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밸류뉴스=이승윤 기자]

고려아연(대표이사 정태웅 박기덕)이 자본잠식 상태의 해저 채굴 스타트업 TMC(The Metals Company)에 최근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자 글로벌 리서치 기업 아이스버그(Iceberg Research)가 우려를 표명하는 보고서를 냈다.  

아이스버그 리서치는 지난달 26일 '고려아연의 TMC 투자는 노틸러스에 의해 태워진 블루칩 투자자의 긴 시리즈를 따를 것"($TMC Korea Zinc will join a long series of blue-chip investors that have been burned by Nautilus)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노틸러스(Nautilus Minerals)는 캐나다 기업으로 심해 광물 채굴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자금난으로 2019년 파산했다. 

영풍그룹 현황. 2025. 6. 단위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아이스버그 리서치는 "고려아연이 TMC에 거액을 투자한 것은 무모한 일이며, 지난 2019년 파산한 노틸러스 미네랄의 사업 모델과 경영진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TMC는 2011년 설립됐고 13년째 매출을 단 한 푼도 내지 못하고 있다. 아이스버그 리서치는 TMC가 약속한 경제성 검토보고서를 2021년 이후 수차례 연기하며 여전히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TMC는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700만 달러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자체 연차보고서에서도 ‘추가 자본 조달 없이는 향후 12개월 생존이 어렵다’는 경고 문구를 담고 있다. 그럼에도 고려아연은 지난달 TMC 지분 약 5%를 주당 4.34달러에 인수했다. 이는 최근 3개월 평균 주가보다 약 39%, 지난 5월 기관 대상 공모가 대비 45% 높은 가격이다.

아이스버그 리서치는 TMC의 경영진 리스크도 지적했다. TMC의 현 경영진 다수는 파산한 노틸러스의 전직 임원이다. 또, 아이스버그 리서치는 TMC가 국제해저기구(ISA)의 승인을 받지 않고, 미국 정부의 독자적 허가만으로 채굴을 추진하려 한다는 점에서 “유엔해양법 협약에 위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이스버그는 과거 싱가포르 원자재 트레이딩 기업인 노블그룹의 회계 부정·부실 자산 내용을 지적해 유명세를 탄 글로벌 공매도 전문 리서치 업체다.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사인 헝다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부채 구조를 비판적으로 조명해 글로벌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 투자에 대해 투자자들 간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최윤범 회장과 중학교 동창인 지창배씨가 설립한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에 5600억 원을 출자했다가 회계상 손상차손만 1500억 원을 넘긴 상태다. 2022년 인수한 미국 이그니오홀딩스 역시 비정상적 가치평가와 전액 자본잠식 상태라는 이유로 비판받았다.

고려아연은 과거에도 해외 에너지 기업에 투자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있다. 에너지 저장 스타트업 에너지 볼트(Energy Vault)에 5000만 달러를 투자했으나 현재 해당 주식은 90% 이상 폭락했다. 2021년 1000억원 넘게 투자한 미국 수소전기트럭업체 하이존 모터스(Hyzon Motors)도 지난 1월 말 거래가 정지되면서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진 상태다.

lsy@buffettlab.co.kr

[저작권 ⓒ 더밸류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