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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린의 Cool북!] ⑯ 남은 삶이 지리멸렬하게 느껴진다면 ‘개’처럼 살자!

  • 기사등록 2025-05-20 08: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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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세대 출판전문가의 속 시원한 독서 솔루션 ‘황예린의 Cool북!’을 연재합니다. 버라이어티하고 거친 야생의 사회생활로 고민하는 우리에게, 기왕 일하는 거 재밌게 일하고 싶은 현직 출판마케터가 책장에서 찾은 해결책을 처방합니다. 황예린은 책 읽는 삶이 가장 힙한 삶이라는 믿음을 널리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언제까지 이런 삶을 계속해야 하는 걸까? 회사로 출근하는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나뿐 아니라 매일 집과 회사를 오가는 일상이 반복된 지도 벌써 수년이 지난 사람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 봤을 것이다. 회사에 가면 매일 같이 다른 듯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다, 점심을 먹고 다시 똑같이 일하고 집에 가서 아주 잠깐 개인 시간을 보낸 뒤 잠들고, 금방 다시 출근한다.


그런 일과가 몇 년이나 큰 변화 없이 지속되다 보니 어느새 동태처럼 영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텅 빈 눈동자가 되고 말았다. 도대체 지겹게 반복되는 인생의 어디에서 어떻게 행복이라든지, 삶을 살아가야 할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런 고민을 하는 우리에게 철학자 마크 롤랜즈는 묻는다. “삶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요?”


[황예린의 Cool북!] ⑯ 남은 삶이 지리멸렬하게 느껴진다면 ‘개’처럼 살자!

‘네 발의 철학자’ 마크 롤랜즈 지음, 강수희 옮김, 청림출판. [이미지=알라딘]



롤랜즈의 책 ‘네 발의 철학자’는 매일 아침 집 뒤편 운하 제방으로 산책하러 가는 자신과 반려견 섀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섀도가 운하를 산책하며 하는 일은 단순하다. 제방에서 볕을 쬐고 있는 거대한 녹색 이구아나들을 쫓고, 이구아나들이 물속으로, 풀숲으로 도망치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다. 대단히 특별한 사건도 없건만, 섀도는 늘 이 시간만을 기다린다. 섀도뿐 아니다. 매일 똑같은 사료와 간식만 먹어도 행복해하는 강아지들도 마찬가지다. 반복되는 일상을 사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왜 인간은 개들처럼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성찰에 관한 한 인간은 모두가 인정하는 세계 헤비급 챔피언이며, 삶에 등장하는 빈도로 볼 때 가히 병적이다. 인간과 같은 방식, 같은 정도로 성찰을 이용하는 존재는 없다. 그래서 인간이 이렇게 불행한 것이다. 그래서 삶이 부조리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의미가 결여되어 보이거나 실제로 그럴 수 있다. _ ‘네 발의 철학자’ 중에서 


일평생을 개와 함께한 철학자로서, 마크 롤랜즈는 인간과 개가 행복을 느끼는 능력에 차이가 생긴 이유를 ‘성찰’ 능력에서 찾는다. 성찰이란 인간과 동물 사이의 현격한 차이를 만들어낸 고유하고도 축복받은 능력이라고 생각한 우리에겐 사뭇 충격적인 주장이다. 하지만 롤랜즈는 오히려 성찰이 인간을 불행하게 만든 저주라고 말한다. 소크라테스, 플라톤부터 사르트르, 스피노자, 데카르트까지 철학은 물론, 심리학과 과학까지, 학문을 넘나들며 ‘네 발의 철학자’는 개에 비해 인간이 불행할 수밖에 없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해찰한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두 가지 삶이 있다. 객체로서의 삶과 주체로서의 삶이다. 우리는 두 삶을 모두 살기에, 어느 하나에도 온전히 몰입할 수 없다. 이 두 관점을 끊입없이 오간다. … 하지만 삶에 자신을 던지고 몰입하는 것은 삶을 사랑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 휴고는 하나의 삶만을 살았고, 내게는 두 삶이 있다. 그래서 내가 내 삶을 사랑하는 것보다 휴고가 자신의 삶을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_ ‘네 발의 철학자’ 중에서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서 보는 나’와 ‘관객으로서 보는 나’를 모두 인지하는 성찰 능력은 우리 존재를 다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훌륭한 도구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내 삶을 끌어안고 사랑하기에 머릿속을 너무 복잡하게 만든다는 함정이 도사려 있다. 제법 행복한 현실에서도 자꾸만 부족하고 보완해야 할 점들이 눈에 들어와서 지금 느끼는 행복에 무감해진다. 나아가 끊임없이 완전무결하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삶을 통제하려다가 눈앞에 놓인 삶의 주인공이 되어야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놓치게 된다. 반면, 개들은 자신의 삶에 ‘전념’하기에 행복하다. 쓸데없는 고민 없이 내 삶의 주인공으로서 본능을 따라 행동하며 충분히 주어진 것들을 사랑할 줄 아는 현명한 존재다.


진정하고 오염되지 않은 본성의 표현인 사랑으로 자신의 삶을 더 많이 사랑할수록, 그 삶 속에는 더 많은 의미가 있다. 본성의 표현인 일을 사랑하는 것은 동시에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된다. 개는 우리보다 더 자신의 삶을 사랑한다. 그래서 견생이 인생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이다. _ ‘네 발의 철학자’ 중에서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이제 개들의 단순하고도 명료한 지혜를 깨달은 우리는 안다. ‘이토록 지겨운 삶을 언제까지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잘못되었다. 너무 많은 ‘이성’적 판단의 벽에 가로막혀서 우리는 삶을 지겨운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이제는 우리 삶에 대한 착각과 오해를 내려놓고 화해해야 할 때다.


방법은 간단하다. 현명한 개들처럼 때때로 잠시 생각을 내려놓는 시간을 가지면 된다. 물론 매사에 판단력을 내려놓고 하고 싶은 대로만 살 수는 없다. 대신 하루에 딱 10분, 아니 5분이라도 개들처럼 행동해보자. 마음을 이끄는 일들을 찾아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온전히 그 일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우리도 분명 잃어버린 삶의 의미와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테다.


[황예린의 Cool북!] ⑯ 남은 삶이 지리멸렬하게 느껴진다면 ‘개’처럼 살자!황예린 문화평론가·출판마케터·비평연대



wendy199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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