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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 회장, "리딩 금융 탈환하고 아름답게 떠납니다"...퇴임 간담회

- 2014년 11월 취임해 9년 KB금융 이끌어...1등 금융지주사 점프 성과

  • 기사등록 2023-09-25 16: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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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구본영 기자]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9년 동안 저는 노란색 이외의 넥타이를 매본 적이 없습니다. KB를 상징하는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일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 너무 감사했고 또 행복했습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9년간의 임기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언제나 그랬듯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노란 넥타이를 매고 말이다.  


◆'노란 넥타이' 윤종규 회장, 박수 칠 때 떠난다


2014년 11월, 윤종규 회장이 회장에 취임했을 당시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지배구조는 흔들렸고, 직원들은 '1등 DNA'를 점차 잃어가는 상황이었기에 회장 취임에 대해서 축하보다는 걱정이 빗발치던 시기였다. 그러나 윤종규 회장은 걱정하지 않았다. 훌륭한 직원들과 단단한 고객 기반을 보유한 KB의 저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일일히 답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윤종규 회장의 임기 첫 3년은 직원들의 자긍심을 회복하고 고객들의 신뢰를 되찾아 우선 KB국민은행부터 리딩뱅크로 돌아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이는 그가 회장과 행장을 겸임하고자 했던 이유기도 하다. 당시 외부뿐만 아니라 KB금융그룹 내부에서조차 역대 어떤 은행도 리딩뱅크에서 내려온 후에 다시 1등으로 올라간 사례가 없다며 그의 행보를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았다고 윤종규 회장은 말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사람들의 우려가 무색하게 취임 후 3년도 채 되지 않아 '리딩 뱅크'라는 이름을 다시 찾아올 수 있었다. 


두 번째 임기 3년은 KB를 부동의 리딩 금융그룹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LIG 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 현대증권(현 KB증권)을 인수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고, 푸르덴셜 생명을 추가로 인수해 비은행 부문을 한층 강화했다. 이런 노력들로 인해 현재 KB금융의 강력한 양날개 성장 엔진이 완성된 것이다. 


어느덧 윤종규 회장의 마지막 임기 3년, 그는 KB금융이 지배구조 문제와 관련해서 다시는 흔들리지 않도록 탄탄한 경영 승계 절차를 구축하고자 했다. 과거의 관치금융 흑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이사회와 긴밀히 소통했고, 체계적인 CEO 승계 프로그램을 KB에 정착시켰기에 모범적인 회장 후보 추천 과정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회장으로 취임한 9년간 노란색 넥타이만을 고집했다는 윤종규 회장. 그에게 KB금융은 단순한 직장을 넘은 삶의 일부였기에 다른 색의 넥타이는 맬 생각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친구들이 '너는 몸에 빨간 피 대신 노란색 피가 흐르는 것 아니냐?'는 농담을 건네더군요. 하하~~. 임기가 두 달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새 양종희 회장 내정자가 가벼운 발걸음을 내딜 수 있도록 남은 기간 동안 인수인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인도네시아 적자 부코핀은행…디지털화로 승부볼 것"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KB부코핀은행은 KB국민은행이 최대주주로 올라선 2020년 8월 이후 현재까지 한번도 적자를 벗어난 적이 없다. 이 결과 올해 1분기 기준 완전자본잠식 상태이다. 올해 1분기 말 총자산은 6조6678억원, 총부채는 6조8397억원,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702억원이다. 


KB부코핀은행 영업수익, 순손익률 추이. [사료=전자공시시스템]

이와 관련, 윤종규 회장은 “인수 당시 전략은 빠른 속도로 부실 채권 정리 후 기존 취약했던 전산 시스템을 선진 전산 시스템으로 재정비하는 것”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의 발발로 부실채권이 확대되고 IT 작업도 상당 부분 지연됐던 것이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상황이 좋아지면서 빠른 속도로 원래 계획들을 실행 중이기에 내년 6월에는 IT 시스템 재정비가 완료될 것”이라며 “영업 인력과 영업 체계를 재정비한 후 IT 시스템을 보강해 디지털에 강점이 있는 은행을 만들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윤종규 회장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KB국민은행의 '부코핀은행 살리기' 의지는 확고하다.  지난 5월 부코핀은행은 11조9000억루피아(한화 1조47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완료했고 이 가운데 국민은행은 8조루피아(한화 6870억원)를 투자해 기존 지분율 67%를 유지했다.


KB국민은행이 이처럼 적자를 감수하며 부코핀 살리기에 나서는 이유는 부코핀 은행이 동남아 시장 진출과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이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국내 은행 시장점유율 1위이지만 국내 시장 정체로 향후 성장동력을 해외 시장에서 찾고 있다. 


이와 관련, 윤종규 회장은 “현재 KB금융그룹은 인도네시아가 세컨 마더 마켓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 자산운용, 캐피탈 보험회사가 함께 진출해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했던 것처럼 원스탑 서비스를 토탈 솔루션으로 제공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흔들리는 KB금융을 다시한번 일으켜세운 윤종규 회장에게도 아쉬운 점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윤종규 회장은 “한국의 리딩뱅크이자 리딩금융으로 우뚝 선 KB금융이지만, 여전히 세계 60위권에 머무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금융업은 자본이 없으면 자산을 늘릴 수가 없기에 현재보다 자본을 최소 2.5배 이상 늘려야 20위권에 들어간다”며 “이를 비단 개별 회사 차원에서만 노력한다고 가능할 것이냐에 대해 앞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영은 계주(繼走)와 같아... 후임 양종회 회장 내정자 기대감↑"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난 2015년 LIG손해보험 인수를 시작으로 2016년 현대증권, 2020년 푸르덴셜생명 등 인수합병을 주도해 비은행 사업을 강화했다. 그 결과 라이벌 신한금융지주를 누르고 올해 확실한 리딩뱅크 자리를 꿰찼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기자의 질문을 주의깊게 듣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9년의 임기 중에서 혹시 아쉬움이 남는 선택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윤종규 회장은 “인수합병(M&A)라는 게 결혼하고 비슷하기에 한 번 선택하고 후회하면 안된다”며 “그때 최선의 판단을 해서 결정한 것이기에 대체로 지금까지 했던 게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경영이라는 것은 끝이 없는 계주(繼走·4인이 한조가 돼 달리는 육상경기)와 같다”며 “앞의 주자가 넘어져 뒤처져 있던 경기를 본인이 따라잡아 놓았으니 양종희 내정자가 더 속도를 내 반바퀴, 아니 한바퀴 이상 앞서가는 경기를 보여줘 리딩금융 자리를 공고히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이며 기자간담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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