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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탐구] ㊳셀트리온, 통합법인 출범했지만 레드오션 변모한 '바이오 시장' 과제

- 셀트리온 통합법인 출범하며 분식회계 논란 일단락

- 레드오션 변모한 바이오 시장에서 성과 내기 과제

  • 기사등록 2024-01-07 16:3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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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더밸류뉴스=정희민 기자]

셀트리온(대표이사 서진석)은 최근 10년 한국주식시장의 역사에서 가장 화끈하게 '롤러코스터'를 탄 종목의 하나다. 

 

셀트리온 주가는 2020년 12월 11일 최고가(37만4620원)을 찍었다. 10년전(2013년 12월)에 비해 딱 10배 올랐다. 바이오라는 신성장 산업에서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라는 점이 주식 시장 참여자들에게 받아들여진 덕분이었다. 셀트리온과 더불어 '셀트리온 3형제'로 불리던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주가도 나란히 최고가를 찍었다. "셀트리온으로 인생역전했다"는 성공 사례가 나오고 주식 투자 사이트에서 셀트리온의 신약 개발 능력을 분석하는 글이 쏟아졌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후 셀트리온 3형제 주가는 맥없이 하락했다. 가공 매출과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되고 금융감독원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감리에 착수한 것이 계기였다. 2022년 2월 증선위가 "셀트리온이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하지 않았다"고 최종 결론내렸지만 주가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2023년 10월 6일 13만1,000원). 당시 셀트리온은 '지인과 이야기할 때 절대 꺼내지 말아야 하는 3대 주제(정치·종교·셀트리온)'로 꼽힐 만큼 논란이 됐다.

  

그리고 지금은 2024년 1월 7일. 


셀트리온 주가는 다시 무섭게 상승을 거듭해 21만4500원을 찍었다. 1개월만에 130% 급등한 것이다. 서정진 창업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고 셀트리온 통합법인(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이 출범한 덕분으로 분석되고 있다. 셀트리온 통합법인이 올해 상반기에 셀트리온제약까지 합병하면 분식회계 논란은 일단락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그룹이 향후 어떤 길을 걷게 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분식회계 논란을 해결한 셈이니 '밈주'(meme stock·SNS에서 자주 거론되는 주식)로 뜰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제3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바이오 전문기업' 유일 대기업집단... 올해 32위·전년비 1단계↓


셀트리온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일명 대기업집단) 32위를 기록했다. 전년비 한 단계 하락했다. 


셀트리온 그룹의 지배구조와 현황. 2023년 12월 현재. 단위 %. [자료=금융감독원] 

매출액 3조8780억원, 순이익 5440억원으로 전년비 매출액은 8.17%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45.37% 감소했다. 계열사는 9개로 전년비 2개 증가했다. 셀트리온은 2016년 대기업집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고(59위) 2021년에는 24위까지 올랐다. 이후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 [자료=공정거래위원회]

2016년 셀트리온이 대기업집단에 처음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앞서 언급한 대로 '선점자의 이점'(first mover advantage) 덕분이다. 


여기서 잠시만.


바이오(bio)란 뭘까? 바이오라는 용어는 정말이지 널리 쓰이고 있지만 이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투자자나 일반인은 많지 않다. 


바이오란 균주, 세균을 비롯한 생명을 가진 생물체(혹은 생물학적 제재)를 말하며, 이를 원재료로 만드는 약품이 바이오 의약품이다. 예를 들어 메디톡스가 보툴리늄 균주로 만드는 미용 주사제 메디톡신이 바이오 의약품이다. 반대말은 합성 의약품으로 비생물체를 원재료로 만드는 의약품을 말하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통 제약사가 시판하는 감기약, 해열제가 여기에 해당한다. 


의약품의 종류. [자료=더밸류뉴스]

바이오 의약품은 합성 의약품보다 효능이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 인간(호모 사피엔스)도 생물이니 생물체를 원재료로 만드는 바이오 의약품이 더 잘 듣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하려면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고 개발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자본 조달이 용이해지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허들(huddle)이 극복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이 시점에 셀트리온이 퍼스트 무버로 시장에 뛰어든 것이 현재의 성공 기반이 됐다.  


◆바이오 산업 개화기에 '퍼스트 무버' 강점


서정진 회장은 대우자동차 고문으로 근무하다 1990년대 후반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실업자가 됐고 대우차 출신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고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를 논의하다 2002년 넥솔(현 셀트리온)을 창업했다. 음식점, 인터넷 중개업 등 다양한 아이템 가운데 바이오 사업을 선택한 이유는 딱 하나, '바이오 산업 태동기'라는 점을 주목한 것이다. 다시 말해 창업 동료들 가운데 누구도 바이오의 '바'도 알지 못했지만 경쟁자가 드물었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후의 셀트리온 성공 스토리는 잘 알려져 있다. 최근 9년(2013~2022) 셀트리온의 매출액 연평균증가율(CAGR)은 29.29%에 달한다. 기간을 5년(2017~2022)으로 좁혀도 19.20%이댜.  '비즈니스 성공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근 10년 셀트리온 매출액, 영업이익률. [자료=셀트리온 사업보고서] 

◆삼성, SK, LG 바이오 뛰어들며 '레드오션' 변모


셀트리온의 신약 개발 능력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논란이 돼 왔던 것은 회계 처리 방식이었다. 셀트리온그룹은 그간 셀트리온이 생산한 바이오 의약품을 셀트리온헬스케어에 판매하면서 회계학에서의 이중계상, 가공매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런데 이 문제가 올해 상반기 중으로 해결될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현재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을 완료했고 셀트리온제약도 합병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셀트리온의 향후 앞날은 '쾌청'일까.


이 질문에 '예스'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우선 바이오 시장이 그간 블루오션이었지만 이제는 레드오션으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 재계에서 바이오 산업에 새로 뛰어들었거나 투자를 늘린 곳으로는 삼성(삼성바이오로직스), SK(SK바아오팜, SK바이오로직스), LG(LG화학)가 있다. 재계 '빅4' 가운데 3곳이 풍부한 자본력, 인적 자원을 기반으로 바이오 산업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 놓은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간 바이오 의약품을 위탁 생산해주는 CDMO(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위탁개발)에서 한걸음 나아가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에 본격 나서고 있다. SK의 경우 최태원 회장 장녀 최윤정씨가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을 맡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SK의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를 점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광모 LG 회장도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를 낙점하고 힘을 싣고 있다. LG화학 산하 생명과학본부가 바이오 사업을 맡아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액 1조원을 돌파했다. 구 회장은 바쁜 와중에도 충남 오송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R&D(연구개발) 시설을 빈번하게 찾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 제넨테크(Genentech), 스위스 노바티스(Novartis), 화이자, 암젠 등이 바이오 시밀러 개발에 나서고 있다.  


통합법인 출범으로 불가피해지는 그룹 매출액 감소 등도 해결 과제다. 서정진 회장이 여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셀트리온그룹의 향후 주가와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 통합법인은 지난해 12월 출범했고 오는 12일 신주 상장한다. 


셀트리온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서정진 회장, 지난해 초 경영 복귀하고 '가족 경영' 본격화


서정진 회장은 지난해 3월 회장으로 복귀했다. 2019년 은퇴 선언을 번복한 것이다. 당시 그는  "내가 은퇴한 이후 셀트리온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될 것"이라며 "내 자식들이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셀트리온그룹은 서 회장 장남, 차남, 친동생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서 회장 장남 서진석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셀트리온 통합법인 경영사업부 총괄대표(각자 대표) 겸 이사회 공동의장을 맡았다. 


셀트리온그룹 오너 가계도. 

1984년생으로 서울대 동물자원학과를 졸업했고 카이스트에서 생명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4년 셀트리온 제품개발본부에 입사해 7년 만에 셀트리온스킨큐어 대표를 맡았다. 경영권 승계에 한발짝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남 서준석은 셀트리온 북미법인을 총괄하고 있다. 1987년생으로 2017년 셀트리온에 과장으로 입사해 제조부문 운영지원담당장을 맡았다. 서정진 회장 친동생 서정수씨는 셀트리온 통합법인 부회장 겸 비서실장을 맡고 있다. 


taemm07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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