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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연 칼럼] AI 에이전트 시대, 한국 기술 혁신 골드타임...차별화된 근본 변화 필요성↑

- 삼성-MS 코파일럿 제휴에서 드러난 국내 AI 에이전트 연계 전략 공백

- 스마트홈 제어부터 업무 자동화까지...AI 에이전트 실용화 가속화

- 집단 지능 시대 개막...AI 에이전트끼리 협상하고 거래하는 미래 준비해야

  • 기사등록 2025-09-01 08: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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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박수연 선임기자]

지난달 28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MS 코파일럿 연동 소식이 국내 AI 생태계에 얕은 파장을 일으켰다. 삼성 갤럭시 디바이스 사용자들이 자연어로 기기를 제어하고 개인화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는 발표는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AI 에이전트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런 움직임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핵심 AI 에이전트 기술의 주도권이 여전히 해외 빅테크에 집중되어 있다는 현실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을 살펴보면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 X, 카카오의 오픈AI 전략 제휴, LG CNS의 에이전틱웍스, SKT의 AX 3.1 라이트 등 주요 기업들이 AI 에이전트 영역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 SDS는 '리얼 서미트 2025'에서 에이전트 드라이브 전략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경쟁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등 해외 기업의 기반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AI 에이전트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사회 전반의 운영 방식을 바꿀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내 기업들의 기술 자립도 제고와 함께 독창적인 가치 창출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박수연 칼럼] AI 에이전트 시대, 한국 기술 혁신 골드타임...차별화된 근본 변화 필요성↑AI 에이전트 한국 시장 규모(2024~2030년) [자료=Grand view Horizon]

'지성·목소리·힘' 갖춘 AI...AI 에이전트 혁명의 시작


기원전 8세기 호메로스가 《일리아드》에서 그려낸 헤파이스토스의 황금 하녀들은 '오토마톤(automaton)', 즉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라 불렸다. 이들은 "지성과 목소리, 그리고 힘을 가지고 있으며 불멸의 신들로부터 기술을 배웠다"고 묘사됐는데, 이는 인류 문학사상 최초로 등장한 인공지능 로봇의 모습이었다. 28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고대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목격하고 있다. 지난 3월 샌프란시스코 AGI 하우스에서 열린 해커톤에서 프리스타일의 제이콥 CTO가 텍스트 입력만으로 집안 조명 색깔을 바꾸고 오븐 온도를 설정하자 현장에서 박수가 터져 나온 장면은 바로 그 증거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MCP(Model Context Protocol)라는 혁신적 기술이 자리한다. 앤트로픽이 지난해 11월 오픈소스로 공개한 이 프로토콜은 AI 모델과 외부 시스템 간의 연결을 표준화해 'AI 시대의 USB-C'를 지향하고 있다. 현재 MCP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을 모아놓은 온라인 목록에는 4,000개가 넘는 서비스들이 등록되어 있는데, 우리가 자주 쓰는 구글 드라이브, 슬랙 같은 업무용 프로그램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이는 호메로스가 상상했던 자율적 기계들이 실제 현실에서 구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다.


더욱 주목할 점은 구글이 4월 발표한 A2A(Agent-to-Agent) 프로토콜이다. MCP가 AI와 도구 사이의 연결에 초점을 맞춘다면, A2A는 AI 에이전트들 간의 직접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토마스 쿠리안 구글 클라우드 CEO는 "에이전트끼리 서로 질문하고, 답변하고, 협상해야 한다"며 새로운 협업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히 개별 에이전트의 성능 향상을 넘어 집단 지능(collective intelligence) 구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호메로스가 그려낸 세발솥들이 "저절로 신들의 모임으로 들어가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자율성을 현실화한 것이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와 함께 호메로스가 제기했던 근본적인 철학적 질문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인공적으로 창조된 지능체의 존재론적 지위는 무엇인가? 창조자는 피창조물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지는가? 자동화 기술이 사회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들이 현대의 AI 윤리 논의에서 여전히 핵심적인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기술의 발전이 인문학적 성찰과 함께 이뤄져야 함을 시사한다.

[박수연 칼럼] AI 에이전트 시대, 한국 기술 혁신 골드타임...차별화된 근본 변화 필요성↑AI 에이전트 전 세계 시장 규모(2024~2034년) [자료=Precedence Research]

프로토콜 전쟁...AI 에이전트 생태계의 새로운 판도


지금 AI 업계에서는 마치 스마트폰 초기 시대의 'iOS vs 안드로이드' 같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AI들이 서로 대화하는 '공통 언어'를 누가 만들 것이냐는 싸움이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AI가 외부 프로그램들과 연결될 때마다 각각 다른 방식으로 번역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한국어를 구사하는 AI가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된 100개의 서로 다른 프로그램과 대화하려면 100가지 번역기가 필요한 상황과 같다. 앤트로픽의 개발자는 "AI는 사람처럼 말하지만, 컴퓨터 프로그램들은 복잡한 암호 같은 언어를 쓴다"며 "이 둘을 연결하는 작업이 너무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MCP라는 '번역 표준'이다. 마치 전 세계 어디서나 쓸 수 있는 USB-C 케이블처럼, 하나의 규칙만 있으면 모든 AI와 프로그램이 쉽게 연결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특히 3월 오픈AI(ChatGPT 개발사)가 "우리도 MCP를 쓰겠다"고 발표한 후 업계 분위기가 바뀌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자사의 AI 서비스에 MCP를 적용하기 시작했고, 현재 4,000개가 넘는 프로그램들이 MCP 방식으로 AI와 연결되고 있다. 이는 마치 안드로이드가 전 세계 스마트폰의 표준이 되어가는 과정과 비슷하다.


그러나 구글은 다른 전략을 선택했다. MCP가 'AI와 프로그램의 연결'에 집중한다면, 구글의 A2A는 'AI끼리의 대화'에 초점을 맞췄다. 예를 들어 마케팅 AI가 고객 관리 AI와 직접 대화해서 더 나은 광고를 만들거나, 회계 AI가 영업 AI와 협력해서 매출 예측을 하는 식이다. 구글은 이미 세일즈포스, SAP 등 60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들과 손을 잡고 A2A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마치 애플이 앱스토어로 모바일 생태계를 장악한 것과 같은 전략이다.


문제는 이 두 방식 모두 보안에 큰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시카고대학교 연구원은 "MCP는 보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졌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악의적인 해커들이 가짜 프로그램으로 속여서 중요한 파일을 훔치거나, AI에게 거짓 명령을 내려 엉뚱한 일을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보안 전문가는 "몇 년 후에는 스스로 해킹하는 AI가 등장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는 마치 스마트폰이 편리해지면서 동시에 새로운 종류의 사기와 해킹이 등장한 것과 같은 상황이다. AI 에이전트 시대가 본격화되기 전에 이런 보안 문제들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수연 칼럼] AI 에이전트 시대, 한국 기술 혁신 골드타임...차별화된 근본 변화 필요성↑AI 에이전트 전 세계 지역별 시장 규모(2024년) [자료=Precedence Research]

한국 기업 추격자에서 선도자로...안전한 AI 에이전트로 역전 기회 모색


국내 AI 에이전트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움직임은 기존 IT 강자들의 본격적인 시장 진입이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 X 씽크를 통해 독자적인 AI 에이전트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으며, 한국어 특화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카카오는 오픈AI와의 전략 제휴를 통해 글로벌 기술력과 국내 시장 이해를 결합한 접근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전략이 해외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 기술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삼성SDS는 지난 8월 에이전트 드라이브를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며 제조, 금융, 유통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AI 에이전트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삼성전자와의 시너지를 통해 디바이스-클라우드-서비스가 통합된 AI 에이전트 생태계 구축 가능성을 보여준 점은 긍정적이다. LG CNS의 에이전틱웍스도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특화된 AI 에이전트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기술 의존도이다. 대부분의 국내 AI 에이전트 서비스들이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등 해외 기업의 기반 모델에 의존하고 있어 기술 주권 확보에 한계가 있다. MCP나 A2A 같은 핵심 프로토콜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목소리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SKT의 AX 3.1 라이트나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 X가 일정한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표준을 주도할 만한 영향력을 갖기에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앞으로 한국 AI 에이전트 산업의 성공 여부는 독자적 기술력 확보와 함께 글로벌 생태계에서의 역할 정립에 달려 있다. 단순히 해외 기술을 도입해 국내 시장에 적용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만의 독특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강력한 제조업 기반과 스마트 팩토리 경험을 활용한 산업용 AI 에이전트, 또는 K-콘텐츠와 연계된 창작 지원 AI 에이전트 등이 그 방향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AI 에이전트 기술의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후발주자의 약점을 장점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ynsooyn@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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