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대표이사 김기호)이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입장을 밝혔다.
영풍은 1일 "고려아연(대표이사 정태웅 박기덕)이 원아시아파트너스(이하 ‘원아시아’)의 하바나제1호 사모펀드에 단독으로 1016억 원을 출자했다"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SM엔터 주가조작에 공모했다는 의혹이 규명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영풍의 입장 발표는 지난달 29일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에게 검찰이 징역 15년의 중형을 구형한 영향으로 보인다. 김범수 위원장은 카카오 창업주이며 2023년 2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주가를 공개매수가보다 높게 고정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고려아연 본사에 걸린 회사 로고. [사진=고려아연]
하바나제1호 사모펀드는 2023년 2월 10일(금) 카카오 투자 책임자 배재현이 원아시아 지창배 대표에게 “SM 주식을 1000억 원 규모로 매입해 달라”고 요청한 직후인 2월 14일(화)에 정관을 개정했다. 펀드 정관 개정은 법률 검토 등을 위해 최소 2주일 이상 걸리는 절차임에도 출자요청기간을 단 1영업일로 축소하고 수익 배분 구조를 원아시아에 유리하게 조정하는 내용을 갖고 있다. 바로 다음 날인 2월 15일(수)부터 고려아연은 해당 펀드에 단독으로 총 1016억 원을 출자하기 시작했고, 2월 16~17일 사이 해당 자금은 SM엔터 주식 대량 매집에 활용됐다. 영풍은 “이와 같은 구조에서 펀드의 정관 변경과 자금 집행이 대표이사의 승인 없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1일 입장문을 내고 “재무적 투자 목적으로 회사 여유 자금을 펀드 등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다”며 “SM엔터테인먼트 주가와 관련한 어떠한 시세조종 행위에도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일절 관여한 사실이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밝혔다. 또, “모든 투자 결정과 출자는 관련 법령과 회사 내부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법 위반 사항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