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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탐구] LX공사 김정렬, 정권 교체에도 3년 임기 채웠다...비결은

- 매출액 '2년 연속' 6000억 넘기고 여성임원 확대 인정받아

- "퇴임 이후 현 정부에서도 중용될 것" 점쳐지기도

  • 기사등록 2023-09-21 16: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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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신현숙 기자]

⑴자진 사퇴한다. ⑵쫓겨 난다. ⑶무사히 마무리 한다.  


정권이 바뀌면 공기업 CEO가 자신의 거취에 대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다. 우리는 세가지 옵션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지 목격하고 있다. 

 

⑶은 정말이지 드물다. 그런데 케이스가 나왔다. 김정렬 LX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이 주인공이다. 


김정렬 사장은 지난 7일 임기를 만료했다. 2020년 9월 문재인 정부 시절에 임명돼 지난해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앞서 언급한 옵션 ⑴, ⑵ 없이 무사히 3년 임기를 마친 것이다. 현재 후임 CEO 선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일러스트=이다윤 기자]

◇김정렬 사장은…


△1961년 충남 서천 출생(62) △전북 군산고·방송통신대 행정학과(1988)·영국 웨일즈대 대학원 도시∙지역계획학 석사(1997)·가천대 도시계획 박사(2020) △32회 행정고시 합격(1988) △건설교통부 기업도시과장(2004)·도시교통정책팀장(2006) △경기도 도시주택과장(2012) △국토교통부 도로국장(2016)·교통물류실장(2017)·제2차관(2018) △LX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2020. 9~현재)


◆2년 연속 매출액 6000억 돌파, '동반성장 최우수기관' 선정


김정렬 사장의 이같은 '아름다운 임기 만료'는 무엇보다도 재임 기간의 성과 덕분으로 분석되고 있다. 


LX공사는 김정렬 사장 임기 동안 매출액이 2년 연속 6000억원을 돌파했다. 2021년 6221억원 달성 후 지난해 6087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손실 164억원으로 소폭 적자전환했다. 부채 총계는 지난해 말 기준 228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2.64%(669억원) 줄었다. 어려운 경영 여건에서도 지속적 부채관리로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39.9%를 기록해 최근 5년 간 외부차입 없는 무차입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LX공사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알리오]

또, 지난해 LX공사는 ‘2022년 공공기관 동반성장 평가’에서 ‘최우수 기관’에 선정됐다. 


이는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에 발맞춰 여성 인재를 적극 활용하고 여성 임원을 늘린 덕분이다. 2018년 580명이던 여성 직원은 올해 2분기 774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여성 임원도 2명에서 4명으로 증가했다. 통상 공기업에는 남성 인력이 편중돼 있어 여성 직원의 고위직 진출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올해 2분기 기준 LX공사의 전체 임직원은 4563명이며, 이 가운데 여성 비중은 16.96%이다. 2018년(4408명)의 13.16%에서 소폭 늘었다. 특히 지적 측량 등 현장 업무가 많은 업황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개선이라는 분석이다.  


LX한국국토정보공사의 자산, 부채, 자본 추이. [자료=LX한국국토정보공사]

◆발로 뛰는 '현장 경영'으로 임직원·고객 마음 잡아  


이같은 성과가 거져 얻어진 것은 아니었다. 2020년 9월 김 사장 취임 당시 LX공사는 폭풍우를 만난 '난파선'이었다. 


전임 최창학 사장이 갑질 논란 등으로 해임되며 LX공사 수장 자리는 5개월 공석이었다. 마땅한 후임자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분위기도 어수선했고 정상적으로 업무 수행을 하기도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LX공사가 불미스러운 이슈로 언론에 오르내리며 임직원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었다. 


이에 따라 김 사장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LX공사 정상화였다. 김사장은 온라인으로 취임식을 갖고 첫 행보로 LX노조를 만났다. 노사임원진 30여명을 직접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상생 방안을 내놨다. 당시 '상생․공정․청렴 노사' 공동선언문에는 △코로나19 위기극복 △합리적 노사문화 구현 △청렴한 조직문화 구축 등이 담겼다. 


김정렬(왼쪽) LX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이 지난 7월 5일 전북 전주시 LX공사 본사에서 열린 ‘윤리헌장 선포식’에서 임직원과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LX한국국토정보공사]

임직원들의 마음이 움직이자 김 사장은 혁신을 발빠르게 진행했다. 


LX공사의 주요 업무는 기관명(한국국토정보공사)이 암시하듯이 전국의 지리 정보를 취합· 분석하고 유료화하는 것이며 매출 비중은 지적 측량 수수료 70%, 공간 정보 활용 30%로 구성돼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준정부기관이지만 국토교통부 예산 지원을 사실상 받지 않는다. 본사는 전북 전주 덕진구 전북혁신도시에 있다. 김 사장은 지적 측량 부문에서 신규 고객을 발굴해 실적을 개선했다. LX공사측은 "국토 정보 활용은 자율주행, 드론을 비롯한 신기술과도 연관돼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다"며 "김정렬 사장이 네이버 등을 접촉해 지리 정보를 소개하고 신규 고객으로 유치했다"고 귀띔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2년 연속 매출액 6000억원 돌파 기록을 세운 것이다. 


김 사장의 업무 추진력은 관가에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김 사장은 '1%의 가능성이 보여도 밀고 나가는 행정 관료'로 여러 차례 성과를 인정받았다. 


김정렬 사장은 검정고시로 차관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학벌주의 등 일부 엘리트 의식에 매몰된 고위 공직사회의 틀을 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북 군산고 2학년에 재학 중 아버지의 병환으로 형편이 어려워지자 농사를 지으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행정고시에 도전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농사를 병행하느라 행정고시 합격까지 4∼5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국토교통부 2차관에 올랐을 때 국토부 전·현직 차관들을 비롯해 1급 실장 가운데 유일한 검정고시 출신이었다. 당시 김 사장은 국토부 고위관료 가운데 유일한 무주택자로 경기도 안양시에서 2억9000만 원짜리 아파트 전세권만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관심을 끌기도 했다. LX공사 사장에 임명된 것도 이같은 업무 추진력과 청렴함을 평가받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검정고시로 차관까지 '입지전 신화'... 국회 낮잠으로 공간 정보 사업화는 숙제


새 정부 들어 김 사장에게 위기도 있었다. 


지난 7월 국민의힘 소속 J의원이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공기업 중 유일하게 민간영역을 침범하는 한국국토정보공사가 공간정보기업을 다 죽이고 있다”며 김정렬 사장의 사직을 요구했다. 이후 국토위 업무보고에서도 J의원은 “국토부 산하 부동산 관련 4개 공기업이 있는데 유일하게 민간영역을 침범하는 공기업이 LX공사”라며 “LX공사가 65%를 가져가면 지역업체는 인건비도 안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J의원 주장은 사실과 다른 왜곡되고 편향된 정보”라고 했고, LX공사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그런데 이후 J의원이 2003년 지리정보시스템 업체를 창업해 회사 비상장 주식 46억 원을 보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J의원이 국회 국토위원회에서 사임하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됐다.


김정렬(오른쪽 두번째) LX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이 지난 7월 폭우 피해를 입은 전북 익산 망성면·용안면 일대를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LX한국국토정보공사]

아쉬운 점도 있다. 김 사장은 공간 정보 사업화는 숙제로 남겨두고 퇴임하게 됐다. 공간 정보 사업 추진에 필요한 법안(재난재해 예방시스템 구축 및 지원을 위한 공사법)이 국회에서 2년째 '낮잠'을 자고 있기 때문이다. 


공간정보활용의 대표적 사업 아이템은 디지털트윈(digital twin)으로 지하부터 지상, 실내까지 3차원 공간정보로 구축·분석·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플랫폼인데 과학적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LX공사는 2027년까지 67건의 서비스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최근 전세계적인 기후 변화로 인해 재난이 일어나고 있는데, 디지털트윈으로 재난방지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 이를 예방할 수 있다. 


LX공사는 올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D'(미흡)를 받았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LX공사의 지난해 소폭 영업적자 전환과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LX공사측은 "공공기관 평가는 효율성(실적)과 공공성의 두 가지를 기준으로 매겨지는 데 어느 쪽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며 "진보 정권은 공공성을 중요하게 보고, 보수 정권은 효율성을 중요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김정렬 사장이 퇴임 이후 윤석열 정부에서 중용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shs@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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