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빈 문화 평론가·출판 마케터
[김정빈 문화 평론가·출판 마케터]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어떤 난관에 봉착하게 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의사소통'이다. 언어를 배워 읽고 쓰고 말하기까지의 과정은 유년기 시절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먹을 만큼 먹은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배움에는 끝이 없다. 인생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건강하게, 또는 이롭게 이어 나가게끔 하려면 본인만의 대화 스킬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대화 스킬이란 의사소통에 있어 내게 유리한 쪽으로 언제든지 판을 뒤집을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상대방의 감정을 파악하고, 신뢰를 형성해 논리적으로 파고드는 단계를 거쳐 내가 원하는 결괏값을 도출해 내는 것 말이다.
다소 수평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우리나라 비즈니스 사회에서 적절한 의사소통 능력을 갖춘 직원은 회사에 없어선 안 될 인재이자 재산이다. 거침없는 결단력과 유려한 말빨, 때에 따라 필요한 달콤한 아부 따위에 재능을 보이라는 말이 아니다. 이들은 팀원들의 감정을 살펴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파악하고, 꼰대의 조언이나 충고가 아니라 팩트를 기반으로 한 피드백을 제공하며 팀원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업무환경을 조성한다. 반드시 발생하기 마련인 갈등을 어떻게 보다 현명하게 풀어 나가는지, 똑같은 실수가 일어나지 않게끔 하기 위해 어떻게 이를 바로잡는지가 이들이 생각하는 의사소통의 관건이다.
직장인이라면 꼭 읽어야 할 열일곱 번째 필독서 <우주인들이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받을 때 우주정거장에서 가장 많이 읽은 대화책>(더글러스 스톤 외 지음, 김영신 옮김, 21세기북스)은 모든 지구인을 위한 최고의 대화 안내서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우리가 살면서 한번은 겪었을, 혹은 겪게 될 '어려운 대화'에 관해 이야기하며 2부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한 실전 대화기술을 설명한다. 3부에서는 지난 10년간 독자들이 가장 많이 질문한 내용에 상세한 답변을 제시하여 여러 갈등 해결에 도움을 준다.
대화법을 다룬 수많은 실용서를 읽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은 상황별 대처 방법이 아주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명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과의 긴 대화,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직급이 높아 대하기 어려운 사람과의 꺼려지는 대화, 거절당하기 무서워 말 꺼내기조차 힘든 대화 등 덮어두고 회피했던 모든 상황을 날카롭고 냉정하게 지적한다.
"연봉 인상을 요구할 때, 인간관계를 끊을 때, 업무 성과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전달할 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거절할 때, 무례한 태도나 상처 주는 행동 등에 직면할 때, 대다수의 사람과 의견이 다를 때, 그리고 사과해야 할 때 당신은 어떻게 말하는가? 직장에서, 가정에서, 이웃집 담 너머로 우리는 매일 이런 ‘어려운 대화’를 시도하거나 회피한다. (중략) 우리는 자신이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다고 느낄 때, 자존심이 상할 때, 중요한 문제를 다루면서 결과가 불확실할 때, 그리고 관심 많은 주제나 사람을 다룰 때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다."
감정을 그때그때 표현하지 않으면 대화에 감정이 묻어 나오기 마련이고,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는 상태에서 주고받는 말들은 비난이 되며, 목적이 불분명한 대화는 시간이 지나 공중분해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과 함께라면 우리는 더 이상 의중을 파악할 수 없는 말만 늘어놓는 신입 혹은 상사와, 본인의 말이 다 맞다고 우기는 친구 혹은 이웃, 말만 시작하면 싸움으로 변질되는 남편 혹은 아내와의 대화를 거부하지 않아도 된다. '어려운 대화'를 '배우는 대화'로 느끼게 해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