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회장 김승연)이 한화솔루션 유상증자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그간 보유해온 고려아연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풍∙MBK파트너스(이하 영풍∙MBK)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측 경영권 분쟁의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유상증자로 자금 조달 '발등의 불'
3일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이 ㈜한화, 한화에너지 등의 계열사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약 8%)의 일부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화 계열 3사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합산 약 8% 수준으로, 시가 기준으로는 2조원대 초중반 규모에 달한다.
한화그룹 현황. 2025. 12. 단위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이는 한화솔루션 유상증자에 필요한 자금 조달 때문이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약 7200만 주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예정 발행가는 주당 3만3000원대로, 전체 조달 규모는 약 2조4000억원 수준이다. 이번 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존 주주가 배정받은 물량을 우선 인수한 뒤, 남는 주식은 일반 투자자에게 배정된다.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인 한화의 대응이 관건이다. (주)한화의 지분율은 30% 중반대 수준으로, 증자 참여가 미흡할 경우 지분 희석이 불가피하다. 그룹 지배력 유지 차원에서 상당 규모의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
◆한화, 자금 조달 위해 고려아연 지분 매각할 수도...유증 재원 마련 고심
문제는 재원 여력이다. 우리사주 물량을 제외한 구(舊) 주주 배정분 가운데 ㈜한화 몫은 약 2000만 주로 추산되며, 금액 기준으로는 약 7000억원 안팎이다. 그러나 최근 한화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현금성 자산은 1300억원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기타자산 역시 선급금과 선급비용 비중이 높아 단기간 내 현금화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추가 차입 외에는 보유 자산 매각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특히 금융자산 가운데서도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항목이 우선적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그 대상으로 고려아연 지분을 지목하고 있다. ㈜한화는 2022년 약 23만 주의 고려아연 지분을 취득했으며, 당시 투자금은 약 1500억원 수준이었다. 이후 주가 상승으로 현재 평가 가치는 35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 상황에 따라 일부를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할 경우 상당한 현금 확보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영풍∙MBK vs.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측 '경영권 분쟁' 결정지을 수도
한화그룹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영풍∙MBK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측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다.

4일 현재 영풍∙MBK측 고려아연 지분은 약 41%로 추정된다. 구체적으로 YPC(영풍측 특수목적법인) 25.2%, 한국기업투자 8.25%, 장형진 3.46% 등이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 단일 주주(25.2%)이지만 과반 지분을 확보하지는 못하고 있다.
최윤범 회장 측 지분은 약 38%로 추정된다. 최윤범 회장 개인 지분은 낮지만 경영진·우호 투자자·계열사 지분으로 고려아연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 한화-고려아연, 전략적 동반자 관계 흔들리나…한화 지분 향방에 쏠린 시선
한화그룹과 고려아연은 그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였지만 이제는 관계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재계 일각에서는 전략적 투자 성격이 약해진 만큼 지분 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함께 최근 개정 상법에 따라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강화된 점도 변수다. 핵심 사업과 직접적 관련성이 낮은 자산을 장기간 보유할 경우 경영 판단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건은 이러한 움직임이 고려아연 경영권 구도에 미칠 영향이다. 현재 최윤범 회장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약 18%대 지분을 확보하고 있으며, 외부 우호세력에 일정 부분 의존하는 구조다. 이 가운데 한화 측 지분이 이탈할 경우 지배력 균형이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화 측은 고려아연 지분 처분 여부를 묻는 더밸류뉴스의 질의에 대해 “고려아연 지분 매각과 관련해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