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대표이사 유태호)이 사업 다각화 전략을 사용해 저평가 구간에 있는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애경산업과 코트야드 메리어트 호텔 인수에 이어 조선업과 부동산 개발 사업에도 뛰어들며 저평가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태광그룹 현황. 2025. 9. 단위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 PER 5배·PBR 0.18배…태광산업이 저평가된 이유
태광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5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18배에 불과하다. 이는 코스피 평균 PER(약 12~13배)과 PBR(약 1배)을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시장이 태광산업의 현재 실적과 자산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PBR 0.2배 미만은 순자산 가치 대비 시가총액이 극도로 낮다는 의미로, 기업이 당장 문을 닫고 자산을 다 팔아도 현재 주가보다 서너 배 많은 돈이 남는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시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수치다.
업계에서는 태광산업의 주가 저평가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한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장기불황에 빠져있는 석유화학 업황을 들 수 있다.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의 대규모 석유화학 단지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으로 위기에 처해있다. 석유화학과 섬유 산업을 주력으로 영위하고 있는 태광산업 역시 최근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실적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태광산업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더밸류뉴스]
주가가 부진한 또 다른 배경으로는 소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꼽힌다. 시장에서는 태광산업이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극적인 투자나 배당 확대 등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3분기 말 기준으로 태광산업은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약 1조2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향후 자산 가치 재평가가 본격화되고, 회사가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할 경우 이러한 저평가는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24년 태광산업 주가는 밸류업 기대감이 확산되며 한때 90만원대까지 상승한 바 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구체적인 주주환원 정책 로드맵이 있는지를 묻는 더밸류뉴스의 질의에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확정된 주주환원 방안은 없다”고 밝혔다.
◆ 애경산업·메리어트·케이조선 인수…비주력 분야로 사업 확장
3분기 기준 태광산업 매출액의 약 84%는 석유화학 부문에서 발생했다. 석유화학 업계가 불황 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태광산업도 면방공장 철수와 저융점 섬유 사업 정리, 중국 스판덱스 공장 가동 중단 등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태광산업 매출액 비중. [자료=태광산업 사업보고서]
이 불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 태광산업은 새로운 먹거리를 탐색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태광산업이 새롭게 진출하고 있는 사업 분야가 기존 주력 사업과는 다른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태광산업은 현재 소비재·부동산·조선 등 신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 태광산업, 티투프라이빗에쿼티(T2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이 컨소시엄을 이뤄 인수 계약을 체결한 애경 산업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당시 태광산업 컨소시엄은 애경산업 주식의 약 63%인 1667만주를 47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그 해 10월에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업 목적에 화장품 제조•매매업을 추가하며 애경산업 인수를 위한 법적 기반도 마련했다.
애경산업 인수 계약은 다음달 19일 마무리될 예정이다. 인수 지분 가운데 절반은 태광산업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T2PE와 유안타인베스트먼트가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인수한다.
또 최근에는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남대문’ 호텔을 254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남대문은 지하 5층~지상 20층 규모의 4성급 호텔이다. 시청역, 서울역 등 역세권 입지로 뛰어난 접근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말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 사업이 첫 삽을 뜨면서, 인근에 입지한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남대문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도 함께 커지고 있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위치. [자료=네이버 지도 캡처]
이외에도 케이조선(옛 STX조선) 인수를 추진하기 위해 미국계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TPG)과 함께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업계에 따르면 인수에 투입될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아직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사업 다각화로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나서…스페셜티 제품으로 석화 산업 경쟁력 제고
태광산업의 전방위적인 사업 다각화는 신규 포트폴리오 구축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뷰티•부동산 개발•조선 등의 신규 사업을 발굴해 석유화학 부문에 편중된 사업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고,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애경산업 인수 역시 연평균 약 9%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태광산업은 기업설명(IR) 자료에서 종합 화장품 기업 인수를 통해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하겠다는 전략을 밝힌 바 있다.
태광그룹 오너 가계도와 지분 현황. [자료=더밸류뉴스]
화장품 산업에서의 양사 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태광산업의 화학·소재 사업 역량과 애경산업의 브랜드 및 제품 경쟁력이 결합되면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며 “국내외 유통망과 수출형 K-뷰티 인프라를 확보해 기존 기업간 거래(B2B)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으로의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태광산업은 기존 석유화학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도 나선다. 경쟁력이 낮은 의류용 범용 제품 비중은 줄이고 모다크릴, 아라미드 등 고부가가치 중심의 스페셜티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투 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태광산업의 사업 다각화 전략이 단기 이벤트에 그칠지, 주가 저평가를 해소하는 기업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향후 실적과 시너지 창출 성과가 가를 전망이다. 신규 사업의 성장성과 기존 석유화학 부문의 수익성 회복이 동시에 가시화된다면 현재의 낮은 밸류에이션이 재평가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