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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박정호 기자]

에릭 호퍼의 사후 출간한 유일한 자서전이자 마지막 책이다. 그가 40세 때 샌프란시스코의 부두노동자로 정주할 때까지 자신의 반생을 회상하듯이 기록한 것이다. 떠돌이 노동자, 웨이터 보조, 사금채취공으로 전전하면서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두 27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에피소드가 그의 삶, 사유, 사상의 세계까지 뿌리 깊게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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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호퍼 1902~1983


1920년대 후반부터 일자리를 얻기 어려워졌다. 금융 공황이 있었고 공장에서는 노동자를 해고 했다. 나는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했다. 나는 행상을 했다. LA 교외에 있는 웨스트우드에서 나는 행상을 했다. 똑같은 소형주택이 줄줄이 늘어선 동네였다. 나는 오렌지가 가득 담긴 양동이 두개를 들고 집의 대문을 노크했다. 첫번째 집에서 문이 열리고 중년 부인이 나와서 "네?"라고 했다. 나는 얼어서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저 양동이를 든 두 손을 내밀었을 뿐이다. 부인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들어오세요. 두 양동이 모두 내가 사죠."

나는 허둥거리는 모습을 감추기 위해 그 집 채소 상자를 비우고 깨끗한 종이를 상자 안에 단단히 깐 다음, 단단한 것은 밑에 넣고 익은 것은 먼저 먹을 수 있도록 위로 채워 넣었다.


나는 다음 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고 이번에도 오렌지를 팔았다. 한 부인이 오렌지를 직접 재배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상상속의 농장과 가족 이야기를 떠벌렸다.


점심을 먹으려고 앉아서 돈을 셀 때 나는 깊은 회의감을 느꼈다. 그것은 내가 결코 느껴본 적이 없던 수치심이었다. 내가 스스럼없이 거짓말을 할 수 잇고, 물건을 팔기 위해 무슨 일이든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내 경우에 장사는 타락의 근원임이 분명했다. 장사를 위해서는 거리에서 사람을 죽일 수도 있을 터였다. 나는 타락의 소지가 다분했고, 따라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내가 블래키에 다시 오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그는 버럭 화를 냈다.


에릭 호퍼(Eric Hoffer) 는 누구?

1902년 7월 25일– 1983년 5월 21일)는 미국에서 떠돌이 노동자 생활로 평생을 보낸 사회철학자다. 1902년에 미국 뉴욕 브롱크스(Bronx)에서 독일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18살에 아버지를 잃었고 이 때 로스엔젤레스로 가서 노동자 생활을 하기도 했다. 노동자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독서를 하였고 인간에 대한 통찰이 돋보이는 아포리즘식의 글을 쓰기도 했다. 이러한 에릭 호퍼의 글은 미국 사회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때는 자유훈장이 수여되었다.


주요 저서[편집]
1951 The True Believer: Thoughts On The Nature of Mass Movements (한국어판:맹신자들)
1955 The Passionate State of Mind, and Other Aphorisms (한국어판:영혼의 연금술)
1963 The Ordeal of Change
1967 The Temper of Our Time (한국어판:우리 시대를 살아가며)
1969 Working and Thinking on the Waterfront: A Journal, June 1958 to May 1959 (한국어판:부두에서 일하며 사색하며)
1971 First Things, Last Things (한국어판:시작과 변화를 바라보며)
1973 Reflections on the Human Condition (한국어판:인간의 조건)
1976 In Our Time
1979 Before the Sabbath
1982 Between the Devil and the Dragon: The Best Essays and Aphorisms of Eric Hoffer
1983 Truth Imagined (한국어판:길위의 철학자)


pjh@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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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07-26 10: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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