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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 화학업황 불황에도 주가 반등...주주환원 및 신사업 기대감 ↑

- 금호석유 지난해 말 PBR 0.6배...'W'자형 주가 흐름 속 밸류업 가능성 타

- 실패로 끝난 '조카의 난'...투자 여력 확보하고 CNT(탄소나노튜브) 등 사업 체질 전환에 주력

  • 기사등록 2024-05-14 17: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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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황기수 기자]

최근 금호석유(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백종훈) 주가 그래프가 완연한 알파벳 'W' 형태에 가까워졌다.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하락으로 지난 1월 10만7800원의 52주 최저가를 기록한 금호석유는 2월에는 16만3900원의 최고가를 기록했다. 최저가 기록 후 한달도 채 되지 않아 주가가 약 52% 급등한 것이다.


최고가 기록 이후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며 반년 새 급격한 변동을 보이는 등 'W' 형태의 이중 바닥 패턴은 향후 주가를 예측하는 기술적 분석에서  통상 '하락 추세에서 상승 추세로의 전환'을 예측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지난해 금호석유를 비롯한 화학 기업은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실적 부진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에 투심이 악화되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단기간에 업황이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런데 금호석유의 주가가 연초부터 들썩인 이유는 무엇일까.  


금호석유, 화학업황 불황에도 주가 반등...주주환원 및 신사업 기대감 ↑금호석유 최근 주가흐름. [이미지=더밸류뉴스]

◆금호석유 지난해 말 PBR 0.6배...자사주 소각으로 '밸류업' 기대↑


먼저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다. 금호석유가 52주 최저가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이어가던 도중 주주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1월 24일 금융위원회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도입과 운영 입장을 밝힌 것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상장사들이 주당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의 주요 투자지표를 공시하도록 하고 자사주를 소각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다. 지난해 일본의 경우 저(低)PBR 상장사들의 주주가치 제고를 강제해 결과적으로 성공했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이에 한국의 밸류업 정책 역시 이를 벤치마킹할 것으로 예상하고 대표 저PBR주들이 시행 전인 연초부터 수혜를 입었다.


금호석유, 화학업황 불황에도 주가 반등...주주환원 및 신사업 기대감 ↑금융위원회 현판. [사진=금융위원회]

금호석유의 지난해 말 기준 PBR은 약 0.6배로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인 PBR은 주가가 1주당 순자산의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이 값이 1보다 낮을수록 저평가됐음을 의미한다. 최근 화학업종은 불황에 따라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되면서 PBR이 역사적 저점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금호석유가 재무 여력이 충분하고 자사주를 다량 보유하고 있어 정부의 밸류업 정책 발표 시 주주환원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주목하고 있다.


밸류업이 주가에 미친 효과는 실적 발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1월 29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공시했다. 36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시장기대치인 668억원 대비 크게 하회한 일명 '어닝쇼크'였다. 통상 어닝쇼크의 실적이 발표되면 주가급락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금호석유는 이날 오히려 전일대비 8.8% 상승해 장을 마감했다.


◆박철완 전 상무, 또다시 실패로 끝난 '조카의 난'... 3년간 50% 자사주 소각  


자사주 소각을 둘러싼 금호석유의 주가 변동에는 이에 편승한 행동주의 펀드 움직임 역시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공동보유계약을 체결하고 권리를 위임했다고 공시한 2월 15일부터 3거래일 동안 주가는 약 18% 상승했다. 박 전 상무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조카이자 금호석화 지분 9.1%을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이다.


금호석유, 화학업황 불황에도 주가 반등...주주환원 및 신사업 기대감 ↑박찬구(왼쪽)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과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 [사진=금호석유화학]

이날 박 전 상무 측은 회사가 보유한 18.4% 자사주가 박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쓰이고 있다며 주주제안을 통해 전량 소각을 요구했다. 그는 공시 이후 입장문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며 "금호석유화학이 대표 사례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회사 측은 3년간 50%를 소각한다는 계획을 밝히며 맞불을 놓았다. 


박 전 상무는 이미 지난 2021년부터 두 차례의 주주제안을 주주총회에 상정시켰지만, 이들 모두 표대결에서 참패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지속되는 주가 부진과 밸류업에 따른 '자사주 소각'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소액주주들의 찬성을 이끌어 낼 것이란 예측이 잇따랐다. 재계에선 주주제안이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져 주가 급등을 불러온 사례가 비일비재한 만큼 올해 주총 결과에 더욱 많은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이변은 없었다. 박 전 상무의 이번 '조카의 난' 역시 표대결에서 지며 실패로 돌아갔다. 금호석화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재계에서는 박 전 상무가 이번으로 세 차례나 연이어 표대결에 실패하면서 향후 추가적인 주주제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 CNT(탄소나노튜브) 등 사업 체질 전환에 주력...투자 여력은 '충분'


주총이 사측의 승리로 돌아가면서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됨에 따라 주가도 줄곧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천연고무 가격이 상승하면서 핵심사업인 합성고무 부문의 회복 기대감에 주가도 다시 활력을 되찾은 모습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순수 화학에 비해 합성고무 시황은 먼저 불황을 겪었던 만큼 바닥도 먼저 빠져나오고 있다"며 "수급 개선에 힘입어 작년 4분기를 바닥으로 올해 분기 이익은 계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금호석유, 화학업황 불황에도 주가 반등...주주환원 및 신사업 기대감 ↑금호석유화학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또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CNT(탄소나노튜브)을 통한 사업 체질 개선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CNT는 배터리의 전기와 전자의 흐름을 돕는 도전재로서 기존 소재보다 높은 전도를 구현하고 배터리 수명과 용량을 늘려 각광받고 있는 차세대 소재다. 금호석화는 현재 총 120톤의 CNT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올해 연내 가동을 목표로 여수 율촌 산단에 현재 생산능력의 3배에 달하는 360톤 규모 플랜트를 준공 중에 있다.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는 올해 주주총회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전기차 솔루션 △친환경 바이오 △스페셜티 소재 등 3대 신성장 사업을 선정했다. 그간 금호석화는 국내 석유화학 '빅4(금호석화·LG화학·한화솔루션·롯데케미칼)' 가운데 신사업 진출에 가장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범용 화학제품 중심의 수익성 악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확인하면서 신사업을 통한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다행히 금호석유는 무차입 경영에 가까운 사업기조를 이어온 만큼 투자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2년 연속 부채비율은 30%대를 유지했으며, 지난해 연결 기준 순차입금비율은 6.3%에 불과했다. 또 금호석유는 이번 자사주 50% 소각 후 남은 절반에 대해 투자 재원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적극적인 신사업 행보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ghkdritn12@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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