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연 산업부장
기술 혁신은 기업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강력한 엔진이지만, 그 성공 확률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2024 맥킨지 글로벌 서베이). 국내 기업들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신기술 도입에 나섰다가 '선도자의 함정'에 빠져 시장에서 도태되거나 경쟁력을 상실한 사례가 적지 않다. 가깝게는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에서 고전한 SK텔레콤이 그랬고, 멀리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했던 LG전자가 그러하다.
그러나 이들을 포함해 국내 기업들은 AI 부문에서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꾸준히 성장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대기업들은 AI 모델 및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미 다양한 생성형 AI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의 '소버린 AI' 전략은 각국 인프라·데이터·인력 및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구축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앞으로는 각국의 역사적·문화적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는 소버린 AI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독자적인 AI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차별화된 전략이 될 수 있다.
맥킨지는 지난달 '기술 트렌드 2024 전망'을 발표하며 주요 기술들의 현황과 전망을 제시했다. 이에 기술 트렌드가 국내 기업과 경제·산업에 미칠 영향을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AI 혁신, 국내 기업들의 개발 및 도입 가속화...글로벌 격차 ↓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술 트렌드다. 글로벌 기업의 65%가 이미 생성형 AI를 정기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연간 2.6조~4.4조달러의 가치 창출이 기대된다. 특히 마케팅 및 영업, 제품 개발, IT 분야에서 생성형 AI 도입으로 인한 혜택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도 AI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선도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에 직면해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AI 도입률은 낮은 편이다. 스타트업 중에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 개발에 필요한 컴퓨팅 파워와 데이터 확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러한 트렌드는 나스닥 지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나스닥 지수를 견인하고 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AI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했고, 이는 코스피에도 영향을 미치며 전체 기술주 시장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디지털 미래를 위한 인프라 구축...클라우드와 5G가 핵심
디지털 전환을 위한 핵심 인프라인 클라우드와 5G 네트워크 구축이 가속화되고 있다. 맥킨지는 2025년까지 기업 IT 인프라의 60%가 클라우드로 이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5G 네트워크도 빠르게 확산되면서 초연결 사회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전국망 5G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클라우드 시장은 아직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클라우드 전환도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하지만 최근 네이버클라우드, KT 등 국내 기업들의 클라우드 사업 확대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디지털 인프라 구축은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 팩토리, 산업용 IoT 등의 도입이 확대되면서 제조업 기업들의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다.
한편, 디지털 인프라의 확대는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도 함께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사이버 보안 관련 기업들의 성장이 예상되며, 이는 주식 시장에서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술...친환경 에너지 선택 아닌 필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친환경 에너지 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맥킨지는 2050년까지 청정에너지 분야에 연간 9.2조 달러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수소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나스닥 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청정에너지 관련 기업과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 기업들,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들,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기업들의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고 그린 뉴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2025년까지 73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등 대기업들도 전기차 배터리, 수소 연료전지 등 친환경 기술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큰 경쟁력을 갖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실적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또한 수소 경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를 중심으로 수소 연료전지 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친환경 에너지 산업은 아직 수익성 측면에서 과제가 남아있다.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기술 발전 속도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맥킨지가 본 기술 혁신 전망, 국내 기업이 마주한 '과제와 기회'
맥킨지는 이 밖에도 로봇, 우주, 바이오엔지니어링 등 미래 기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미래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도 확대될 거로 기대된다.
이러한 전망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도 올해 저점을 찍은 후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술 혁신은 경제 회복을 가속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은 자율주행과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좋은 사례다. 또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KT가 주도하는 5G와 6G 기술의 발전은 한국 통신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미래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 AI 기술의 전면적 도입,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ESG 경영과 연계한 지속가능 기술 투자,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 구축 등을 핵심 전략으로 가져가야 한다.
삼성전자의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이나 SK그룹의 사내 기술 사업화 프로그램인 '스타게이트'는 이러한 방향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들 기업은 사내 벤처 육성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학계가 협력하여 기술 혁신을 이뤄내는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LG유플러스를 방문한 AI 석학 앤드류 응 교수도 "기업이 AI로 사업화에 성공하려면 외부 전문가와 협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제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 개발을 넘어 다자간 소통과 협력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시장을 선도해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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