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공시는 숫자를 채우는 행정서류가 아니다. 회사가 주주와 시장, 정부에 내미는 공개 장부다.그런데 GS그룹의 핵심 에너지 계열사인 GS에너지와 GS칼텍스에서 잇따라 공시 문제가 드러났다. 모회사가 틀린 뒤 자회사에서도 수치가 크게 바뀌었다. GS칼텍스는 최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다.
공시 오류와 형사사건은 성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두 사안은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수십조원의 자산과 거래를 관리하는 GS의 공시·준법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는 질문이다.
GS에너지는 당초 국외 계열회사 매출액과 합계를 모두 ’0원’으로 공시했다. 이후 정정공시에서는 그 합계가 66억500만원으로 바뀌었다. 실제로는 수십억원 존재했던 거래가 없던 것으로 공시된 것. 넥스트카본솔루션과의 경영관리·자문계약도 최초 공시에서 빠졌다가 정정 과정에서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관리·자문 거래는 계열사 간 용역의 실체와 가격 적정성을 판단하는 핵심 자료다. 누락됐다면 단순 오탈자가 아니라 자료 작성·검증·승인 과정의 실패로 봐야 한다. 잘못된 숫자가 여러 통제 단계를 그대로 통과했기 때문이다.
GS칼텍스도 GS이앤알과의 2026년 1분기 거래금액을 당초 예상한 1268억원에서 실제 652억400만원으로 변경 공시했다. 차이는 600억원이 넘는다. 예상과 실제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절반 가까이 줄었다면 사업계획 변경인지, 최초 산정 부실인지 설명해야 한다.
공시는 숫자를 고친다고 끝나지 않는다. 오류의 원인과 책임자, 재발방지 절차까지 밝혀야 한다. GS에너지는 GS칼텍스 지분 50%를 가진 핵심 주주다. 그룹 에너지사업의 두 중심축에서 공시 문제가 이어졌다면 실무자 개인의 실수보다 그룹 차원의 정보통제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
회사가 크고 거래가 복잡하다는 사실은 변명이 아니다. 더 정교한 검증과 더 분명한 책임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 공시가 틀리고 증거인멸 혐의까지…GS의 통제선은 어디서 무너졌나
공시 문제는 GS칼텍스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과 겹치며 더 무거워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7월 6일 GS칼텍스를 포함한 국내 정유 4개사를 기소했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직접적인 가격담합 규모를 14조2000억원으로 보고, GS칼텍스와 S-OIL(에쓰오일)의 가격 추종까지 포함한 경쟁제한 효과를 26조원 상당으로 추산했다. GS칼텍스도 사건에서 비켜선 것은 아니다.
검찰은 정유사들이 자영주유소에 전량구매계약을 맺게 하고, 정유사가 사후 결정한 가격을 따르도록 한 혐의로 법인들을 기소했다. 더 저렴한 공급처를 선택하지 못하도록 거래상 지위를 이용했다는 판단이다.
GS칼텍스 국내영업부문장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증거인멸에 관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아직 확정된 사실은 아니지만, 혐의가 인정된다면 일부 영업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준법통제와 조사 대응체계 전체의 실패가 된다.
준법경영이라는 것은 규정을 만들고 이를 법무팀에 보관만하는 일이 아니다. 위법 가능성이 있는 관행을 현장에서 발견하고 중단시키며, 최고경영진과 이사회에 보고하는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해야 한다. 보고 이후는 최고경영진과 이사회의 결정 사항이며 이들이 책임진다.
조사정보 유출과 증거인멸 혐의가 제기됐다면 준법지원인과 감사위원회가 무엇을 했는지 물어야 한다. 해당 거래관행이 언제 시작됐고 어느 임원선까지 보고됐는지, 이사회가 관련 위험을 알고 있었는지도 밝혀야 한다.
GS칼텍스는 '담합을 주도하지 않았다'는 주장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직접적인 가격 합의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것과 주유소를 상대로 한 거래관행이 공정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방만경영은 호화 사옥이나 과도한 경비지출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계열사 거래를 빠뜨리고, 수백억원의 차이가 나는 수치를 공시하며, 영업현장의 준법 위험을 이사회가 통제하지 못하는 것도 방만경영이다. 비용뿐 아니라 위험 관리까지 느슨한 경영이다.
GS그룹은 이를 실무자의 실수나 일부 영업조직의 일탈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GS에너지와 GS칼텍스는 공시 작성·검증·승인의 책임구조와 오류 원인을 밝혀야 한다. GS칼텍스 이사회도 검찰 기소와 조사 방해 혐의를 독립적으로 점검하고 그 결과를 시장에 설명해야 한다.
공시는 회사의 얼굴이고 내부통제는 회사의 골격이다. 공시 숫자가 틀리고 준법체계까지 흔들린다는 의심을 받는다면 경영진과 이사진이 나태하다는 평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모회사도 틀리고 자회사도 틀렸다. 이제 GS 최고경영진과 이사회가 답해야 한다. 누가 왜 틀렸고, 그 오류와 위험이 조직의 여러 통제선을 통과할 때까지 왜 아무도 바로 잡지 못했는지 아니면 안했는지.
기업의 공시는 숫자를 채우는 행정서류가 아니다. 회사가 주주와 시장, 정부에 내미는 공개 장부다. 그런데 GS그룹의 핵심 에너지 계열사인 GS에너지와 GS칼텍스에서 잇따라 공시 문제가 드러났다. 모회사가 틀린 뒤 자회사에서도 수치가 크게 바뀌었다. GS칼텍스는 최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다.
공시 오류와 형사사건은 성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두 사안은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수십조원의 자산과 거래를 관리하는 GS의 공시·준법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