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대표이사 김동명, 이하 LG엔솔)이 2분기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꾸준한 매수세가 이어지며 장기적 성장 잠재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LG엔솔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ESS 사업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9일 윤석렬 대통령 체코 방문에 동행한 구광모 회장은 배터리 산업 협력 방안 논의 후 폴란드 LG엔솔 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에 하반기 차세대 배터리 생산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공급 계약, LG 기업 간 시너지 등 탄력적 대응을 통한 전기차 캐즘 극복 방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분기 실적 부진에도 외국인·기관 '러브콜'...장기 성장 잠재력 주목
LG엔솔은 올해 2분기 매출 6조1619억원(전년동기 대비 -29.8%), 영업이익 1953억원(전년 동기 대비 -57.6%)을 달성했다고 공시했다(이하 K-IFRS 연결). 이번 분기에 수취한 IRA AMPC(인플레이션 감축법안 첨단제조 세액공제안)는 4478억원(출하량 9.4GWh)으로 전분기 대비 약 2600억원이 증가했다. 이를 제외한 영업손익은 -2522억원(OPM -4.1%)로 적자폭은 전분기 대비 확대됐다.
이러한 실적 하락의 배경에는 전기차 캐즘 현상과 원자재 가격의 하락, 중국산 저가 배터리 공세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기차가 캐즘을 겪는 원인으로 내연기관보다 높은 차량 가격과 충전 시설 부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대중화를 위해서는 배터리 기능 성능 안정성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또 전기차 수요 감소와 더불어 같은 기간 광물가격 하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수출량이 감소했다. 보통 양극재 업체들은 리튬ㆍ니켈 등 원재료를 미리 구매한 후 비싼 가격에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높이는 전략을 쓴다. 하지만 지금처럼 원재료 가격이 하락할 때는 이미 비싸게 산 원재료를 가지고 생산한 제품을 싸게 팔아야 하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LG엔솔은 지난해 4분기부터 폴란드 공장 가동률을 50% 수준으로 낮췄다. 이로 인한 고정비 부담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LG엔솔 측은 "생산설비투자(CAPEX) 축소 조정은 시장 상황에 따른 탄력적 대응 능력을 키우는 포석이며, 핵심 기술 개발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는 지속하고 있어, 장단기 전략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이러한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9월 12일을 기준, LG엔솔 주가는 40만원 선을 넉넉히 확보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9일까지 LG엔솔을 860억원 순매수해 가장 많이 사들였다. 기관도 971억원 순매수했다. 이는 LG엔솔의 장기 성장 잠재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반영한다. 주목할 만한 요인으로는 4680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진전, 테슬라, BMW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안정적인 공급 계약, ESS 사업 확대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이 있다.
또한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LG엔솔은 2분기에만 약 6000억원의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북미 시장에서의 LG엔솔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트럼프 쪽으로 기운다면 폐지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LG엔솔의 전기차 캐즘 대응...포트폴리오 다각화로 미래 에너지 시장 '선점'
전기차 캐즘에 대한 LG엔솔의 대응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LG엔솔의 대응 전략 핵심은 다각화와 혁신으로, 이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고자 한다. LG 계열사 간의 상호 시너지를 LG엔솔이 실적 개선으로 연결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업계 전문가들은 LG전자가 생산한 전기차 충전기로 LG유플러스가 충전소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LG엔솔이 배터리 상태를 진단하는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다면 충전 시설 부족을 해결해 전기차 캐즘을 극복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LG유플러스는 지난 6월, 카카오모빌리티와 손잡고 전기차 충전 합작법인 'LG유플러스 볼트업'을 공식 출범했다. 오는 2027년까지 전기차 완속 충전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플랫폼 역량을 전기차 충전 인프라와 연계해 전기차 산업이 직면한 '캐즘'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LG엔솔은 LG그룹의 신성장동장으로 주목받고 있는만큼 실적 반등을 위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내독립기업인 AVEL은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 강화를 위해 제주도에 6.3MWh 규모의 ESS 발전소를 완공했다. 황원필 AVEL 대표는 "ESS 사업 확대는 재생에너지 전환 시대의 핵심 인프라를 선점하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변동성에 대응하면서도 미래 에너지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LG엔솔의 장기적 비전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LG엔솔은 4680 원통형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특히 4680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와 생산 효율성을 대폭 개선할 수 있는 혁신적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 원통형 4680 배터리를 양산할 계회이며, 지난 4월 착공한 애리조나 ESS 생산공장에서는 전기차용 46시리즈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LG엔솔은 AI 기반 생산 혁신에도 주력하고 있다. 최적의 셀 디자인 AI 추천 모델(Optimal Cell Design AI Recommendation Model)을 통한 설계 기간 단축으로 맞춤형 배터리 생산을 앞당기고 다양한 고객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회장 '배터리 행보' 가속...LG엔솔, 글로벌 생산기지 최적화
구광모 회장은 지난 2018년 6월 LG그룹 회장 취임 이후, 과감한 구조조정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결단력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주요 성과로는 LG엔솔 분사 및 상장,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철수, LX그룹 계열 분리, 로봇·AI 사업 육성 등이 있다. 이러한 결정들은 LG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미래 지향적으로 재편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최근 구광모 회장은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9일 윤 대통령과 함께 체코 방문 후 구 회장은 폴란드로 이동해 LG엔솔 현지 공장을 점검하고 인근 국가의 생산 기지와 인력 양성 및 기술 교류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폴란드는 서유럽과 중동부 유럽 사이에 있는 유럽 전기차 시장의 중심지로, LG엔솔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생산체제의 주요 거점으로 삼고 있다. 지난 2016년에 진출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며, 오는 2025년까지 생산능력을 100GWh로 확대할 계획이다.
LG엔솔의 전략 방향성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기술 혁신을 통한 제품 경쟁력 강화다. 4680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둘째, 글로벌 생산기지 최적화다. 폴란드를 비롯해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 생산기지를 확보하고 있으며,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다. 셋째, 사업 다각화다. ESS 사업 강화, 신규 고객 확보 등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구광모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에게 감동을 주고 전에 없던 새로운 생활 문화를 열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LG그룹이 단순한 제품 공급자를 넘어 고객의 삶에 가치를 더하는 기업의 의지를 보여준다. LG엔솔을 중심으로 한 배터리·에너지 사업은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는 핵심 축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