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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그룹, '참치' 넘어 미래를 낚다... 2차전지·스마트 물류로 신성장 동력 확보

- 원양어선 선원이 참치회사 회장이 되기까지… 동원참치 지난해 누적 판매량 76억캔

- 참치캔 생산 기술 2차전지 제조에 적용, 스마트 물류 통해 2차전지 운송 시스템 구축

-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 및 동원F&B 편입...지배구조 단순화 및 수출 확대 실현

  • 기사등록 2025-09-11 15: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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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승윤 기자]

간편한 반찬이나 요리에 많이 쓰이는 ‘참치캔’. 이를 만드는 대표적인 회사로 ‘동원그룹’이 있다. 참치를 낚으며 국민 기업이 된 동원그룹은 이제 2차전지와 스마트 물류로 미래를 낚을 준비를 하고 있다.


신사업과 함께 자회사를 합병 및 편입하며 지배구조도 단순화하고 있다. 각 기업의 역량을 결집해 그동안 단점으로 꼽혔던 글로벌 의존도를 높여 K푸드 수출 확대와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


어려운 순간에도 늘 오뚜기처럼 일어났던 동원그룹이 이번 신사업과 수출 강화를 통해 제 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동원그룹, \ 참치\  넘어 미래를 낚다... 2차전지·스마트 물류로 신성장 동력 확보동원그룹의 지배구조와 현황. 2025. 6. 단위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43년 장수 브랜드 ‘동원참치’ 탄생… 식품 업계 불황에도 끄떡없는 ‘동원산업’


동원그룹은 김재철 명예회장이 세운 회사다. 1935년 전남 강진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업고등학교를 다니며 서울대 농대 진학을 준비했으나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부산수산대(현 국립부경대)로 진로를 바꿨다. 1957년 학생 신분으로 원양어선 실습에 참가해 대만 기륭항에 가게 됐고 참치 원양어선을 만나며 처음 참치의 길을 꿈꿨다. 이듬 해 한 회사의 원양어업 경력자 채용 공고를 보고 해당 회사 임원들을 만나 설득한 결과 23살에 원양어선 실습 항해사로 입사, 25살에 선장으로 승진했다.


동원그룹, \ 참치\  넘어 미래를 낚다... 2차전지·스마트 물류로 신성장 동력 확보1969년 설립된 동원산업 전경. [사진=동원그룹]

1969년 회사를 나와 ‘동원산업’을 차렸고 1975년 참치를 배에서 바로 가공할 수 있도록 공장이 딸린 어선을 구했다. 1981년 미국 하버드대 최고경영자 과정 수업을 듣던 중 '스타키스트'의 참치 통조림 공장에 방문하게 된다. 여기서 영감을 받으며 한국에도 참치 통조림을 판매하기로 마음먹고 1982년 동원참치 통조림을 출시한다. 처음에는 비싼 가격에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88올림픽을 기점으로 경제가 성장하면서 고급 선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동원참치는 지난해 기준 누적 판매량 76억캔을 기록했고 국내 참치캔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한다.


현재 국내 식품 업계는 소비 심리 축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참치가 주력 사업인 동원그룹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가구당 식료품·비주류음료 명목 소비지출은 월평균 42만3000원으로 전년대비 1.8% 늘었다. 그러나 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실질 소비지출은 34만1000원으로 1% 감소했다. 폭염, 폭우 등 이상기후에 가공식품 물가 인상이 겹치며 식품가격 고물가 현상이 장기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2분기 식료품·음료 물가 상승률은 2.9%다.


동원그룹, \ 참치\  넘어 미래를 낚다... 2차전지·스마트 물류로 신성장 동력 확보동원산업 분기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더밸류뉴스]

어려운 환경임에도 동원그룹의 지주사 동원산업은 2분기 매출액 2조3586억원, 영업이익 133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각각 10.1%, 57.7% 증가했다. 동원F&B, 동원홈푸드 등 식품과 소재 부문 수출 확대가 주효했다.


◆참치 생산 기술로 2차전지•스마트 물류도 진출


동원그룹은 본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신사업에 뛰어들었다. 2003년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설립했던 것처럼 동원시스템즈와 동원로엑스를 통해 2차전지와 스마트 물류로 ‘제 2의 창업’을 시작했다.


동원시스템즈는 1980년 5월 포장재를 만들기 위해 설립됐다. 참치통조림, 유리병, 간편식 포장지, 패트병 등을 만들고 2020년부터 디스플레이 필름과 2차전지를 생산하고 있다. 동원그룹의 2차전지는 참치와 관련 있다. 참치캔을 만들기 위해 포장재 사업을 시작했고 이 기술을 원통형 배터리 제조에 적용한 것이다. 그리고 비닐 포장지 제조에 사용되는 알루미늄을 연계해 알루미늄 양극박 생산을 시작했다. 알루미늄 양극박은 배터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동원그룹, \ 참치\  넘어 미래를 낚다... 2차전지·스마트 물류로 신성장 동력 확보김재철(앞줄 왼쪽 두번째)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3월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 에코프로 부스에서 2차전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에코프로]

현재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수요 둔화, 중국 시장 독주,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지만 동원시스템즈는 오히려 지금이 옥석을 가려내기에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2차전지와 AI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LG에너지솔루션에서 2차전지 해외영업과 마케팅을 총괄했던 정용욱을 2차전지사업부문 대표로 영입하고 올해부터 국내 최초로 ‘46파이’ 모델을 LG에너지솔루션에 공급하고 있다. 향후 전기차 핵심 부품인 각형 배터리용 캔 사업 진출도 검토 중이다.


AI 사업은 동원로엑스가 담당하고 있다. 상품 배송과 항만 하역을 수행하는 물류기업으로,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해 AI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북 완주에 지은 화학물질 보관 전용 시설 ‘스마트 케미컬 물류센터’가 그 예시다. 2차전지, 반도체, 화학소재 산업에 필수인 화학물질을 보관 및 운송하는 첨단 특화 물류시설로, AI 기술을 접목해 24시간 온도 변화를 감지한다.


그동안 국내에 체계적이고 안전한 특화 물류시설이 부족했으나 동원로엑스의 완주 스마트 케미컬 물류센터 완공을 계기로 국내 특화물류 시장 성장을 이끌어 나간다는 구상이다. 동원그룹은 중부내륙 권역에도 첨단 특화물류시설을 지어 전국을 아우르는 특화물류망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흩어진 자회사 모두 본사 품에… 참치 회사에서 ‘식품 어벤저스’로


외형 성장뿐만 아니라 지배구조를 개편해 경영 효율성도 늘리고 있다. 2022년 11월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합병한 것에 이어 올해 7월 동원F&B 상장을 폐지하고 100% 자회사로 편입하며 내실을 강화하고 있다.


동원그룹, \ 참치\  넘어 미래를 낚다... 2차전지·스마트 물류로 신성장 동력 확보동원산업 연간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더밸류뉴스]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은 중복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것이 목표였다. 합병과 함께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자회사였던 동원F&B와 동원시스템즈도 자회사로 편입시켰고 동원산업의 자회사인 동원로엑스와 미국 스타키스트도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동원산업의 영업이익은 2023년 4647억원, 지난해 5013억원으로 늘었다.


이를 더 단순화하기 위해 올해는 동원F&B를 아예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번 편입은 지배구조 개편을 넘어 수출 확대와 사업 구조 재편을 실현하기 위함이다. 동원그룹은 식품 사업 해외 매출 비중을 현재 22%에서 2030년 4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난해 4개 식품 계열사 연결 매출액은 5조7000억원이고 현재 1조2500억원인 수출액을 4조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동원F&B, 동원홈푸드, 스타키스트, 세네갈 스카사를 하나로 묶어 '글로벌 식품 부문'을 신설하고 분산돼 있던 연구개발 조직도 '글로벌 R&D 센터'로 통합하기로 했다. 그리고 스타키스트가 구축한 유통망을 활용해 미국과 중남미 지역을 공략할 예정이다. 한식 간편식 브랜드 '양반'을 통해 떡볶이, 김, 국류를 선보이고 핵심 제품 '동원참치'는 방탄소년단 진을 브랜드 모델로 내세워 미국,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로 수출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가 인구절벽과 소비심리 축소 등으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동원그룹은 새로운 길을 모색하며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현재의 성장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도전했던 김재철 회장처럼 동원그룹도 이번 파도를 어떻게 넘어갈지 기대된다.


lsy@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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