,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는 당시 임원들조차 "급식 회사에 연구원이 불필요하다"고 반대했던 획기적인 결정이었다.
식품연구원은 현재까지 1만5000여 건이 넘는 표준화된 레시피를 개발하며, 조리사 역량과 상관없이 최고의 맛과 품질을 보장하는 과학적인 시스템의 핵심이 됐다. 이는 아워홈이 종합 식품 기업으로 성장하고 K-푸드를 세계에 알리는 기반이 됐다.
◆'국민 건강'을 향한 70세의 뜨거운 도전
구 회장은 70세라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미래 식품 서비스 산업의 핵심을 '물류와 생산 시스템'으로 내다봤다. 그는 전국을 직접 발로 뛰며 생산 시설과 물류센터 부지를 확보하여 업계 최다 생산 및 물류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식자재의 신선도와 안전성을 극대화하는 아워홈만의 독보적인 경쟁력이 됐다.
‘은퇴 후 작은 식당을 차리는 것이 꿈이었다’고 회고했을 만큼 음식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구 회장은, 아워홈 창업을 통해 개인의 열정을 국민의 식생활을 책임지는 숭고한 사업으로 승화시켰다.
구 회장은 아워홈이 LG그룹에서 독립한 이후 21년 만인 2021년 6월 열린 이사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지 않으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당시 구 회장은 만 91세의 고령이었다. 이 때문에 사실상 경영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고 명목상 사내이사로 등재되어 있다가, 임기 만료와 함께 자연스럽게 퇴진하게 됐다.
창업주 퇴진... 4남매간 경영권 분쟁 촉발
구 회장의 퇴진은 2세들 간의 경영권 분쟁 해결 과정과 맞물려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가속화하는 배경이 됐다. 퇴진 당시 아워홈은 4남매(구본성, 구미현, 구명진, 구지은) 주주들 간의 경영권 분쟁이 첨예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장남인 구본선 전 부회장이 ‘보복 운전’ 현의로 실형을 선고 받자 막내딸인 구지은 부회장이 두 언니(구미현-구명진)와 연대하여 오빠인 구 전 부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하는 데 성공했고, 그 결과 구지은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경영권을 잡은 구지은 대표이사 부회장이 무배당 또는 소액 배당을 결정하며 경영 정상화에 집중하자, 고액 배당을 원했던 장녀 구미현 씨가 불만을 품고 구본성 전 부회장 측으로 돌아섰다. 2024년 4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구본성-구미현 연합이 승리하고 5월 임시 주총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의 아들 구재모 씨가 사내이사에 선임되면서 구지은 부회장은 경영권을 완전히 상실했다.
경영권 분쟁마다 뒷전에서 ‘키맨’ 역할을 했던 구미현 회장은 지난해 6월 아워홈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됐고 남편인 이영열 사내이사는 부회장에 올랐다. 구미현 회장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종식하고자 취임 직후부터 경영권 매각과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아워홈은 오너 일가 간의 경영권 분쟁과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구자학 회장의 신념을 이어받은 후대 경영진, 특히 구지은 부회장은 이러한 위기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현장 경영과 사업 혁신에 집중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대규모 적자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사업 구조 개편과 R&D 투자를 바탕으로 실적을 성공적으로 흑자 전환시키며 회사의 위기를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만들었다.
아워홈은 최근 5년간 험난한 경영 환경을 딛고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아워홈은 2024년 연결 기준 매출액 2조 244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약 13%의 놀라운 성장을 달성했다. 이는 창사 이래 최초의 2조 원 돌파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 아워홈은 매출 급감과 함께 순손실을 기록하며 큰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이후 강도 높은 경영 혁신과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위기를 완전히 극복했다. 특히, 식재유통 부문과 해외 단체급식 사업의 호조가 성장을 견인했다.
아워홈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아워홈은 2023년 대비 2024년 매출 규모를 대폭 확대하며 외형 성장을 이뤘으나,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의 압박으로 영업이익(887억원)은 소폭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이익 707억원을 달성하며 내실 있는 경영 기조를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0년간 이어온 경영권 분쟁 ‘종식’... 한화그룹에 편입
지난 5월에는 한화그룹 공시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오너 일가 4남매 간에 10년 가까이 지속돼온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됐다. 주요 주주들이 보유 지분 매각을 추진했고, 한화그룹이 이 지분을 인수하며 분쟁이 종식된 것이다.
인수 과정은 2024년 10월부터 약 7개월간 진행됐으며,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특수목적법인(SPC) '우리집에프앤비 주식회사'를 설립하여 아워홈의 주요 주주들로부터 지분 58.62%를 약 8695억원에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당시 아워홈의 기업가치는 약 1조5000억원으로 평가됐다.
한화그룹은 이번 인수를 통해 레저·식음료(F&B)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아워홈의 강력한 단체급식 및 식자재 유통 역량을 활용한 사업 시너지를 기대했다. 한화는 2020년 기존 급식 사업 부문인 푸디스트를 매각하며 철수했으나, 5년 만에 아워홈 인수로 이 시장에 재진출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 총괄 부사장이 인수를 주도했으며, 아워홈 인수를 통해 푸드테크 기술 개발, 주방 자동화 등을 가속화하여 미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도 포함됐다.
단체급식 사업은 대규모 사업장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장점이 있어, 한화그룹의 전반적인 사업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전 2030' 선포... 매출 5조원 달성 목표
한화그룹 편입 이후 아워홈은 '비전 2030'을 선포하며 2030년까지 매출 5조원 달성 목표를 밝혔다. 이는 기존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발굴을 통해 국내 1위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에 기반한 것이다.
故 구자학 회장의 '최초는 두렵지 않다'는 도전 정신과 '음식으로 국민의 건강에 기여한다'는 숭고한 사명은 아워홈이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종합 식품 기업으로 우뚝 서게 한 굳건한 뿌리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