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한복판에 더현대 서울이 있다면 경기도 용인시에는 스타필드 마켓이 있다.
이마트(대표이사 한채양)가 스타필드 마켓으로 거듭났다. 단순한 쇼핑공간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휴식과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용인 죽전점은 5개월간의 리뉴얼을 거쳐 매장 면적 6000평(1만9800㎡), 인근 5km 내외 동네 상권을 타깃으로 리모델링했다.
새롭게 선보이는 스타필드 마켓은 북카페, 공연장, 키즈그라운드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는 시대, 쇼핑과 문화를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로운 생존방식을 선택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마트 이름을 벗어던진 스타필드 마켓은 온라인에서 제공할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물건을 파는 곳에서 사람이 머무는 곳으로, 단순 매장에서 지역 랜드마크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다시 매장으로 이끌고 있다. 기자는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그 발길을 따라가 봤다.
◆각종 휴식 공간으로 ’사람’이 머무는 곳…쇼핑·문화 아우르는 핫플 예약
죽전점 입구에 들어서면 큰 책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기존 백화점의 매장과 달리 1층에 서점, 카페, 꽃집, 공연장으로 꾸민 복합문화공간을 연출했다. 쇼핑을 위한 공간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어린아이들은 신나게 놀고 부모들은 편하게 쉴 수 있는 쉼터의 공간이다. 20~30대의 젊은이들에게는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여가 공간이다.
1층 특화공간은 150평(495㎡)의 북그라운드를 중심으로 각종 행사∙공연을 즐길 수 있는 이벤트 스테이지로 구성된다. 특화공간 내에 있는 스타벅스와 이벤트 스테이지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 고객들이 공간 전체를 하나의 소셜 클럽으로 인식할 수 있다. 2층에는 키즈 패션브랜드 매장과 연결된 25평(약 82㎡)의 키즈그라운드가 있다. 자녀를 동반한 고객들은 쇼핑을 즐기는 동시에 아이들과 쉬고 놀 수 있다. 키즈그라운드와 별개로 소파, 아기 침대, 기저귀 갈이대 등을 갖춘 약 21평(약 69㎡)의 유아휴게실도 있다.
이마트는 매장을 단순 쇼핑 공간이 아닌 휴식을 취하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점이 온라인과 차별점이다.
이마트의 이번 전략은 정용진 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영향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지난 2019년 정용진 전 부회장은 이마트가 부진을 겪는 이유에 대해 세 가지를 꼽았다. 매장이 어두워졌고 노래가 멈췄으며 판촉 직원들이 사라졌다. 오프라인 매장도 점점 온라인 쇼핑몰과 닮아가고 있어 소비자들은 정작 오프라인 매장을 찾을 이유가 사라졌다고 봤다.
이러한 시각을 바탕으로 이마트는 오프라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 나섰다. 온라인에는 없는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고객들이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구성했다. 이는 더현대 서울과 코엑스의 별마당도서관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이곳에는 먼저 창문을 내어 바깥 풍경이 보이게 하고 사람들이 오래 머물 수 있도록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들을 마련했다. 그렇게 꾸며진 두 공간은 입소문을 타며 현재 서울을 대표하는 장소가 됐다.
이마트가 새롭게 단장한 스타필드 마켓은 용인시를 대표하는 핫플이 될 준비를 완료했다.
◆쇼핑과 문화의 융합...신선식품 전면 배치 등 매장 입구부터 눈길
이마트는 유통 매장으로서의 본질도 잊지 않았다. 오히려 매장을 축소한 공간에 알짜배기 상품을 전면 배치함으로 고객들의 쇼핑 편의를 높였다.
이마트는 기존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걸쳐 있던 3800평(1만2540㎡)의 매장을 지하 1층 2300평(7590㎡)으로 줄였기에 진열상품의 수도 줄여야 했다. 신선식품은 매장 전면에 배치했다. 신선 매장 한복판에 홀세일존을 만들어 대용량 초저가 상품을 정상가 대비 20% 이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소비자를 이끌었다. 축산 코너에는 화식한우, 바비큐, 미식돼지 등 프리미엄 축산물과 후레쉬팩, 슈퍼 세이브팩 등 가성비 덩어리육이 진열돼 있다.
간편한 식사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도시락과 샌드위치 등 델리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그랩앤고 코너를 매장 입구편에 배치했다. 카테고리별 매대 곳곳에 고객들의 수요가 높은 각 분야 인기 상품들로 구성된 슈퍼 프라이스존을 마련해 가성비 쇼핑을 할 수 있다.
이 모든 공간이 한데 어우러져 전통시장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밝은 분위기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사람 구경을 할 수 있는 하나의 커뮤니케이션장이 됐다. 쇼핑 공간을 사람들이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미취학 아동부터 30대 성인까지...다양한 연령대 겨냥한 라이프스타일 제안
쇼핑, 휴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체험도 할 수 있다. 상시 팝업행사, 키즈 공연, 컬쳐 클래스를 진행한다.
1층 팝업 존에서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사랑의 하츄핑 팝업을 운영한다. 또 북그라운드에서는 이달 캐치! 티니핑 하츄핑 팬밋업 행사를 열고 티니핑 캐릭터와 함께 노래하고 사인도 받을 수 있다. 하츄핑은 최근 유치원생 정도의 유아에게 인기가 많은 캐릭터다. 인기 캐릭터를 통해 어린 자녀를 둔 가족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한정판 상품과 포토존 등을 준비해 가족들이 즐거운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했다.
20~30대 젊은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유명 브랜드 매장도 대거 입점시켰다. 매장 중에는 유명 도넛 디저트 카페 노티드, 성수동 인기 경양식 전문점 요쇼쿠, 도곡동 유명 샤브 전문점 선재, 캐주얼 중식 전문점 스타청담, 오랜 전통의 회전스시 전문점 갓덴스시가 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중에선 무인양품(MUJI), 자주가 있다. 무인양품에선 화훼농장 연계 생화 판매와 커피 리브레 원두를 사용한 드립커피 자판기를 운영하고 자주는 한국적 요소를 접목한 새로운 콘셉트의 매장을 선보였다.
이 외에 10대 청소년들을 타겟으로 한 쇼핑공간도 마련됐다. 10대들의 3대 쇼핑몰인 올리브영(1층), 다이소(2층), 아트박스(2층)가 입점돼 있어 학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이마트는 전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