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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우유, 유제품 업계 불황에도 매출 2조원 달성…국산 A2 우유 시대 열었다

- 지난해 매출 11.41%, 영업이익 68.73% 증가…‘A2+’ 우유 출시 낙농업 발전에도 기여할 전망

  • 기사등록 2024-05-07 16: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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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승윤 기자]

유제품 업계에 불황이 찾아온 가운데 서울우유(조합장 문진섭)만 실적 호조가 나타나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저출산과 수입 유제품 증가로 국내 소매 우유 시장 자체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매출액이 10% 이상, 영업이익이 70% 가까이 증가하며 타 경쟁사들과 대비되는 행보를 보였다. 여기에 더해 최근 A2 원유를 활용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유제품 업계에 새로운 시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유제품 업계 최초 매출 2조 클럽 입성… 어려운 영업환경에도 선방


서울우유는 지난해 매출 2조1170억원, 영업이익 545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11.41%, 68.73% 증가했다. 국내 유제품 업계 중 매출이 2조원을 넘은 기업은 서울우유가 유일하다. 


서울우유, 유제품 업계 불황에도 매출 2조원 달성…국산 A2 우유 시대 열었다서울우유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더밸류뉴스]

지난해 전체 소매 우유 시장의 매출 증가율은 2%였지만 서울우유는 이를 능가하는 11.41%를 달성했다. 경쟁사인 매일유업이 5.78%, 남양유업이 3.33% 증가하고 일동후디스가 14.36% 감소한 것과도 대비된다.


서울우유는 실적 증가 이유에 대해 자사의 소매시장 점유율이 확대되고 카페 프랜차이즈 공급과 같은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서울우유의 지난해 소매 우유 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0.2%포인트 증가한 43.9%다.


사실 점유율을 늘리는 것은 서울우유만의 전략은 아니다. 현재 많은 유제품 기업이 저출산과 수입 멸균유 증가 등에 맞서 단백질 음료나 연화식(씹는 게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음식)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서울우유는 본업인 우유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서울우유가 사기업이 아닌 ‘조합’이기 때문에 선택한 전략으로 보인다. 조합은 사기업과 달리 본업과 무관한 분야로 진출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관련이 있더라도 조합원의 동의 절차가 필요하기에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것이 어렵다.


◆성인 수요 공략 본격화… A2+ 우유 출시로 소비자들 진입장벽 낮춰


서울우유가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공략하고 있는 대상은 성인 소비자들이다. 현재 유제품 업계에 가장 큰 위기가 ‘저출산’이기 때문이다. 기존 주 소비층인 어린아이들이 감소한다는 것은 유제품 업계의 시장점유율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서울우유는 성인들도 고객층으로 포섭하고 있다. 특히 우유 섭취 시 소화불량을 겪는 성인을 위해 A2 원유를 활용한 ‘A2+’ 제품을 출시했다. 한국인 100명 중 62명이 우유 섭취 후 소화 불량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A2+ 우유는 A2 원유를 자사 제품 기준인 체세포 수 1등급·세균 수 1A에 맞춘 뒤 원심분리기로 세균과 미생물을 제거한다. 소화 불량을 유발하는 성분을 제거해 평소 소화기관이 약한 성인과 유아 모두 편하게 마실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건강과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A2 우유는 아시아, 유럽, 북미 등으로 시장성이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MARC는 지난해 전 세계 A2 우유 시장 규모는 134억 달러(약 18조5456억원)이고 A2 우유 시장은 연평균 14.8%씩 성장해 2032년에 478억 달러(66조1552억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경천 서울우유 상임이사는 "A2+ 우유는 유제품을 접하는 데 불편함을 가진 사람, 더 건강한 삶은 영위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우유"라며 "품질 혁신으로 역대 최고 시장 점유율을 달성한 '나 100%'에 이어 A2+우유로 시장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우유, 유제품 업계 불황에도 매출 2조원 달성…국산 A2 우유 시대 열었다국민 1인당 유제품 소비 비중. [자료=더밸류뉴스]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국내산 원유의 최대 활용처인 시유(시장에서 판매되는 우유) 소비는 줄어들고 유가공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1년 국민 1인당 유제품 소비 비중은 시유 36.5kg, 유가공품 27.4kg에서 2022년 각각 31.9kg, 53.8kg으로 바뀌었다. 또 저율관세할당(정부가 허용한 물량에 낮은 관세를 매기고 초과하는 물량에 높은 관세를 매기는 것) 물량이 증가하며 국민 1인당 유제품 소비량은 같은 기간 63.9kg에서 85.7kg으로 늘어났지만 자급률은 77.3%에서 44.8%로 감소했다. 많은 소비자들이 수입 유제품을 소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수입 유제품이 국내 제품에 비해 퀄리티가 좋다는 대중들의 인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헬스케어의 유행과 골드키즈(귀하게 자라는 외동아이를 뜻하는 신조어)의 증가로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며 낙농업으로 유명한 북유럽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A2+ 우유, 위축되는 국내 낙농업에 도움될 전망… 프리미엄 수요도 공략


문진섭 조합장이 A2+ 우유 출시를 본격화하며 국내 낙농업의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우유, 유제품 업계 불황에도 매출 2조원 달성…국산 A2 우유 시대 열었다문진섭 서울우유 조합장이 지난달 15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A2+ 우유 전시장에서 제품을 들고 촬영하고 있다. [사진=서울우유]

문 조합장은 2018년부터 서울우유를 이끌었다. 2018년 '나100샵' 온라인몰 론칭, 2021년 이커머스사업 본주 신설, 2022년 9월 스마트 낙농업 환경 조성을 위해 약 7만평 규모의 경기 양주 부지에 유가공 생산공장 조성, 중국 내 콜드 체인 시스템 구축 등 국내 우유 경쟁력 향상을 위해 애써왔다.


그럼에도 1인당 연간 흰 우유 소비량이 줄고 있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으로 문 조합장은 A2 우유 카드를 빼 들었다. 2020년부터 80억을 투자해 전용 목장 등 A2 우유 도입을 준비한 만큼 자신감을 보이고 있으나 낮은 집유량이라는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A2+ 우유의 생산량이 아직 높지 않아서 일반 우유보다 가격이 비싼데 제품 점유율이 높아질수록 단가도 내려갈 것"이라며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올해 말까지 일평균 1900톤의 원유 중 3%인 50톤을 A2 우유로 생산하고, 2030년까지 A2 우유 비율을 100%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lsy@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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