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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탐구] ㉓현대해상, 순수 손보사 유일 '대기업집단'...브랜드 파워로 '빅2'

  • 기사등록 2023-10-09 20: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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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공정위 공시대상기업집단 리스트에 오르지 않았지만 향후 여기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대기업집단도 분석합니다. [편집자주]
[더밸류뉴스=김인식 기자]

인류 역사상 자본주의(capitalism)가 처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1666년 9월의 어느 날 영국 수도 런던. 


시내 중심가의 런던대교 바로 옆에 자리잡은 빵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은 순식간에 주변으로 옮겨 붙어 5일 동안 런던 시내 가옥의 80% 가량을 전소시켰다. 그 유명한 '런던 대화재(Great Fire of London)'이다. 


화재 원인으로는 때마침 건조한 강풍이 불었고 런던의 건물과 가옥이 목조였다는 점이 거론되지만 근본적으로는 영국에 자본주의가 처음으로 발흥하면서 런던 인구가 25만명으로 불어난 것에 있었다. 영국인들은 이때 처음으로 자본주의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리스크가 내재돼 있고 여기에 대비한 '무엇'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같은 배경으로 화재 발생 수개월 후 치과의사 니콜라스 바본(Nicholas Barbon)이 국왕 명을 받아 화재보험사무소(fire office)를 열었다. '화재가 발생하면 피해를 보상해준다'는 보험상품에 런던 시민들은 앞다퉈 가입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화재보험의 시작이었다. 


◆순수보험그룹으로는 첫 대기업집단... 지난해 매출액 첫 20조 돌파


이처럼 보험은 자본주의와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한 나라의 자본주의 경제가 선진국에 도달할 수록 보험산업은 정비례해 발전한다. 이는 왜 한국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보험 강국'인가를 설명해준다. 보험은 크게 화재보험과 생명보험으로 나뉘는데, 인구 고령화로 생명보험업은 성장이 더딘 반면 - 보험사 입장에서 보험금 지급 기간이 길어진다 -  화재보험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같은 배경으로 주목받는 대기업집단이 현대해상화재그룹(회장 정몽윤. 이하 '현대해상')이다.


현대해상화재 그룹 지배구조. 단위 %. [자료=금융감독원]

현대해상은 지난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일명 대기업집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67위).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순수 손해보험그룹으로서는 최초였다. 지난해에는 68위였고 올해초 제외됐다. 지난해 금리 인하에 따른 매도가능금융자산(매도가능채권) 가치하락으로 지정 요건(공정자산 5조원)에 미달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년에는 대기업집단에 다시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CEO스코어 조사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현대해상 공정자산은 8조7382억원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을 다시 넘었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매출액(영업수익) 20조3844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2013년 매출액 10조4854억원이었다가 10년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연평균증가율(CAGR) 6.87%이며 한국 경제성장률(2% 안팎)을 초과하고 있다. 이 기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3%이다.  


현대해상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현대해상 사업보고서] 

현대해상이 이같은 양호한 실적을 낸 비결로는 양호한 업황과 더불어 손해보험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승자독식'(winner takes all) 현상이 지적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국내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옛 동부화재). 메리츠화재의 이른바 '빅4'의 시장점유율은 높아지는 반면 나머지 손해보험사들은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이는 보험업이 대표적인 무형 비즈니스이며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의존해 보험상품을 구입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메이저 보험사들은 대규모 광고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대량 매입 등의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를 통해 다시 실적을 개선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중소 보험사는 대규모 광고를 집행하기 어렵고 그래서 규모의 경제를 발휘하기 어려워 실적이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해상은 실적 기준으로는 삼성화재에 이어 '넘버2'이지만 브랜드 인지도에서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한국기업평판연구소 브랜드평판지수에서 현대해상은 손해보험사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삼성화재, 농협손해보험 순이었다. 이는 '현대'라는 브랜드 파워 덕분으로 분석되고 있다. 범(凡)현대가 그룹들이 현대해상 고객사인 것도 도움이 되고 있다. 


◆DB손보와 손보 '빅2' 놓고 각축... IFRS17 적용 3분기 실적 관건


그렇지만 단기적으로 현대해상은 도전을 맞고 있다. 올해 시행된 IFRS17 회계 때문이다. 이는 보험사가 스스로 정한 기준에 따라 보험부채를 평가하는 회계 방식이다. 

 

IFRS17의 보험부채는 미래현금흐름, 할인율, 위험조정, 보험계약마진으로 구성되며 이 중 미래현금흐름은 보험회사가 IFRS17 원칙에 따라 스스로 정한 계리적 가정에 기반해 산출한다. 이렇게 산출된 기준은 많은 기업 순이익을 부풀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IFRS17가 시행 첫 해인 올해 상반기 현대해상은 영업수익 8조 778억원,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5780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기준 총자산 42조 4791억원, 운용자산 40조875억원이며, 자본총계는 별도기준 8조1464억원이다. 보험사의 자본적정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은 185.4%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5대 손해보험사 2023년 상반기 당기순이익. 단위 억원. [이미지=더밸류뉴스]

손해보험 '빅5'(삼성·현대해상·DB손해·메리츠화재·KB손해보험) 기준으로 상반기 별도기준 순이익을 조사한 결과 현대해상은 4위를 기록했다. 1위는 삼성화재(1조1845억원)이며 이어 DB손해보험(9181억원), 메리츠화재(8390억원), 현대해상(5780억원), KB손해보험(5462억) 순이다. '손해보험 빅2'를 놓고 DB손해보험과 경쟁하고 있는 현대해상이 두 단계 밀려난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해상 관계자는 “일반보험, 장기보험, 자동차보험 등 전 종목의 손해액이 증가했다”며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호흡기 질환, 발달장애 관련 실손보험금 청구액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본게임은 다가오는 3분기부터다. 보험회사가 IFRS17 원칙에 따라 스스로 정한 계리적 가정에 기반해 산출하는 방식에 대해 금융당국이 규제에 나섰다. 이익이 부풀려졌다는 분석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실손의료보험의 계리적 가정 산출기준 △무·저해지 보험의 해약률 가정 산출기준 △고금리 상품의 해약률 가정 산출기준 등을 제시했다. 올해 3분기에 새 가정을 적용한 수치가 나온다. 

 

정몽윤 회장, IMF 과정에서 독립... 장남 정경선 '사회적 기업' 활동 관심↑

 

현대해상은 1955년 3월 동방해상보험으로 시작됐고, 이후 몇차례의 지배구조 변경을 거쳐 1983년 현대그룹에 인수됐다. 현재 오너 정몽윤 회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 회장 7남으로 1977년 27세에 현대종합상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현대해상화재그룹 오너 가계도. 

1985년 현대해상으로 옮겼고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와 이른바 '왕자의 난' 과정에서 현대해상으로 독립했다. 현대해상 지분 22%를 보유하고 있다. 모친(고 변중석 여사) 제사 같은 행사를 제외하고는 외부에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이다.  ‘왕자의 난’으로 알려진 현대가 상속재산 다툼이 진행될 당시에도 조용한 모습을 보였다. 


정몽윤 회장 부인 김혜영씨는 한국브리지협회 부회장으로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정 회장 장남 정경선씨는 오너가(家) 자제로는 이례적으로 비영리 사회적 기업에 활동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임팩트’와 임팩트 투자 및 사회적 목적의 부동산 개발을 하는 HG이니셔티브(HGI)를 창립했다. 현대해상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정몽윤 회장은 정경선씨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녀 정정이씨는 HGI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현대해상은 조용일 부회장과 이성재 사장의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현대해상은 외국인 비중이 37.7%, 소액주주 비중이 61%에 달한다.


kis7042@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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