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대표이사 허세홍)가 2분기 정유 부문 적자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 부문의 호조로 실적 감소를 방어했다. 중국 원자재 수요 강세로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67.8% 증가한 것이다. 이에 GS칼텍스는 차입금 상환과 주유소 매각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는 한편, 바이오 연료와 폐플라스틱 리사이클링 등 신사업 투자를 확대하며 에너지 전환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최근 허세홍 대표이사의 '변화에 대한 대응'과 '사고방식의 전환'도 같은 맥락으로, GS칼텍스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분기 엇갈린 실적...정유 부진 속 석유화학 '효자' 역할
GS가 올해 2분기 매출 6조2037억원, 영업이익 7981억원, GS칼텍스는 매출 12조6424억원과 영업이익 2081억원을 올렸다고 7일 공시했다(K-IFRS 연결).
GS칼텍스는 올해 2분기 엇갈린 실적을 기록했다. GS칼텍스의 부문별 실적을 보면 매출은 전반적으로 증가했으나, 정유 부문에서 영업손실을, 석유화학 부문은 큰 폭의 이익 증가를 보였다.
정유 부문은 매출 10조802억원, 영업손실 264억원을 기록하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정제마진이 크게 하락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정제마진은 올해 2분기 배럴당 평균 3.5달러로 손익분기점인 4~5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석유화학 부문은 매출 2조878억원, 영업이익 109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67.8% 급증했다. 이는 중국에서 파라자일렌(PX)과 벤젠(BZ)의 공급이 줄어든 데 비해 수요가 강세를 보이면서 스프레드(원자재 가격과 최종 제품간의 가격 차이)가 상승한 결과다. 석유화학 부문은 GS칼텍스의 실적을 견인하며 긍정적인 성과를 냈다.
윤활유 부문도 매출 4744억원, 영업이익 125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계절적 성수기와 인도 등 주요 시장의 수요가 이어지면서 전분기대비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GS칼텍스의 실적 부진은 모회사 GS의 영업이익에도 영향을 미쳤다. GS는 2분기 매출 6조2037억원, 영업이익 798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 대비 21% 감소한 수치다. GS칼텍스 정유 부문의 부진이 GS 전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금자산 53% 감소… 차입금 상환·주유소 매각으로 재무건전성 강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GS칼텍스의 연결기준 현금자산(현금 및 현금성자산 + 단기금융자산)은 1조5627억원으로 전년대비 53.6% 감소했다.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악화로 정유사업의 실적이 크게 부진한 산황에서 차입금 상환을 위해 다수의 현금성 자산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GS칼텍스의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58.7% 감소한 1조1527억원에 그쳤다.
GS칼텍스는 지난 2018년 MFC(석유화학 올레핀 생산설비) 설립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며 2조7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러한 투자의 여파로 총차입금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18년 3조9038억원이던 총차입금은 2022년 6조9440억원으로 불어났다.
GS칼텍스는 어려운 시기에서도 미래 투자를 위한 내실을 다졌다. 보유하는 현금으로 적극적으로 차입에 나서면서 재무건전성에 투자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GS칼텍스는 앞서 2021년 만기 도래한 회사채 4000억원, 2022년에는 1800억원을 상환했다. 지난 2023년에는 회사채 3000억원을, 장기차입금 1000억원을 상환했다. 외화사채도 2022년 5064억원, 2023년에는 3911억원을 상환했다.
이러한 상환 노력은 지표로 나타났다. 정유 4사의 최근 부채비율 추이를 살펴보면 GS칼텍스의 부채비율은 2024년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79.5%로, 2021년과 비교했을때 30% 이상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또 업계의 다른 기업과 비교했을 때에도 상당히 낮은 부채비율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행보는 GS칼텍스는 신사업 투자를 앞두고 선제적 재무건전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뿐만 아니다. GS칼텍스는 신사업 투자를 위한 현금 보유량을 늘려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유소 매각을 결정했다. 수도권 18곳, 비수도권 37곳 등을 매각 중에 있다.
◆허세홍 대표의 '사고 전환'...'그룹의 핵심' GS칼텍스, 친환경 사업으로 새 길 모색
차기 승계 레이스에 오른 오너 4세 허세홍 대표가 정유업 의존도를 낮춘 신성장 동력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GS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는 그룹의 실적을 좌우하는 만큼 전통적인 원유 정제 산업을 넘어 안정적인 미래 신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에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이다.
허 대표의 주도 아래 GS칼텍스는 바이오 연료, 수소, 폐플라스틱 리사이클링 등 친환경 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5만 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 공장을 건설 중이며, 인도네시아에서는 2600억 원을 투자해 팜유 정제시설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라남도, 여수시와 탄소 포집·활용(CCU) 메가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GS칼텍스는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기술을 확보하고, 지역 산업의 탄소 저감에 기여할 계획이다.
허세홍 대표는 "CCU 실증사업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e-Fuel과 e-SAF, e-Chemical 제품 생산 및 수출로 여수산단의 CCU 클러스터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간 공개 행보를 자제해왔던 GS그룹의 오너 4세들이 지분을 늘리고 대외 활동에 적극 임하는 가운데 허세홍 대표의 이러한 행보는 그룹의 미래 방향성을 보여주는 생존 전략으로 판단된다. GS그룹 전체 매출액에서 70%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GS칼텍스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그룹 내 경쟁력을 지속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