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대표이사 조욱제)의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미국 FDA 승인을 받으며 한국 제약산업의 새 지평을 열었다. 존슨앤드존슨의 '리브레반트'와의 병용요법으로 승인받은 렉라자는 임상 3상에서 우수한 효과를 입증했다. 이는 한국 제약회사 개발 항암제의 첫 FDA 승인 사례로, 글로벌 시장 진출의 초석을 마련했다.
유한양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차세대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YH32367'은 임상 1·2상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이 확인되어 제2의 렉라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렉라자의 성공과 차세대 신약 개발의 진전은 국내 제약산업의 혁신 역량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첫 FDA 승인 항암제 렉라자...병용요법 사망 위험 30% 낮춰
유한양행의 렉라자와 파트너사 존슨앤드존슨(J&J)의 제품 리브레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이 지난 8월 19일(현지 시각)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NSCLC)의 1차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FDA의 우선심사대상으로 지정되어 신속하게 진행된 이번 승인은 마리포사(MARIPOSA)라는 임상 3상 연구 결과를 근거로 이루어졌다. 이 연구에서 렉라자와 리브레반트 병용요법은 현재 표준치료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단독요법과 비교해 우수한 효과를 입증했다. 이번 승인으로 렉라자는 EGFR 변이 NSCLC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하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병용요법은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0% 감소시켰으며, 무진행 생존기간(PFS)을 23.7개월로 연장시켜 타그리소의 16.6개월을 크게 앞섰다. 또한, 반응 지속 기간(DOR)도 25.8개월로, 타그리소의 16.8개월보다 9개월 더 길었다.
유한양행은 이번 FDA 승인으로 J&J로부터 약 800억원 규모의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수령할 예정이며, 제품 판매 로열티도 최소 10% 이상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2018년 유한양행이 J&J의 자회사인 얀센 바이오테크와 체결한 최대 12억 5천만 달러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의 일환이다.
조욱제 대표는 오는 2026년까지 매출을 4조원으로 늘리고, 2030년에는 9조원을 달성해 세계 50대 제약사 대열에 합류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렉라자의 성공을 발판으로, 유한양행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비소세포암 연평균 시장 성장율 13.6% ↑...유한양행 954억달러 시장 공략
렉라자의 이번 승인이 주목받는 이유 중에는 비소세포암 치료제의 큰 시장 잠재력도 한몫한다. 비소세포폐암(NSCLC)은 전체 폐암의 80~85%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형태이며, 그 중 EGFR 변이는 미국에서 10-15%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NSCLC 치료제 시장은 2018년 160억 달러에서 2032년 954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3.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성장의 주요 동인은 NSCLC의 유병률 증가,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 환자 지원 프로그램의 확대 등이다. 특히 흡연, 대기오염, 직업적 노출 등 위험 요인의 증가로 NSCLC 발병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미국암학회에 따르면, 2021년 미국에서 발생한 폐암의 84%가 NSCLC였으며, 아시아 국가에서도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NSCLC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치료제 시장은 표적 치료, 면역 요법, 화학 요법으로 세분화되며,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렉라자는 임상 3상에서 타그리소 대비 우수한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이에 유한양행의 렉라자(레이저티닙)가 존슨앤드존슨(J&J)의 리브레반트와의 병용요법으로 타그리소의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EGFR 변이 NSCLC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하고 글로벌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의 경쟁 구도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했다.
◆약가 산정·NCCN 등재·OS 데이터, 점유율 확보와 매출 성장 '주요 변수'
렉라자의 시장 점유율 확보와 매출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약가 정책과 NCCN 가이드라인에 등재 여부다.
렉라자는 리브레반트와의 병용 요법으로 사용되며, 리브레반트의 연간 약가가 약 30만 달러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약가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약가 설정은 환자 접근성과 시장 침투,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 사이의 균형을 고려한 적절한 약가 책정이 중요하다.
렉라자가 NCCN 가이드라인에 1차 치료제로 우선(preferred) 등재될 경우, 매출 성장과 점유율 확보에 큰 이점을 얻을 수 있다. 현재 타그리소가 단독 요법으로 우선 등재된 상황에서 NCCN의 등재 기준인 우수한 효능과 안전성, 근거 기반 데이터, 경제성을 충족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올해 세계폐암학회(WCLC)에서 발표될 마리포사(MARIPOSA ) 연구의 추가 추적 결과, 렉라자의 전체 생존(OS) 데이터가 개선돼 타그리소를 능가하는 치료 효과를 보일 경우 렉라자의 시장 점유율과 매출 성장 가능성이 크게 확대될 것은 분명하다.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미국 FDA 승인에 이어 유럽 시장 진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유럽 집행위원회(EC)는 최근 존슨앤드존슨(J&J)의 리브레반트와 화학 항암제 병용요법을 EGFR 엑손 20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치료제로 허가했다. 이는 렉라자와 리브레반트 병용요법의 유럽 승인을 위한 전 단계로 보고 있다.
렉라자의 글로벌 진출과 함께, 유한양행은 '제2, 제3의 렉라자 개발을 위해 매진 중'이라고 밝혔다. 조욱제 대표는 지난달 26일 '렉라자 FDA 승인 기념식'에서 "항암 분야에서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를 기반으로 하고, 면역염증질환에서는 알레르기 치료제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YH32367'이다.
YH32367은 유한양행이 에이비엘바이오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로, 현재 임상 1·2상 단계에 있다. 이 약물은 HER2 발현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결합해 T 면역세포 활성 수용체인 '4-1BB'를 자극해 면역세포의 항암작용을 증가시키는 이중항체다. 최근 용량증량 시험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이 확인되었으며, 고용량군에서도 안전성 이슈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한양행은 YH32367이 기존 ADC 치료제인 엔허투 대비 안전성, 장기 효과, 병용 투여 시 강력한 효능 등에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성공을 바탕으로 오는 2026년까지 매출 4조원, 2030년 9조원 달성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렉라자의 유럽 진출과 YH32367 등 차세대 항암제의 개발은 이러한 목표 달성의 핵심 전략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이 2032년까지 954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유한양행의 이러한 행보는 한국 제약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