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소금이 최규화 기자의 신간 에세이 <유희 언니>를 출간했다. 이 책은 평생 투쟁 현장에서 ‘밥 연대’를 실천한 노점상 유희의 삶과 그가 남긴 연대의 의미를 복원한 기록이다.
<유희 언니>는 2024년 여름 유희의 부고 이후 이어진 추모의 물결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한 번도 직접 만나지 못한 인물의 죽음 앞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공통적으로 ‘밥’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삶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춥고 외로운 투쟁을 해 본 사람치고 유희 동지의 밥을 안 먹어 본 사람이 있을까요”라고 회고했듯, 유희는 오랜 시간 노동·시민사회 현장에서 밥 한 끼로 사람들을 지탱해 온 인물이었다.
책은 유희의 30년 ‘밥 연대’를 따라간다. 1990년대 초 전국노점상연합 사무실에서 가난한 활동가들의 끼니를 챙기던 일은 1995년 최정환·이덕인 열사의 죽음을 계기로 영안실과 농성장으로 확장됐다. 이후 유희는 전국의 투쟁 현장을 오가며 밥을 지었고, 2017년 시민 후원으로 마련된 ‘십시일반 음식연대 밥묵차’를 통해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세월호 유가족, 소성리 주민 등 사회적 아픔이 있는 곳곳에 함께했다.

저자는 1주기 추모제를 계기로 ‘유희의 사람들’ 15명을 인터뷰해 그의 생애를 입체적으로 복원했다. 책 속 유희는 단지 밥을 짓는 사람에 머물지 않는다. 공권력 앞에서는 물러서지 않는 ‘강철 여인’이었고, 원칙 앞에서는 타협하지 않는 활동가였으며, 때로는 무대에서 트로트를 부르며 현장의 사기를 북돋운 존재로 그려진다.
특히 책은 유희에게 밥이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벼랑 끝에 선 이들을 다시 사회적 관계망 안으로 불러들이는 ‘환대’의 방식이었다고 말한다. 따뜻한 밥 한 그릇은 고립된 투쟁의 현장을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으로 바꾸는 힘이었고, 수직적 조직이 아닌 수평적 연대로 사람들을 잇는 매개였다.
유희는 2022년 11월 췌장암 판정을 받은 뒤에도 밥차를 멈추지 않았고, 2024년 6월 향년 65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현장을 지켰다. 고인은 2025년 제32회 전태일노동상 공로상을 받았고, 이 책의 바탕이 된 <진실탐사그룹 셜록> 연재물 ‘하늘을 짓는 여자’ 역시 2025년 11월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했다.
<유희 언니>/최규화 지음/ 빨간소금 펴냄/ 2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