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표결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와 다른 방식으로 해외 기관투자자의 의결권을 해석하면서 표 대결에 영향을 미치려는 조치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고려아연 주주총회는 28일 오전 9시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진행된다.
고려아연 집중투표제 표결 기준 변경.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
◆프로라타 방식 적용, 과소표결 의결권도 포함해 비례배분
24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예탁결제원 집계 기준에 따라 실제 행사된 표만을 기준으로 결과를 산정했지만 이번에는 과소표결된 의결권까지 포함해 비례 배분하는 이른바 ‘프로라타(pro rata)’ 방식을 적용했다. 집중투표제는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이 배수로 부여되기 때문에 미행사 의결권을 그대로 둘지, 아니면 비례적으로 재배분할지에 따라 최종 득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이러한 상황에 대해 예탁결제원 집계 기준을 그대로 인정하는 방식을 채택하며 기준을 확정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지난해는 미행사된 의결권을 별도로 재배분하지 않고, 실제 행사된 표만을 기준으로 결과를 산정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그러나 이번 주총에서는 기존과 달리 과소표결된 의결권까지 포함해 비례적으로 재배분하는 ‘프로라타(pro rata)’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존 기준을 뒤집었다.
이에 대해 업계 일부에서는 이미 한 차례 적용된 기준을 뒤집은 만큼 단순한 해석 변경이 아니라 표결 결과에 영향을 주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정기주총이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간 경영권 주도권을 둘러싼 민감한 국면에서 열렸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는 배경으로 꼽힌다. 집중투표제에서는 수백 표 차이로도 당락이 갈릴 수 있는 만큼, 표결 기준 자체의 변경이 이사회 구성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집중투표제에서는 의결권 계산 방식이 결과를 좌우할 수 있어 기준의 예측 가능성과 절차적 일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전년도에 적용한 방식과 다른 기준을 같은 회사가 다시 제시하면 주주 입장에서는 공정성 논란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일부에서는 해외 투자자가 의도적으로 특정 후보에게만 표를 몰아주는 방식 역시 의결권 행사 전략의 하나로 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를 사후적으로 재해석해 비례 배분하는 것은 투자자 의사를 왜곡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려아연, "법률 검토와 절차에 따라 결정"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집중투표제 취지상 주주가 보유한 총 의결권이 특정 후보에게 일부만 행사됐다고 해서 나머지 권리가 소멸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우며 전체 의결권을 보다 형평성 있게 반영하는 해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 측은 주총 현장에서 법률 검토와 절차에 따라 판단이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와 실무 현장에서도 해석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나온다. 집중투표제에서 해외 기관투자자의 부분적 의결권 행사에 대해 명확한 실무 기준이 축적돼 있지 않은 만큼, 예탁결제원 집계 방식과 회사 측 법률 해석이 충돌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위법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또, 회사 측이 주주 전체의 의결권 가치를 보다 균형 있게 반영하려 했다고 본다면 이를 곧바로 편법이라고 규정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표결 방식 변경이 민감한 사안인 것은 맞지만, 법률상 해석 가능성이 존재하는 사안을 둘러싼 다툼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이번 논란은 단순한 표 계산 문제가 아니라,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주총 운영의 공정성과 일관성을 어디까지 확보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향후 관련 법률 검토와 주총 절차 적정성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집중투표제는 원칙보다 해석과 실무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제도”라며 “이번 고려아연 사례는 향후 다른 상장사 주총에서도 의결권 처리 기준을 보다 명확히 정비해야 한다는 과제를 다시 드러낸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