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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탐구] 서울우유 문진섭, 임기 4년 연임에 '연매출액 2조' 전인미답 눈앞...비결은 - 우유 소비자 감소, 코로나 쇼크에도 지난해 매출액 1.9조 달성 - 목장주 경험 바탕으로 제품 다양화 등 현장형 전략 이끌어내
  • 기사등록 2023-05-29 20: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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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신현숙 기자]

문진섭 조합장이 이끌고 있는 서울우유가 올해 '연매출액 2조'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어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우유 지난해 매출액은 1조9684억원이어서 올해 2조원 돌파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 유(乳)업계는 86년 역사를 뒤로하고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혁신 제품을 출시해 우유의 신부가가치를 창출하겠습니다. 또, 블루오션을 찾아내 신시장을 개척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서울우유의 시장점유율을 끌어 올리겠습니다.”


지난 3월 8일 오후 서울 상봉동 서울우유 사옥 강당. 


문진섭 조합장이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연임 소감과 향후 경영 전략을 밝히자 강당에는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연임에 성공한 첫 민선 서울우유 조합장이 탄생했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2019년 3월 조합장에 취임한 이후의 성취를 바탕으로 향후 4년 동안 서울우유를 어느 정도 퀀텀점프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이날 실시된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문진섭 조합장은 63.67%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21대 조합장에 당선됐다.  


[일러스트=홍순화 기자] 

◆문진섭 조합장은…


▷1951년생(72) ▷국민대 경영대학원 졸업 ▷고려대 생명환경과학대학원 고위자연자원정책과정∙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경기 파주시 축산 계장 ▷서울우유 12~15대 대의원·14~15대 이사·22~24대 감사 ▷20∙21대 서울우유 조합장(2019년 3월~현재)


◆'연매출액 2조' 눈앞... 소비자 감소에도 신기록 연속 갈아 치워 


문진섭 조합장이 이번에 연임에 성공한 배경으로는 무엇보다도 '실적 개선'이 있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매출액(영업수익) 1조9684억원, 영업이익 47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비 6.8% 증가해 2조원 돌파가 임박했다. 2019년 취임 당시 임기 내 매출액 2조원 달성을 제시했는데 실제 달성을 눈 앞에 둔 것이다. 다만 영업이익은 원윳값을 비롯한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전년비 18.7% 감소했다. 


서울우유는 2018년 이후 5년째 국내 우유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매출액 추이. K-IFRS 연결 기준. 단위 억원. [자료=각사 공시 자료]

문진섭 조합장이 CEO를 맡은 지난 4년 동안 국내 우유 시장은 우유 소비자 감소, 코로나19 쇼크, 멸균 우유 수입 확대 등으로 비우호적이었다. 문진섭 조합장은 가정간편식(HMR), 디저트 우유, 가공우유 등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파도를 넘겼다. 


문진섭 조합장의 성과의 이면에는 무엇보다도 풍부한 현장 경험(field experience)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문진섭 조합장은 경기도 파주시에서 실제로 목장을 경영한 적이 있다. 그는 경기 파주 축현리에서 젖소 목장을 경영하면서 우유 생산은 물론이고 목장 안팎의 인테리어를 깔끔하고 아름답게 디자인해 낙농 체험 목장으로 업그레이드했다. 그러자 주말마다 서울과 수도권 시민들이 찾아와 관광을 즐기고 우유 칼국수, 우유 아이스크림을 맛보는 핫플레이스로 거듭났다. 이 성과를 인정받아 문진섭 조합장은 2006년 파주시농업인대상을 수상했다. 


서울우유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미국·유럽산 무관세 우유 국내 시장 진입 눈앞


문진섭 조합장의 향후 4년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현재 국내 우유 시장은 저출산 가속화, 원자재 가격 급등, 수입산 우유 관세 철페의 3대 위기에 봉착해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 사회의 저출산 가속화는 국내 유(乳)업계 종사자에게 고민거리다. 이달 통계청이 공개한 ‘2023년 3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1분기 기준 ‘합계출산율’은 0.81명이었다. 합계출산율은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다. 이번 수치는 역대 1분기 중 가장 낮은 기록이다. 원자재(우유)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현재 원유 기본 가격은 1ℓ당 999원 가량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수입산 우유 관세 철폐는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로 다가오고 있다. 오는 2026년부터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 유럽 등 우유가 무관세로 수입된다. 미국산 유제품은 현재 7.2% 관세를 받고 있는데, 2026년부터는 관세가 없어진다. 이후로도 유럽, 호주 등에서 생산한 우유도 무관세로 들어올 예정이다. 


미국, 유럽산 우유가 국내 시장에서 들어오면 국산 우유는 가격 경쟁력에서 상대하기 버겁다는 분석이다. 미국, 유럽산 소(cow)는 목초지에서 풀을 먹고 성장하기에 사료값이 거의 들지 않는다. 국내 어느 기관 조사에 따르면 국내산 원유의 공급가격은 리터(L)당 1100원 수준이다. 반면 뉴질랜드는 원유 가격이 리터당 400원대에 불과하고, 미국과 영국 등은 400~500원대이다. 관세까지 철폐되면 수입산 유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더 높아진다. 그야말로 공포의 미국·유럽산 소(cow)가 물 건너 국내 시장에 들어올 채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포트폴리오 다각화, 혁신제품 전략으로 승부수 


문진섭 조합장은 이 같은 도전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포트폴리오 확대'를 내세우고 있다. 이밖에 △혁신제품 출시를 통한 우유의 신부가가치 창출 △유업계 블루오션 개척 △양주 신공장 견학시설을 활용한 미래고객 유치 등을 내세웠다.  


최근 서울우유는 디저트 ‘우유크림 베이커리’, 테이스티 치즈 고칼슘, 과즙 에이드 '올데이프룻 키위' 등을 출시했다. 올데이프룻은 지난해 5월 오렌지, 자두 2종이 출시돼 지난 한해동안 약 23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우유는 신제품 키위를 포함해 향후 지속적인 제품군 확대를 통해 10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디야커피 매장에서 서울우유가 배합된 먹거리가 선보이고 있다. [사진=이디야커피]

국내 첫 토핑 요거트인 '비요뜨'의 누적 판매량이 2004년 출시 이후 7억개를 돌파한 것도 긍정적이다. 서울우유는 시리얼을 우유와 함께 먹어야 한다는 통념을 깨고 지난 2004년 토핑 요거트인 비요뜨를 출시한 바 있다. 이밖에 이디야커피와 손잡고 전용 우유를 출시하고, SPC 던킨과 협업해 제품을 내 놓는 등 업계와의 협업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이디야 전용 우유’ 누적 사용량이 약 1만6000톤을 상회하기도 했다. 2021년 10월 양사는 ‘이디야 전용 우유’를 개발하고 본격 판매를 개시했다.


◆자수성가형 CEO... 임직원 소통 중시하고 현장 목소리 경청 


자수성가형 CEO답게 문진섭 조합장은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직원들이 "서울우유의 제품 믹스를 흰우유 중심에서 발효유나 가공유, 커피 등 신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하자 이를 수용해 지난해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진섭(앞줄 오른쪽) 서울우유협동조합장이 지난 4일 서울우유 대리점들과 공정거래 및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서울우유]

서울우유측은 "우유 제품의 본원적 경쟁력의 하나는 '신선함'이며, 목장주가 주인으로 구성된 서울우유는 이 점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며 "다가오는 우유시장 개방에도 서울우유가 소비자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shs@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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