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값 인하, 고혈압약과 위장약 사태 등 악재가 발생하면서 국내 제약회사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적지 않은 타격도 예상된다.
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위 10위 제약사 중 절반의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줄었다. 연 매출 기준 국내 1위 제약사인 유한양행은 영업이익이 전년비 4분의 1로 급감했고, 2위인 GC녹십자도 20%가 줄었다. 제일약품과 일동제약도 각각 55%, 78% 감소했다. JW중외제약은 적자로 돌아섰다.
이들은 자체 개발 신약이 없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다국적 제약사에서 도입한 의약품과 제네릭(복제약) 비중이 높아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두고 국내 판권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판매 수수료는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앞서 복제약은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으로 경쟁력을 잃었고, 고혈압약 발사르탄과 위장약 라니티딘의 복제약에서 발암 추정물질이 검출된 사태가 있었다. 중국에서 값싼 원료의약품을 수입, 복제약을 제조해 팔던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한미약품의 아모잘탄 플러스정. [사진=한미약품]
한편, 자체 개발약이 있는 회사들은 빛을 보기 시작했다.
대웅제약은 자체 개발한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의 미국 처방이 늘면서 매출이 전년비 6.5%가 증가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셀트리온도 유럽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판매가 늘면서 1조원을 넘었다.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자체 개발 제품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한미약품은 고혈압약 아모잘탄패밀리와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젯 등 독자 개발 제품이 성장을 주도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비 24.3% 증가해 1038억원을 달성했다. 자체 개발 제품 비중이 95% 이상인 한미약품은 국내 10위권 제약사 중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신약 개발에 투자한 제약사들 중 보령제약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보령제약은 지난해 영업이익 증가율이 전년비 56.5%로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다. 고혈압 신약 카나브패밀리가 성장한 것이 이유다. 최근 신제품 듀카로를 출시해 카나브패밀리 4종을 완성하면서,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출국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제약업계 매출 순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외 판로를 개척한 회사들이 급성장하면서 내수 중ㄴ심의 제약사들과 격차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3년부터 업계 1위를 유지했던 유한양행이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이 줄었고, 2위인 GC녹십자도 2%대 성장에 그쳤다”며 “지금까지는 블록버스터 판권에 따라 순위가 좌우되는 안방 싸움이었다면, 앞으로는 수출 실적에 따라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