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후 외국계 은행을 필두로 예·적금 금리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5대 시중은행은 고객 이탈에 대한 우려와 신(新)예대율 규제 등으로 인해 눈치를 보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이 일부 수신상품의 금리를 낮췄다.
서울 중구 청계천로 한국씨티은행. [사진=더밸류뉴스]
씨티은행은 지난달 25일부터 일부 입출금 통장에 주는 우대금리를 0.2~0.3%포인트 인하했다. ‘씨티더하기통장’은 신규 가입 때 1000만원 이상 금융 거래 실적이 있으면 주는 금리를 연 1.4%에서 1.2%로 내렸다.
SC제일은행도 이달 1일 주요 입출금 상품 금리를 0.2~0.3%포인트 낮췄다. ‘내지갑통장’ 최고 금리는 연 2.5%에서 2.2%로, ‘SC제일마이줌통장’은 최고 연 1.2%에서 1.0%로 조정했다. 그동안 고금리로 운영했던 일부 수시 입출금 예금 상품 금리를 정상 수준으로 조정했다는 게 SC제일은행의 설명이다.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지난달 예금금리를 내릴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미뤘다. 내년부터 새로 도입되는 신예대율 규제와 지난달 시작된 오픈뱅킹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객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금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예금금리 인하에 앞장서는 것은 고객을 다른 곳에 뺏길 우려가 있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중)을 집계할 때 가계대출은 현행보다 15% 가중하고, 기업대출은 15% 감경하기로 했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고 기업으로 자급이 흘러가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국내 은행들은 예대율을 100% 이내에서 관리해야 하는데, 현재 대부분 은행은 가계대출 비중이 높아 신예대율이 도입되면 100%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이를 맞추려면 분모에 해당하는 예금을 늘리거나 기업대출 비중을 늘려야 한다.
여기에 지난달 30일 도입된 오픈뱅킹도 은행들이 예금금리 인하를 주저하는 이유다. 오픈뱅킹은 하나의 은행이나 핀테크 애플리케이션에서 모든 계좌를 조회하고 입출금할 수 있는 서비스다. 특히 다음달부터는 핀테크 업체도 여기에 합류한다.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는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예금금리 인하를 주저하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 하나금융그룹 사옥. [사진=더밸류뉴스]
반면 대출금리는 여전히 상승세다. 시중은행에서 판매하는 혼합형(5년 고정금리 뒤 변동금리로 전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를 전후해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4일 기준 국민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2.55~4.05%로 전주보다 0.09%포인트 올랐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28일 대비 0.08%포인트 오른 2.94~3.95%, 우리은행은 0.08%포인트 상승한 2.79~3.79%, 농협은행은 0.28%포인트 오른 3.14~4.24%, 하나은행은 0.058%포인트 상승한 2.751~4.051%였다.
대출금리가 오른 이유는 혼합형 주담대 금리와 연동된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가 오른 데다 일부 은행이 가산금리까지 올렸기 때문이다. 지난 8월 16일 연 1.301%로 바닥을 찍은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는 지난 1일 1.801%로 상승했다.
당분간 대출금리가 내림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국채 발행을 예고하자 공급 증가로 채권 가격 하락(채권 금리 상승) 현상이 나타났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실행을 위한 20조원 규모의 주택저당증권(MBS) 발행도 12월에 예정돼 있어 채권시장 금리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