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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황기수 기자]

“개인적인 일로 SK 구성원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SK와 국가경제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묵묵하게 소임을 다하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임시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해 최근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이날 수펙스추구협의회는 항소심 판결이 최 회장 개인을 넘어 그룹 가치와 역사를 심각히 훼손한 만큼 그룹 차원의 입장 정리와 대책 논의 등이 필요하다는 경영진들의 발의로 소집됐다. 회의에는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CEO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개인의 문제를 뛰어넘는 이혼과 판결, SK그룹 지배구조 변화 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이 개인의 사생활을 넘어 그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고등법원 가사1부(김양호 부장판사)는 1심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위자료 20억원과 재산분할금 1조3808억원을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에서는 위자료 1억원, 재산분할 6650억원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최 회장의 혼외 자식 문제와 오랜 별거 생활 등을 들어 노 관장 측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판결 확정 시 SK 지분을 대거 매각해 현금을 마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는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비상이 걸렸음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로 인해 장기적으로 SK그룹의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태원 회장, \SK그룹의 지배구조와 현황. 2023년 12월 현재. 단위 %. [자료=금융감독원] 

이 판결이 확정되면 최 회장은 보유 자산의 대부분인 지주사 SK㈜의 지분을 대거 매각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이는 곧 최 회장이 SK㈜를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는 현재의 지배구조를 위협할 수 있어 재계의 우려가 크다. 여기에 재판부가 고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의 SK 유입과 그룹 성장 기여를 인정한 것은 정경유착 의혹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어서 ESG 경영을 내세운 SK의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재계는 2심 판결에 당혹감을 표하며, 어음 사진과 메모만으로 비자금 유입을 인정하고 이를 그룹 성장의 배경으로 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나아가 이번 판결로 인해 정경유착 프레임이 굳어지면 향후 규제완화 등 재계 요구사항 관철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룹의 가치 훼손에 따른 대책 마련 시급...수펙스추구협의회 긴급대책회의


이에 최태원 회장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수펙스추구협의회 긴급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는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 CEO 20여 명이 참석했다.

경영진들은 이번 판결이 최 회장 개인의 문제를 넘어 그룹의 가치와 71년 역사를 심각히 훼손했다고 평가하고, 그룹 차원의 입장 정리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구성원들의 사기 저하와 대외 이미지 실추, 주가 하락 등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향후 경영 계획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보았다.

최 회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SK가 성장해 온 발자취를 부정하는 이번 판결에는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쳐 흔들림 없이 전진하자"고 당부했다. 그는 "SK와 구성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상고를 통해 진실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 \SK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 2022 K-IFRS 연결. 단위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최태원 회장, 판결 불복 대법원 상고...해외 출장 등 기존 일정 소화한다


최태원 회장은 "이번 판결로 인해 구성원들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저를 믿고 묵묵히 각자의 소임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반드시 진실을 바로잡고 모두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최태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최 회장은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다. 아울러 판결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와 장단기 경영 계획을 정비하는데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우선 기존 성장 전략의 방향성은 유지하되, 목표와 속도를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그린·바이오 등 주력 사업은 '양적 성장'보다 내실에 기반한 '질적 성장'에 방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반도체 등 디지털 사업 확장을 통해 'AI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그룹의 근간인 'SK경영관리시스템(SKMS)' 정신을 되새기며, 어려울 때일수록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최 회장은 당분간 해외 출장 등 기존 일정을 소화하며 경영 현안 해결과 미래 전략 수립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ghkdritn12@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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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6-03 15: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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