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대표이사 전영현 노태문)가 생성형 AI를 전면에 내세워 2000년대 K-드라마를 ‘재상품화’하는 실험에 나섰다. 단순 리마스터를 넘어 화질, 음질, 요약과 리캡까지 시청 경험 전 과정을 AI로 재구성한 ‘올인원(All-in-One) AI 통합 채널’을 삼성 TV 플러스에서 선보이며, FAST 플랫폼의 콘텐츠 경쟁을 기술 중심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시청자가 삼성TV 플러스가 제공하는 2000년대 인기 드라마를 4K 수준의 고화질로 볼 수 있는 '올인원 AI 통합 채널'을 통해 시청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번 채널의 핵심은 ‘복원’이 아니라 ‘경험 재설계’다. 저화질 원본을 4K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생성형 AI 업스케일링은 노이즈 제거와 색감 보정, 디테일 강화를 동시에 수행해 과거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현재 시청 환경에 맞춘 화면을 구현한다. 음질 역시 AI가 인물 음성과 배경음을 분리해 전달력을 높이고, 저음부를 복원해 대사의 명료도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회차별 핵심을 요약하는 AI 시놉시스와 자동 편집 리캡을 결합해, 과거 작품을 처음 접하는 세대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콘텐츠 라인업 선택도 전략적이다. ‘가을동화’, ‘명랑소녀 성공기’, ‘다모’ 등 2000년대를 상징하는 IP를 출발점으로, ‘겨울연가’, ‘옥탑방 고양이’, ‘토마토’ 등 후속 공개를 예고했다. 추억 자산을 기술로 확장해 가족 단위 동시 시청을 유도하고,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이라는 FAST의 수익 모델과 결합해 체류 시간을 늘리겠다는 계산이 읽힌다.
산업적 의미는 두 가지다. 첫째, AI를 TV 하드웨어의 부가 기능이 아니라 플랫폼 차별화의 핵심으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화질 개선 하나에 그치지 않고, 요약과 리캡으로 ‘보는 방식’까지 재정의했다. 둘째, K-드라마 IP의 장수화를 기술로 가속한다는 신호다. 신규 제작 경쟁이 과열된 상황에서, 축적된 라이브러리를 AI로 재가공해 비용 효율적 성장 경로를 제시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삼성 TV 플러스를 별도 가입 없이 이용 가능한 FAST 플랫폼으로 확장하며, 명작 K-드라마를 현대적으로 재탄생시키는 허브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최준헌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TV 플러스 그룹장은 이번 론칭을 “영상과 음성, 시청 경험 전체를 AI로 재구성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규정했다. AI TV의 경쟁이 사양 경쟁에서 경험 경쟁으로 이동하는 전환점에서, 삼성의 이번 시도는 기술 우위를 콘텐츠 체감 가치로 연결하려는 분명한 방향성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