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보여주는 힘이 아니라 마음에 남는 힘이다.”
![[북리뷰] 과정과 여운이 만드는 ‘다시 오고 싶은 나라’… 문화가 세계로 뻗어 나가는 법](/data/cheditor4/2607/57314d6489d0e54e29125be7e971512a08401dfe.jpg)
외국인 관광객 1500만 시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날로 늘고 있는 추세이다. K-팝, K-드라마, K-푸드 등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며 모니터로 보는 한국을 넘어 직접 현지에 방문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렇게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져주는 모습이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왜?’라는 질문이 떠오르곤 한다. 사람들은 왜 수많은 나라 중 한국에게 빠졌을까?
책의 저자인 전형주 교수는 국내를 비롯해 다양한 나라의 유명 축제들을 예시로 들며 문화가 전파되는 원리를 설명한다. 그녀는 축제 자체보단 축제를 즐기는 과정 속에서 사람들이 얻는 것, 그리고 축제가 끝난 뒤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이 문화를 만든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로 충남 보령시에서 열리는 ‘보령 머드 축제’를 꼽는다. 관람객이 축제의 일부가 되는 참여형 구조로, 진흙으로 가득 차 있는 풀장 안으로 들어와 낯선 사람들과 재밌고 유쾌한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다. 이를 통해 축제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얻은 사람들이 다음에 또 참여하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며 ‘보령 머드 축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지역 축제로 자리잡게 됐다.
비슷한 해외 사례로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리는 ‘라 토마티나(토마토)’ 축제가 있다. 이날만큼은 잠시 도시의 질서를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고 마음껏 웃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날의 특별한 경험은 ‘특별한 축제’를 넘어 ‘다시 가고 싶은 도시’라는 기억으로 남는다.
머드 축제와 토마토 축제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낸다면, 반대로 존재 자체로 사람들의 발길을 지속적으로 끌어들이는 축제도 있다. 2023년 4월부터 10월까지 전남 순천시에서 열렸던 ‘순천만 국제 정원 박람회‘가 대표적이다. 전 세계 23개국이 참여해 자연생태공원 내에 총 83개의 정원(세계정원 11개 포함)을 조성했다. 이 정원들은 축제가 끝난 이후에도 남아 있었고 이를 통해 지금까지도 정원을 보기 위해 자연생태공원을 방문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K-콘텐츠의 인기 역시 비슷한 이유로 설명된다. K-팝의 경우 무대 위에서 보여지는 완성된 결과물을 넘어 아티스트들의 연습생 시절 겪었던 불안, 데뷔 후의 부담, 성공 뒤의 공허함 등 무대 뒤에서의 모습도 함께 공개한다. K-드라마에서는 큰 사건보단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람들 간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K-푸드는 음식의 맛 자체보단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외국인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그동안 완성된 결과물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에게 완성 전의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이 과정 안에 함께 참여하고 끝난 후 마음에 여운이 남을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그 여운이 한국 문화를 ‘다시 찾는 콘텐츠’로 만든 것이다.
문화의 진짜 힘은 화려하게 세워진 무대나 완성된 결과물에 있지 않다. 그것을 직접 겪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체험'과 축제가 끝난 뒤에도 마음에 길게 늘어지는 '여운'에서 나온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아오고 K-콘텐츠에 열광하는 이유도 자신들이 ‘보는 관객’에 머무르지 않고 경험 속에 직접 ‘참여하는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깊이 남은 문화적 여운은 일회성 호기심을 넘어 ‘다시 찾고 싶은 기억’으로 바뀐다. 1500만 외국인 관광객 시대를 맞아 우리 문화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도 여기에 있다. 일회성으로 보여주는 문화가 아닌,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 스며들어 끊임없이 다시 찾게 만드는 ‘깊은 여운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