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맥북을 사고, 애플워치로 건강을 관리한다. '애플을 쓰는 사람은 애플만 사용하게 된다'는 '애플 생태계 이론'. 이러한 애플의 전략은 산업 전반에 '플랫폼'이라는 개념을 확산시켰다.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이와 유사한 전략을 모색하는 사례가 있다. 바로 동국제약(대표 송준호)이다.
동국제약은 지난 10년 간 '마데카솔 연고'의 핵심 성분으로 상처치료제에서 더마코스메틱, 뷰티 디바이스로 사업을 확장했다. 치료 이후의 관리와 일상 영역까지 포괄하려는 시도로, 단일 기술과 브랜드 자산을 반복 활용하며 사업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동국제약은 기존의 병·의원 및 약국 중심 영업을 유지하면서도, 소비자 직접 판매(D2C)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더불어 '장기지속형 주사제'라는 혁신 비만치료제로 글로벌 시장에 후발주자 참전을 선언했다. 내년 매출 1조원 달성을 목전에 두고, 동국제약의 플랫폼 확장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K-뷰티의 혁명"…제약사가 만드는 화장품·미용기기
지난해, 동국제약은 매출액 8122억원, 영업이익 804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K-IFRS 연결). 전년 대비 각각 11.11%, 20.18% 증가하며, 모두 두 자릿 수 성장률을 보였다.
올해 들어서도 성장흐름은 이어졌다. 3분기 누적 매출은 68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 증가했고, 누적 영업이익은 723억 원으로 15.1% 성장했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매출액 1조원 달성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동국제약 최근 10년 실적 및 주요 연혁. [자료=더밸류뉴스]
이러한 호실적의 배경에는 헬스케어 부문의 선방이 있었다. 지난해 헬스케어 부문 매출은 273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33.7%를 차지하며 최대 사업 부문으로 자리 잡았다. 이어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약 2450억원으로 전체의 35.8%를 차지했다. 과거 주력이던 OTC(일반의약품, 25%)와 ETC(전문의약품, 28%)를 능가하는 수치로, 영업이익률이 높은 화장품과 뷰티 디바이스의 매출 비중이 커지면서 전체 영업이익 체질도 개선되었다.
일등공신은 상처치료제 마데카솔을 활용한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24(Centellian 24)’다. 지난 2015년, 동국제약은 50년 이상의 연구데이터에 기반한 '병풀 정량추출물(TECA)'을 기반으로 기능성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출시 초기 '마데카 크림' 단일 제품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에센스, 마스크팩, 앰플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했다. 센텔리안24는 출시 1년 만에 매출 400억을 돌파했으며, 지난해 누적 매출은 1조원을 넘어섰다.
◆일본 MZ세대 홀린 '센탈리안 24'…DKMA 사업부 고속 성장 비결은?
동국제약은 국내의 성공을 바탕으로 일본 이커머스 시장과 병원용 에스테틱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일본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인 큐텐 재팬(Qoo10 Japan)입점을 시작으로, 라쿠텐과 아마존 재팬으로 판매 채널을 확대했다.
동국제약 주요 제품 및 상품 매출액 비중. [자료=2025년 동국제약 3분기 보고서]특히 성분을 중요시 여기는 일본 소비자의 심리를 적극 겨냥했다. '병풀(CICA)' 성분의 원조 격인 마데카솔을 적극 내세우며, 현지 인플루언서 대상의 마케팅을 펼쳤다. 오프라인 입점보다 온라인 확장을 선택한 전략은 일본 MZ세대의 구매심리를 자극했다.
그 결과, 2024~2025년 큐텐 재팬의 메가와리 세일 기간 동안 센텔리안24 제품들은 뷰티 카테고리 판매 랭킹 Top5에 여러 차례 진입했고, 단일 행사 매출만 수십억 원 규모를 기록했다. 수치로 확인되는 성과도 뚜렷하다. 지난해 헬스케어 부문 수출액은 전년 대비 40% 이상 성장했으며, 일본 비중이 가장 컸다. 올 3분기 누적 기준 해외 헬스케어 수출액은 약 450억원으로, 이미 지난 2023년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특히, 과거 홈쇼핑 중심에서 벗어나 이커머스와 자사몰, 아마존 비중을 늘려 판매 수수료율을 8%p 이상 절감했다.
동국제약 매출실적 비중. [자료=2025년 동국제약 3분기 보고서]
내수시장에서는 병원 시장 진입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약국 중심 영업망에서 피부과·성형외과 등으로 영업 범위를 넓혔다. 동국제약은 지난 2023년 메디컬 에스테틱 사업부를 DKMA(Dongkook Medical Aesthetic)로 재편하며 전문 시술 시장 공략에 나섰다. 특히 정기적인 심포지엄을 개최, 최신 시술 트렌드와 임상 데이터를 의료진과 공유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지난해 하반기 국내 허가를 받은 보툴리눔 톡신 ‘비에녹스주’는 올 상반기 기준 500곳 이상 피부과·성형외과에 입점했고, HA 필러 ‘벨라스트’는 에스테틱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출시된 스킨부스터 ‘마데키엘’은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10만 바이알 판매를 돌파하며 고마진 효자상품으로 부상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에스테틱 전담 영업 인력도 지난 2023년 대비 두 배 이상 증원돼, 약 2000개 미용 성형 클리닉을 직접 커버하는 영업망이 구축됐다.
업계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대신증권은 동국제약을 ‘브랜드 자산 전이’에 가장 성공한 제약사로 평가하며, 마데카솔로 축적한 신뢰도가 화장품을 넘어 전문 시술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22년 리봄화장품 인수와 오는 2027년 하반기 가동 예정인 진천 DDS 공장 증설도 차별 요소로 꼽힌다. 다만 일본 내 K-뷰티 경쟁 심화와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가격 경쟁은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스킨부스터 중심의 고마진 구조와 제약 기술 기반 시너지가 당분간 성장 동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3세 경영 시동 본격화…내년 '1조 클럽' 등극 '1보 직전'
사업 전환과 맞물려 경영 승계도 진행중이다. 권기범 회장의 장남인 권병훈 이사는 지난해 2월 리봄화장품 사내이사로 선임된 데 이어, 4월 동국제약 재무기획실 책임매니저로 발령받으며 경영 일선에 본격 합류했다. 만 30세의 젊은 경영진이 핵심 사업 축에 전면 배치되면서, 그룹 전반에 세대 교체 신호가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국제약 최근 분기별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더밸류뉴스]
동국제약은 지난 2022년 리봄화장품의 지분 53.66%를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화장품 연구개발 전문기업의 자회사 인수로 제약 기반의 기능성 화장품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시도다. 특히 권병훈 이사는 개인 자금 12억원을 리봄화장품에 직접 투자하며 지분 2.2%를 취득했다. 단순히 경영 시험대를 넘어 동국제약의 주력 먹거리로 부상한 뷰티사업을 공고히 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신약 영역에서는 비만치료제가 다음 시험대다. 동국제약은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장기지속형 주사제(DK-LADS)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DK-LADS 기술은 매주 투여해야 하는 기존 GLP-1(위고비 등) 대비 1~3개월 1회 투여가 가능한 생분해성 미립구 기술이다. 현재 비임상 단계를 마무리 중이며, 임상 시험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천 기술인 리포좀 및 미립구 기술이 비만뿐 아니라 전립선암, 당뇨 치료제 등 다양한 만성질환 파이프라인으로 확장 가능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를 위해 충북 진천에 600억원 규모의 DDS(약물전달시스템)전용 무균 주사제 공장을 구축하며 상용화 준비도 병행하고 있다. 오는 2027년 하반기 가동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향후 설비가 완공될 경우 비용 절감과 더불어 기술 기반의 제조 경쟁력이 주목된다.
동국제약은 마데카솔이라는 단일 브랜드에서 출발해 제약, 화장품, 에스테틱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아우르며 사업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여기에 비만 신약 개발과 제조 인프라 투자까지 더해지며 성장의 가시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내년 '1조 클럽' 진입이 유력해지며, 동국제약이 구축 중인 헬스케어 생태계에 시선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